죽돌 8명과 판돌 3명. 10명이 조금 넘는 디지털창작 작업장은 지난 봄날(3-5월, 3개월간) 매주 토요일에 만나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을 함께 만든 우리는 왜 즐거웠을까? 하나의 게임을 다 같이 만들지 않았다. 각자의 게임을 만들 뿐. 그다지 매우 즐거운 설정의 작업장이 아니다. 다 같이 머리 모아 하나의 게임을 만들며, 고군분투하고 갈등이 일어나고 눈물 터진 후 부둥켜 앉는 기승전결의 서사도 없었는데 왜 즐거웠을까? 각자의 게임 만들기를 지켜보고, 훈수 두고, 응원하고, 서로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즐거웠다.. 물론 초반에 좀 지루하고 말이 없을 때도 있었으나… 어떠한 서사 없이 분위기가 고조되고 서로에게, 서로의 게임에 애정이 생겼다.
비디오게임이란 장르가 만들어낸 마법일까? 아니면 우연히 주파수가 어지간히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까? 담당 판돌과 강사진이 유능해서 일까?(실제로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작업장이 종료되고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존해 있는 단톡방에서는 아직도 ‘여기 가실 분’ ‘저기 가실 분’ ‘거기 계시나요’ 알람이 뜬다. 단톡방이라면 칠색 팔색인데, 이 카톡방에 알람이 울리면 배시시 웃음이 난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담당 판돌로서 이 기억과 감정을 분석해야 한다. 느낌적인 느낌만으로 작업장을 운영할 수는 없으니까(그렇게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하나…)
비디오게임이란 장르를 하자 작업장에 가져오게 된 배경에는 미래시대 기술을 주체적으로 다루고, 미래 진로를 상상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기 위함으로 시작했다. 센터 내에는 창작을 하는 청소년-청년이 많으니 그들에게 화제성 있는 장르로서 디지털 언어를 다루는 비디오게임 제작이 적절해 보였다. 무엇보다 담당자가 게임을 좋아라한다. 편협한 게임 취향을 가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플레이어이지만, 가상환경에서 내 능력치를 설정하고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몰입과 성장이라는 도파민을 맛보았다. 현실 세계가 ‘노오력’을 필요로 한다면 가상 세계는 ‘노력’을 통해 보상을 받는다. 보상과 별개로 가상공간이 주는 무한한 공간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탐닉하고, 때때로 나만의 공간을 설정해 안락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과 함께 디지털창작 작업장을 통해 서로의 게임을 지켜보고 플레이하는 공동의 경험을 하고 나니, 느껴지는 것은 비디오게임은 단순한 오락 이상의 매체라는 것이다. 『게임: 행위성의 예술』(C. 티 응우옌, 2022) 이 말하듯, 게임은 규칙과 상호작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행위성이 곧 예술적 경험을 만든다. 플레이어가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행위자로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반응하며 관계를 맺는 순간에 게임은 완성된다. 이번 작업장에서 8명의 작업자들이 경험한 즐거움은 바로 그 ‘행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자 다른 게임을 만들었지만, 서로의 창작 과정을 지켜보고, 의견을 던지고, 함께 플레이하며 관계 맺었다. 심지어 가상과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보다 긴밀하게 얽히고설켰다. 작업장이 마무리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단톡방에서 이어지는 호출과 웃음이 그 증거 중 하나이다.
게임이라는 매체는 결국, 현실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언어라는 것을 확인했다. 가상 공간에서 형성된 느슨하지만 꽤나 진실한 연대감은, 현실에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한다. 그래서 이 경험은 단순히 게임 제작이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관계와 감각을 학습하는 장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최근 인스파이어X하자 데이를 핑계삼아, 디지털창작 작업장 죽돌들을 다시 소환해 ‘오락실 부스’를 열어 8개 게임작품을 다시 한 번 선보이는 자리를 마렸했다. 어찌나 반가운지. 또 이렇게 모이면 꼭 반드시 단체사진을 찍는다. 서로의 얼굴을 굳이 한 프레임에 담아 내 작은 손바닥 손 핸드폰에 고이 저장한다. 그걸 다시 꺼내서 굳이 하자 뉴스레터에도 자랑하고 싶어 글을 쓴다. 이 얼굴들이 올해 나의 봄날 정원이다. 온라인에도 존재하고 오프라인에도 존재하는 나의, 우리의 메타포 정원.
*주의 :작업장이 마무리한여~~름, 그리고갓(가을) 지나미화해쓴 글일 수 있음
:: 글_ 선미(기획2팀 판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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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돌 시점 (시시때대로 기록한) 후기
이 연결감 무엇
이 작업장을 참여하면서 느슨하게 연결된 공동체에서 오는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또래 청소년들과 새로운 바운더리로 엮이는 경험이 어주 특별했습니다.
참여자들의 다양한 색을 존중하며 서로 도와 각기 다른 색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데미안을 만난 싱클레어처럼... 불을 발견한 수렵 채집인처럼... 저의 세계가 넓어졌습니다. 서로의 세계를 나누고 도우며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공동체에 쉽게 들을 수 없는 기획, 또래 작업자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 다양한 또래 작업자들과 함께하며, 개개인의 작업의 세계 또한 넓어졌으며, 추후에 작작업을 계속 같이 해나갈 공동체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이론적인 성장과 작업철학에 대한 밀도 높은 고민들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 기뻤다. 또래 청(소)년 창작자들과 함께 배우고, 돕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회였다.
서로의 세계관과 아이디어를 눈치보지 않고 자유로이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메타포정원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세상에나
8명 모두 각자의 취향과 방식으로 각각 다른 개성이 드러나는 게임이 만들어져서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각자의 게임을 돌아다니며 플레이할 때 행복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게임의 즐거움에 빠져서 웃음이 터졌고, 설렜습니다.
디지털 작업을 처음 해봤는데, 게임에 적용되는 룰을 일상생활에 적용해보며 디지털로서 창작물을 만든다는 게 무구한 상상이 펼쳐졌다.
또 만납시다 : )
미술전공을 하면서 항상 새로운 매체와 재료에 대한 벽에 부딪히는데, 그 벽을 깨고 나갈 힘을 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컴퓨터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도 나의 이야기 방식을 게임을 통해 말해보고 싶다.
기존에는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서 창작에 제한이 있었는데 디지털 창작을 통해서 이를 타파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비전공생으로서 디자인을 내가 해도 되나?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니 그런 생각 없이 냅다 시도부터 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 앞으로도 내 한계를 미리 단정짓지 않으려고 한다.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 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방식이 너무 좋았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 담론을 나누고 각자의 정원에 맞게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그 결과물을 모두와 나눌 수 있는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여기가 사회였으면 좋겠다.
너무 금방 끝났습니다. 연장해 주세요.
3. 스크린 시점 자랑(8개 작품 소개)
메타포정원 입장하기
정원은 특별한 공간입니다. ‘나’를 위한 공간이자 ‘모두’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은 고양이가 쉬어갈 수 있도록 작은 집을 마련해 두고, 또 어떤 사람은 배고픈 새를 위해 앵두나무를 심기도 합니다. 이렇듯 정원의 쓰임새와 구조는 주인장의 목표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은 채, 공간의 안과 밖을 동시에 향합니다.
‘창작’의 과정은 특히 정원을 가꾸는 일과 비슷합니다.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가지를 치다 보면 어느새 꽃과 열매를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요. 이처럼 정원 가꾸기는 나의 색깔과 정체성, 그리고 의도가 투영될 뿐만 아니라 내가 짊어질 수 있는 양의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원하는 목표에 다가설 수도 있지만, 예측 불가한 외부 요인에 의해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결국 먼발치에서 나를 탐구하는 과정이자, 세상에 선보이는 일이 됩니다. <메타포 정원>에 참여한 8인의 청(소)년 창작자는 ‘나의 정원 가꾸기’를 주제로 10주간 비디오게임을 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정원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나의 공간 중 한 부분을 활짝 열어 여러분을 초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이곳은 저마다의 ‘메타포’로 이루어진 나와 모두를 위한 ‘정원’입니다. 모두 환영해요! by 엔젤&새뜻
작품1. 만주(곽아린) <정원관리자 두두 (The Gardener Dudu)>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인류가 멸종한 지구에서 폐허가 된 정원을 가꾸는 두더지 &두두&.
정원의 전 주인이었던 &만주&는 인류 멸종 전 차마 분리 수거통에 넣지 못한 쓰레기(a.k.a 추억)를 정원 곳곳에 방치해 두고 떠나버렸다..
nnn억년 이후, 지구의 토양을 이롭게 가꾸는 두더지가 지구의 주인이 되었고, 두더지인 두두는 멸종된 인류인 &만주&의 정원을 분양 받는다.
두두는 잘 썩지 않는 인류 쓰레기를 혐오하는 인류 혐오자이며, 환경운동가이다.
자신의 정원을 아름답고 푸릇한 식물들로 채우고 싶기에 &만주&가 남기고 간 인류 쓰레기를 이 악물고 치워야 한다.
만주에겐 소중했던 어떠한 쓰레기 조각들을 치우면서, 두두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지만, 쓰레기의 풍요 속에서 살아온 &만주&는 평온하다.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은 있어도 자꾸만 나태해질 뿐이다.
이 거대한 인본주의 세계관 속에 살다 보면, 우리의 생활을 합리화한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물, 무생물들을 손쉽게 도구화 시킨다.
~그러다 인류는 대차게 망했다(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위해, 나는 메타포 정원에서 두두의 시야를 빌려본다.
인간과 쓰레기를 &혐오&하는 두두가 되어보며, 날 가두고 있던 테두리 바깥에서 인류를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쓰레기와 인류를 혐오하면서도, 쓰레기 속 얽혀있는 추억들이 자꾸만 두두에게 스며들게 된다.
과연 만주의 소중했던 &추억&은 두두에게도 어떠한 &기념&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귀찮은 &쓰레기&일 뿐이려나. 이제 선택은 두두의 것이다.
• 게임 조작 방법을 알려주세요.
방향키 (두두가 움직입니다.)
스페이스바 (쓰레기더미와 상호작용 할 수 있습니다.)
좌클릭 ( 쓰레기, 버튼 등을 클릭할 수 있습니다.)
작품2. 라라달라(김재헌) <You Can Never Win>(넌 절대 못 이겨)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어둡고 습한, 관중의 외침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두 캐릭터가 충돌합니다.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원시적 공격성은 문명화된 현재 사회에서 억압 대상이다.
복싱은 달아오른 폭력이 아닌 승리를 위해 차갑게 식은 노력 간의 충돌이다.
링 위에서 경쟁 본능은 전략적사고로 전환된다.
관중의 환호와 BPM 120대의 음악은 원초적 흥분을 유발하며 이는 폭력성과 유사하나 링 위에서 이 흥분은 경쟁을 위한 원동력으로 사용될 뿐이다.
내 앞에 있는 적은 우리로 하여금 명확한 목표이며 이와의 충돌을 통해 스스로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시스템은 상대와의 충돌을 강요하지 않는다.
상대를 무시한 채 관중의 소리와 움직임을 지켜볼 수도 있고 심판의 뒷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일 수도 있다.
(제작 중…)
연거푸 날린 주먹에 상대가 쓰러진다고 해도 우리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중의 시선으로 평가받으며 승패가 결정된다. 표면적으로는 투표가 진행 되지만 시스템은 주인공이 항상 패배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부조리함을 보이고 싶었다.
• 게임 조작 방법을 알려주세요.
wasd키: 이동
shift키: 방어
마우스 좌: 잽
마우스 우: 훅
작품3. 우성(박우성) <TAKE YOUR SEAT>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점심시간입니다. 아무 자리에 앉아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플레이어는 왼손잡이입니다. 옆 사람에게 서로 방해되지 않는 식사를 위해선 자리를 잘 골라 앉아야 합니다.
자리는 아직 많아 보이는데, 당신은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 게임 조작 방법을 알려주세요.
wsad : 기본 이동
마우스 : 시야 조작
space : 점프
작품4. 물고기(박현) <kii.. world>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물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무언가의) 정원.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물고기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정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약간의 흐릿함, 먹먹한 소리가 만드는 아름다움과
부서질수록 빛나는 것들을 담고 싶습니다.
• 게임 조작 방법을 알려주세요.
방향키 조작
< : 왼쪽으로
> : 오른쪽으로
^ : 앞으로
.. : 뒤로
작품5. 퍼핀(사정현) <쿠키 배달부 키키>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키키는 자신의 우울한 언니, 쥬쥬를 위로하기 위해 쿠키를 굽고자 한다.
하지만 베이킹에 서툰 키키에게 쿠키 만들기란 쉽지만은 않다.
키키는 쥬쥬에게 귀여운 쿠키를 무사히 선물할 수 있을까?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오랜 기간 앓아온 섭식 장애로 만신창이가 된 내 식이 생활에도, 꾸준히 나와 함께 밥을 먹어준 이는 나의 언니였다. 한평생을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나누어 먹은 사이라는 당위만으로. 섭식 장애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식탁을 공들여 차려내고, 공들여 씹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언니가 알려주었다.
요리와 베이킹도 물론 언니 덕분에 시작했다. 언니는 아주 단 초콜릿과 강력한 매운맛 그리고 후추 향을 좋아하고, 생강과 비벼진 음식을 싫어한다. 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이런 사소하고 미묘한 취향까지도 공유한다는 것. 언니는 늘 진심을 다해 먹어 주었고, 나는 늘 진심을 다해 만들었다.
서로에 대한 공감과 축하, 위로는 늘 먹는 것으로 했다. 우리는 서로의 상황에서 서로에게 적절한 음식을 알았다. 나란히 앉아 배불리 나누어 먹고 나면 세상에 그다지 커다란 일이 없어 보였다. 다른 식탁을 가진 집으로 떨어져 살게 되면서도 마찬가지다. 전화로, 문자로 서로에게 적절한 음식을 제안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다정을 알고 있다.
언니가 요즘 지쳐 보인다. 그래서 위로해 보고자 한다.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과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게임으로.
• 게임 조작 방법을 알려주세요.
space bar- 이야기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enter - 미니 게임 속 쿠키틀 찍기
※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저희 언니는 정말로… 심연의 게임 오타쿠랍니다. 푸하하
작품6. 디바(전연우) <One way>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점액질로 뒤덮인 이상한 공간에서 눈을 뜬다. 웩. 모든 것이 일그러져 있다.
뛰어본다.
퐁… 퐁…
너무 가볍다.
알겠다 이건 꿈이다!
대명사를 알 수 없는 안내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볼드체로 이탤릭체로 굴림체로 전해준다.
저 높이 멀리 검은 구멍이 있다. 기이할 만큼 그리운 냄새가 난다.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익숙한 오브제들을 밟고 뛰면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앞으로 나아가자.
퐁… 퐁…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게임은 극도로 추상화된 현실이다.
고로 게임에서는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이 주어지고 레벨이 올라간다. 캐릭터의 성장을 가시적으로, 확실하게 보는 데서 쾌감을 얻는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우리는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 어제와 그리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다 보면 그렇게 미적지근하게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속적으로 지나가 버린 후 그저 과거의 어느 시점들을 복기할 뿐이다.
"부곡하와이에서 덜덜 떨며 먹던 핫바는… 최고였지."
"그때 봤던 인형극 비디오 제목이 뭐더라?"
"..."
게임 One way에서 플레이어는 여러 왜곡된 추억의 사물들 사이를 점프해서 한 터널의 입구에 다다른다.
가는 길에 사물을 수집한다. 먹는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긴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당신의 몸에 딱 맞게 점점 변형되는 긴 길을 따라 오직 앞으로만 갈 수 있다.
그 끝에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 게임 조작 방법을 알려주세요.
W: Forward 전진!!! 그리고 너는 변화한다.
S: Backward …돌아가고 싶어?
A: Left 원하는 대로!
D: Right 마음껏!
Space: Jump 퐁…퐁… 몸이 가볍다.
Shift: Dash 넌 정말 빠르게 달리는군.
Enter: 언어
Click: 궁금할 때, 허기질 때… 일단 눌러 보자
작품7. 이헌(조민재) <Love or Wisdom>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뽑아보기 전까진, 뿌리의 모양을 알 수 없다.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있을까? 내가 아는 내가 전부일까? 다른 누군가의 입 속을 들여다본 적 있는가? 머릿속을 간질이는 수많은 잔상 중에 어떤 마음을 숨기고, 혹은 드러내야 할까? 충분히 들여다보고 뽑아 보세요.
• 게임 조작 방법을 알려주세요.
스페이스 - 점프
W - 앞으로 이동
A - 왼쪽으로 이동
S - 오른쪽으로 이동
D - 뒤로 이동
마우스로 카메라 시선 조정, e로 상호작용
작품8. 제리(홍제리) <2025. 06 OPEN>
• 정원을 소개해 주세요.
정체를 알 수 없는 팝업 스토어.
어서 들어와 구경해 보세요, 특급세일 중!
• 어떤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나요?
의류 판매직을 3년째 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텍스처를 조합하고 고객들께 추천하는 재미가 있지만 늘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넘치는 공급 속 수요가 떨어진 옷들이 있으면 할인스티커를 부착해 택갈이를 하고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판매한다. 거기서 종종 할인한다는 이유로 필요하지 않은 옷들을 구매할지 말지 고민하는 소비자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쉽게 버려지는 옷들을 보며 의류를 한시적인 소비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보다 조금 더 길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느 정도가 감당 가능한 소비일까? 가상의 팝업 스토어를 열어 시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