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인터뷰이의 To do list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5년 다섯 번째 하고 싶은 일-기는 '채원'의 이야기입니다. 채원은 하자 청소년이 모여 만든 공연팀 '우주적사랑'에 합류하며 하자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힙합을 하고, 연기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영역에도 관심이 있는 채원의 올해 목표는 "일단 해보기"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확신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채원의 기록을 전합니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채원이라고 하고요. 2005년생, 21살이에요. 요즘 관심 있는 건 제가 느끼는 걸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일이에요.
□ 믹스테입 트랙리스트 짜기 □ 앨범 계획하기
□ 1일 1가사 다시 시작
□ 스케이트보드 다시 타기
□ 연기 더 공부하기!
□ 연극 더 만들어보기
□ 완성된 희곡 쓰기
□ 공연 많이 보러 다니기 □ 학교 수업 잘 듣기 (특히 시 수업!)
□ 하지만 학교 수업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 그걸 향해 달려가기
□ CD 플레이어 새로 사기
□ LP 플레이어 사기
□ 레코드 숍 투어하기 □ 예술 워크숍 많이 참여하기
□ 컨택즉흥 잼 해보기 (신청 완료!)
□ 움직임 관련 활동하기
□ 일기 다시 쓰기 □ 마음가짐 리마인드 목록 더 자주 보기
□ 말조심 생활화하기!
□ 하지만 조금은 더 과감해지기
□ 손편지 많이 쓰기
□ 우쿨렐레 꾸준히 치기
□ 기타 사기!
□ 하고 싶은 건 겁내지 말고 일단 먼저 도전하기 (일단 해보고 나서 겁내도 늦지 않다!) □ 나를 조금 더 사랑하기,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기
□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을 포기하지는 말기
- 하자는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음악가가 하자 출신이라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인스타를 팔로우해 두고 ‘입시 끝나면 여기서 꼭 뭔가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다가 올해 ‘우주적사랑’ 팀에 들어가면서 처음 오게 됐어요.
(‘우주적사랑’은 2025년 3월 하자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팀으로, 지난 8월 15-16일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우주의 사랑도 하트 모양인가요?> 공연을 올렸습니다.)
- 채원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음악을 하시나요?
저는 힙합의 근간에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힙합만 하려는 건 아니고, 그걸 뿌리로 해서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장르보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걸 추구하고 있어요.
- 저는 힙합을 들을 줄만 알아서, 직접 한다는 건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원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초등학생 때까지 들었던 음악은 대부분 사랑 노래였는데 제가 공감하기는 어려웠거든요. 그러다 6학년 때 파자마 파티에서 친구가 우연히 힙합 음악을 튼 거예요. 가사가 너무 솔직하고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이 충격이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이런 거였구나’ 하고 바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 To do list : 앨범 계획하기
앨범을 계속 생각해 왔는데 항상 중간에 엎어지거나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어요. 지금 써놓은 가사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묶어서 앨범으로 낼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가사를 쓸 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정말 많이 달라진 거예요. 그때는 고등학생이었고 반수하면서 쓴 가사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 곡들은 믹스테입으로 내고 앨범에는 지금의 저를 담아보면 어떨까 하고 있어요. 언제 어떻게 만들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런 생각은 늘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업 중
✔️ To do list : 1일 1가사 다시 시작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면서 가사를 많이 쓰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1일 1가사라고 봐도 될 정도로 꾸준히 써서 지금 메모장에 가사가 천 개가 넘어요. 그러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잠시 쉬게 됐고, 지금도 새로운 것들을 하느라 조금 덜 쓰고 있는데요. 그때는 가사를 쓰는 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했지?’ 싶을 정도로요. 그래서 단순히 다시 쓰고 싶다기보다는 그 마음을 되새기고 싶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 지금 문예창작과 재학 중이신데, 실용음악과에 가지 않은 이유가 있어요?
음악을 전공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전공했어도 배울 수 있는 게 많았을 것 같긴 하지만, 당시에는 학교에서 음악을 배우고 싶지 않았고 하고 싶은 걸 제한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철학과에 지원했다가 고3 때 입시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무 대학, 아무 학과나 갔는데 너무 안 맞더라고요. 저는 학교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게 되고, 관심도 없는 걸 배우고 있으니까 우울해지고 자괴감도 컸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과 관련된 전공을 찾다가 다시 입시를 준비해서 문창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 To do list : 학교 수업 잘 듣기 (특히 시 수업!)
전공하면서 시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는데 일단 재미있더라고요. 문창과 수업이 합평식으로 진행되니까 시를 써서 가져가면 학우들이랑 교수님이 읽고 이야기를 해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제 창작물을 읽고 이야기 나눠준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그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합평을 위한 메모
✔️ To do list : 하지만 학교 수업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 그걸 향해 달려가기
학교 수업이 유익하다고 해서 거기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학교보다 훨씬 넓으니까 시 쓰는 것 외에도 넓게 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가 원래 모범생 성향이라 학교에 너무 집착하거나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밖에서 어떤 활동을 했어요?) 예를 들면 우주적사랑 활동이 그랬어요. 연극이나 움직임에도 관심이 많아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려면 학교 밖도 많이 봐야겠다고 느꼈어요.
✔️ To do list : 예술 워크숍 많이 참여하기 / 컨택즉흥 잼 해보기 (신청 완료!)
비슷한 맥락에서 학교 밖 활동을 많이 해보려고 해요. 특히 예술 관련해서 찾아보니 생각보다 기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낭독극 관련 워크숍을 하나 신청할 예정이고, ‘컨택즉흥’이라고 해서 몸이 맞닿으면서 즉흥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임으로 소통하는 워크숍도 해보려고 해요.
동료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우주적사랑을 하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많이 알게 됐거든요. (어떻게요?) 일단 사람들이 너무 따뜻해요. 저희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들이라 제가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았고, 나눌 수 있는 것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저는 현세한테 연기를 정말 많이 배웠고요, 작업을 나눠서 하고 고민도 나누니까 대화나 활동 자체가 다 즐거웠어요.
우주적사랑 연습 중
- 채원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해왔나요?
지금까지는 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힙합에선 주로 자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랑’에서 벗어난 사랑, ‘각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럼 앞으로는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모르겠어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창작할 때 내 손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잖아요. 그게 예술을 하면서 제일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거든요. 기대하면서 만들어서 재밌는 것 같아요.
- 예술이 하고 싶고 또 좋은 이유가 뭐예요?
어릴 때부터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예술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부터요. 예술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도 단순히 리듬일 뿐인데 사람들이 울고 웃잖아요. 연극도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게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요. 그런 건 예술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렇게 인생이 바뀌고 있어서 예술을 좋아해요.
- 연극하니까, 우주적사랑이 지난주 드디어 공연을 했잖아요. 어땠어요?
너무 좋았어요. 사실 막막한 지점이 많았는데 관객분들이 반응을 너무 잘해주시는 거예요. 관객과의 교감이 있는 장면이 연습할 때 가장 어려운 씬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오히려 그 장면을 가장 재밌게 한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많이 웃어주셨고 또 공연 보면서 울었던 분도 계시다고 들었는데, 저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일주일에 거의 5일 이상 연습하면서 준비해 왔는데 이제 끝났다는 게 아쉽고 슬프기도 해요.
우주적사랑 단체 사진
- 채원의 삶의 태도를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 정말 많은데, 하나만 말한다면 ‘나는 내가 천재라고 믿는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말하듯 천재적으로 잘하는 사람은 한두명뿐이고 특히 예술계에서는 더 그렇잖아요. 저는 제가 그 한두명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요. 결과물을 잘 만들어내서 천재가 아니라, 스스로 천재라고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실제로 성과를 낸 적도 많고요. ‘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인 거죠.
✔️ To do list : 마음가짐 리마인드 목록 더 자주 보기
기억하고 싶은 마음가짐을 써놓은 목록이 있어요. 지금까지 24개가 있는데, 힘들거나 막막할 때는 이런 마음이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목록을 보면서 ‘이런 마음으로 해야 즐겁고 건강하게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 리마인드 해줘야 하는 것 같아요.
채원의 마음가짐 리마인드 목록
- 채원의 삶에 중요한 것 세 가지와 각각의 이유를 알려주세요.
사랑: 저는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특히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을 사랑하거나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할 때, 그러니까 사랑하는 일을 할 때 제가 빛나고 있다고 느껴요. 체력도 사랑에서 생기는 것 같고, 사랑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 나갈 수 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믿음: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제가 저를 믿어야 타인도 나를 믿을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공연 준비하면서도 그런 걸 많이 배웠어요. 내가 불안하면 나를 보는 관객들도 불안을 느끼고, 내가 확신이 있으면 그만큼 나를 보는 관객들도 편안해져요. 그래서 일단 나부터 나를 믿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 저는 제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나 자신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가 나를 놓지 않고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하고 싶은 걸 할 것이다’라는 마음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그 마음 덕분에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 To do list : 나를 조금 더 사랑하기,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기
사람이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자신을 사랑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게 참 어렵잖아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거나 어떤 일을 사랑하면 잘 해내고 싶고 잘 보이고 싶어서 스스로 몰아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싫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나를 조금은 더 사랑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면 스스로를 사랑해야 자신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는데, 저는 확신을 가져야 당당해질 수 있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확신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어요?
요즘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게 걱정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제가 가진 시간이나 돈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하나를 진득하게 잘하려면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한데, 그러다 다른 것들을 놓칠까 봐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원래 걱정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이라 새로운 것을 할 때 엄청 많이 고민하거든요. 하나의 선택으로 정말 많은 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할 수 있었는데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해 놓친 것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해요. 생각보다 거기서 오는 좋은 영향이 많아요.
- 지금의 고민과 10대 때의 고민을 비교해 보면 어때요?
제 10대는 전체가 힙합이었어요. ‘힙합적으로 멋있는 건 뭐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음악성이나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은 나 자신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힙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시기였어요. 지금은 ‘힙합적으로 멋있다’는 걸 넘어서 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에게 멋있는 건 무엇인지, 다른 사람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꿈이 있는 친구들과 얘기할 때 항상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조금 더 나은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라고 말하거든요. 예술 쪽이든 다른 분야든 같이 꿋꿋하게 열심히 해서 결국 다같이 행복해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