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3일, 해를 넘겨 오디세이하자 10기의 2학기 학습공유회를 열었습니다. 2024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이들이 항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10기의 마지막 무대 제목은 <불완전하지만 어울리는 소리 – Fmaj7>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만나는 17세 청소년들은 또래와의 관계나 일상을 유지하는 힘내기에서 부침을 많이 겪습니다. 10기들의 1학기 학습 공유회 제목은 '불협화음'이었는데, 그래도 2학기에는 어울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길잡이 교사로 벌써 4년째 청소년을 만나고 있지만, 17살 청소년은 저에게 늘 새로움이자 시도이자 배움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혼란을 가져다주는 17살이라는 존재는 혼란하기에 제가 유연하게 살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도 해보다가 여러 순간 회의하고 찰나의 순간 기쁜 게(^^) 길잡이 교사의 역할인가 봅니다. 길잡이 교사의 역할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정되지 않고 유연하게 흘러야 하는 귀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담담하게 자기 목소리로 자신의 배움을 이야기하는 죽돌들은 반짝거립니다. 이런 순간 역시 길잡이 교사이기 때문에 마주하는 기쁨의 순간입니다. 함께 보내는 일상에서는 치열하게 해내느라 소중함을 모르다가 이렇게 죽돌들이 맺음말을 남기는 때가 되면 함께한 사람, 시간의 귀함을 다시 새기게 됩니다. 종종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치는 죽돌들이지만 지나온 시간이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의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내는 근육을 빵빵하게 안고 어디서든 잘 지내길, 안녕하게 지내다가 또 만나기를 바랍니다.
*죽돌들이 1년간의 오디세이 항해를 마무리하며 남긴 수료 에세이 일부를 나눕니다.
[찬히]
제가 사랑하는 것들에는 많은 것이 있어요. 수료집에도 담긴 이야기지만, 저는 ‘내 의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오디세이에선 혼자 있을 때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게 큰 의미가 되었어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힘들었거든요. 학교에서는 시간이 내 의지대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중학교에서 말이에요. 중학교에서는 제가 학교에 오지 않아도, 수업 시간에 잠에 들어도, 제 시간은 강제로 흘렀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죠. 저는 중학생 때 학교의 활동들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러니 시간만 쓸데없이 흐르는 것 같다고 느꼈었죠. 그런 저에게 오디세이는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오디세이 체험의 날, 저는 그 체험의 날 동안 제 시간을 제 의지로 써나갔어요. 그곳에서는 제가 시간을 쓰지 않으면 주변도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면 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여기선 내가 시간을 써야 흘러가는구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되지 않는구나.’ 하고 말이죠. 제가 그곳에서 저 자신으로, 수업 중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그 경험이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내가 가진 시간을 내가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처음으로 생겼죠. 그리고 내가 되는 방법을 찾고,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깨달은 점은 타인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였습니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영향들을 사랑했어요. 사실 우리는 모두 혼자서는 완전해질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저 혼자 있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그 배경에는 항상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건 제가 ‘직접’ 마주한 사건과 상황들이었어요. 그렇지만 커다랗고 자극적인 이슈 같은 것들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소하게 지나가는 삶들이 그랬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등교해서 먼저 온 친구들과 색다른 인사를 하면 괜히 더 일찍 오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하루 닫기가 늦게 끝나 피곤한 몸으로 집을 갈 땐 피곤하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 사소한 상황들이 저를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매일 같은 일상 속의 작은 변수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알게 되었고, 피곤 속의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치를 알게 된 것처럼요. 그 안에는 항상 주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길잡이들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처럼 성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주변 인물들이 있었던 덕분에 전 제가 됐거든요. 물론 그 지점에서 오는 영향들이 좋지만은 않았죠. 저는 타인에게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강박이 생긴다든지, ‘어떤 점에서 이만큼 하지 못하면 실망하는 것 아닐까?’하는 고민 같은 것들도 생겼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 단점까지 좋아할 정도로, 영향을 받는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생긴 단점조차 제게는 색다른 성장이었거든요. 실망할까 걱정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더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고민하게 된 것처럼요. 저는 영향을 받음으로써 더 잘하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오디세이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어요.
[현이]
일단 오디세이에 오고 나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예를 들면 사회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뉴스를 전혀 보지 않고 살았어요. ‘내가 왜 알아야 하지?’ 이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뉴스를 읽는 게 일상이 되었어요. 뉴스를 보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오디세이에 오니 길잡이들이 죽돌들과 항상 뉴스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제 눈에 정말 멋지게 보였는데 저는 뉴스를 보지 않아 그 이야기에 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정치, 사회 용어들을 배우고, 뉴스를 읽기 시작했어요. 뉴스를 보며 세상에 대해 무지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때부터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디세이에 와서 말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쓰는 용어들이 잘못되거나 나쁜 말임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내가 말하는 것을 생각하며, 화나는 상황에서도 욕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친구들이 욕을 정말 많이 하는데 저는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그 뜻은 알고 쓰는 거야?”라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이 쉽지는 않았지만, 작은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오디세이에서 저는 ‘존중’과 ‘이해’를 배웠습니다. 친구들의 말을 들어주고 수용하며 공감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으로, 오디세이에 들어와서 다양한 책을 접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1년 동안 한 40권의 책을 읽었던 거 같습니다. 뭐…. 365일 중 40일만 저 책을 읽은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작년에는 한 권도 안 읽었던 사람으로서 정말 많이 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휴대폰을 더 안 하게 됐던 거 같아요. 핸드폰 말고 책을 보면서 스마트폰 이용도 정말 많이 줄였던 거 같아요.
[루크]
오디세이가 끝나고 나서 느낀 점인데요. 저는 오디세이에 끝에 도달하며 제가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저에게 어떻게 느껴졌는지도 말이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뜻은 저에게 저 자신의 고삐를 먼저 잡을 수 있다는 뜻인데요. 말을 예로 들어보면 고삐를 잡아야 어디로 가는지 정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저 자신의 고삐를 먼저 잡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다르게 생각하기” 가끔 안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연예인과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폰 배터리가 없습니다. 길거리를 걷는데 누군가와 부딪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신의 잘못도 아닌데 사과를 하지 않고 갑니다. 이렇게 안 좋은 일이 가끔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 5분도 안 되는 시간 때문에 하루를 망칠 순 없습니다.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좋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게 남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이번 10월 여행은 질문으로 여행이 진행되었었는데요. 저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실천을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실패를 두려워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을 이제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자리에 멈춰있지 않기” 한자리에 멈춰있지 않겠다는 건 계속 나아갈 것 아니면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가는 것을 말합니다. 제자리에 있으면 이루는 것도 없고, 잃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