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 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3년 네 번째 일-기는 진로고민이 한창이던 20살 무렵 하자에 와 하자공방에서 많은 활동을 했고, 현재는 문화기획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어린이 작업장(모아모아랩)에서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하와의 기록입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채영이고요. 하자에서는 하와로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23살이고, 요즘은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할지에 관심이 있어요. 저는 문화기획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지금 살고 있는 경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어요. 환경에도 관심이 있어서 요즘은 환경 관련 프로젝트도 하고 있고요.
하와의 To do list
일에 관한 것
문화예술 관련 실무 경험 쌓기
일할 많은 곳을 알아보고, 반드시 '지원'해보기
문화예술과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배움을 얻기
개인 작업과 배움에 관한 것
기록으로 남기기 <책 / 전시 / 영화 / 음악 >
<호박과 여름방학> 개인 작업물 아카이빙 계속 하기
로컬 기획자 및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기록한 '매거진'을 기획하고 발행해보기
일상의 변화와 안정에 관한 것
혼자서 2박 3일 여행 다녀오기 (여름과 가을 사이)
인간관계에 지치지 않도록 육체와 정신 단련하기
일정한 생활의 패턴 만들기
- 취미나 좋아하는 일이 있나요?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짧게 에세이를 쓰는 것도 좋아하고요. 보낼 대상 없이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아해서 최근에는 편지를 써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어요. 아니면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니까 음악 수집하는 걸 좋아해요.
- 보낼 대상 없이 편지를 쓴다는 건 어떤 거예요?
최근에 좋아하게 된 밴드 ‘산울림’의 김창완 님이 예전에 진행했던 라디오가 있어요. 거기에 사연을 보내면 편지로 답변을 해주는 코너가 있었거든요. 그걸 보면서 저도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볼까 싶었는데 막상 편지를 써준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고민이 되는 것들을 놓고 누군가에게 답변하는 방식으로 쓰면 어떨까 해서 최근에 두세 편 정도 써봤어요. 이제 시작한 거라 내용이 많지 않지만 <호박과 여름방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고요. 사랑, 설렘을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 To do: 기록으로 남기기 <책 / 전시 / 영화 / 음악 >
꾸준하게 뭔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3~4개월 전만 해도 꾸준히 일기를 써왔는데 최근에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본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요. 원래는 다른 사람에게 제 글을 잘 보여주는 편은 아니었는데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요즘의 목표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나 봐요. 그리고 “나는 이런 글을 쓰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묻고 싶기도 하고요. 그냥 칭찬만 받고 싶은 건 아니고 발전하고 싶어요. 수정도 해보고 나아지고 싶어서요.
- 기록을 하면 좋은 점이 있나요?
사진 찍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기억이 잘 안 날아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하루를 살면 그냥 날아가는데 기록을 하면 그래도 오늘은 이렇게 살았지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있고요. 기억력이 별로 안 좋은 편이라 어딘가에 써놓아야 안 잊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 일을 할 때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되고요. 그리고 저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인데 머리로만 생각하면 잘 정리가 안 되지만 글을 쓰면 해소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좋아요.
하와의 기록
- 지금 경주에 살고 있다고 하셨는데 지역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수도권의 삶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저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선 서울에서는 일상이 되게 빡빡한 것 같아요. (기반이 없기 때문에) 내가 직접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고, 관계적인 측면도 모르는 사람이 기본이라서 노력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고요. 경주는 반대로 집이 있다 보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고, 가족이 있어서 외롭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을 잘 만날 수 없어서 힘들기도 해요. 대중교통도 너무 다르고요.
문화예술 분야를 생각하면 경주에는 시립 미술관이 없어요. 그래서 거의 개인 화백전 위주로 전시를 하는 것 같아요. 디자인이나 현대미술 관련 전시를 보려면 대구나 부산에 가야 하죠. 독립영화관이 없어서 좋아하는 영화를 쉽게 보기 어렵기도 해요.
그렇지만 ‘황리단길’이 유명해지고 있어서 좋은 카페가 정말 많아요. 근처에 독립서점도 있어서 잠깐씩 여유를 가질 수 있어요.
- 하와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기본적으로는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에요. 살아온 경험상 혼자가 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 항상 누가 있었으면 싶고 또 제가 가진 걸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기도 해요.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돕는 일이 좋기도 해요.
저는 원래 내성적인 편이라 주로 한 명을 깊게 만나곤 했는데 하자에서 활동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또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해서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싶다.’ 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 요즘 하는 고민이 있나요?
저는 제 성격이나 감정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은데요. 외롭다는 감정이나 불안함이 올라오면 잘 해소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서 고민이에요. 사람을 좋아하는 반면에 최근에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어떤 과업을 갖고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 그 부분이 힘들기도 하고요. 사람이 좋은데 싫어지는 때도 있어요. 팀 프로젝트를 거의 처음 해보게 된 건데 팀장을 맡게 됐거든요. 팀장이 되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해야 하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때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팀원들과 거리를 두면서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아니면 취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서울에서 살고 싶지만 주거나 생계 문제가 있으니까요. 또 가장 오래 한 고민은 부모님이 나이가 많으셔서 부모님을 부양하는 일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계속 고민이죠.
- 말씀하신 프로젝트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문화기획에 대해서도 소개 해주세요.
경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기획자 양성 과정이에요. 문화기획과 관련된 교육과 멘토링을 받고 직접 기획해서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예산을 받아서 실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경주 내에서 활동하는 친환경 단체의 활동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환경 단체가 많은데 시민 입장에서 잘 안 보인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문화기획은 여유를 만드는 일 같아요. 생계 때문에, 혹은 경험이 없어서 도전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던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문화 기획자가 할 일 같아요.
✔️ To do: 문화예술 관련 실무 경험 쌓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기획단같은 프로그램에 참여를 해도 좋지만, 인턴처럼 직접적인 일을 경험하고 싶어요.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는 건 많이 해봤기 때문에 실무로 들어가서 일을 직접 보고 싶거든요. 시민단체나 축제, 전시 관련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해보고 싶어요.
✔️ To do: 문화예술과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배움을 얻기
이건 진로도 있지만 제 삶과 연관되어 있어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많은 걸 배우거든요. 최근에 만난 친구가 인권 활동을 오래 했는데 그 친구랑 대화할 때 개인적인 배움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배움이 제가 기획을 하거나 일을 할 때 시야를 넓혀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나 경주의 지역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프로젝트 진행중
- 하와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10대 때와 현재의 진로 고민이 비슷한가요, 다른가요?
10대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어느 대학에 가느냐였던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2, 3학년부터 1등을 하면서 엄청 열심히 달려왔어요. ‘이제 대학에 가면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겠지.’ 하면서 후련하게 졸업했던 것 같아요. 근데 대학에 와보니까 10대 때 공부했던 것들이 남는 게 별로 없었고 번아웃이 왔어요.
그래서 저는 방향을 돌렸던 것 같아요. 하자에 처음 온 것도 진로 고민을 많이 할 때였고, 21살쯤 하자에 오면서 진로를 굳혀나갔던 것 같아요. 하자에서 일하는 분들, 작업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이 사람들과 같이 지내고 싶은데 그럼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어디에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없을까? 고민하던 게 지금 문화기획 쪽 일을 선택한 계기가 됐어요.
이제 하고 싶은 일은 명확해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어른들한테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어떤 일인지 모르시거든요. 그런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그런 고민도 있고요. 또 경주에 있다 보니 지방에 살면서 문화기획자로 살아남으려면 창업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도 고민이에요. 문화 관련 재단이나 기관에는 자리가 많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청년 단체 중심으로 찾고 있기도 해요. 혹은 서울에 온다면 어떤 일을 찾아볼 수 있을지 요즘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싶은 롤모델이 있을까요?
유명한 분 중에서는 김창완 님이요.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고 수수한데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롱런하시는 분이라서. 저는 전에는 불안정하고 예술가적 삶을 사는 사람을 동경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을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언니가 딱 그런 사람이에요. 수수한데 얘기를 나눠보면 단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사람이 롤모델입니다.
- 투두리스트에 일상 관련한 파트를 따로 써주셨어요. 평소 일상을 돌보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안 돌보는 편이라서 돌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는 굉장히 즉흥적인 사람이거든요. 책 보고 싶으면 책 보고 샤워하고 싶으면 샤워하고 그래요. 그러다 보면 해야 하는 일도 미루게 돼서 지금은 일상을 챙기려 노력중이에요.
✔️ To do: 혼자서 2박 3일 여행 다녀오기 (여름과 가을 사이)
아직 혼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데 저는 이번 연도를 쉬는 해로 정했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길래 저도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혼자 가고 싶은 건 독립적인 마음을 길러보고자 해서요. 국내로 간다고 하면 경상남도 남해, 통영 쪽이랑. 강원도 강릉, 속초 쪽 생각하고 있고요. 해외로는 일본에 가고 싶어요. 전에 어떤 봉사 프로젝트 때문에 시모노세키 쪽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마을이 고즈넉해서 힐링하듯이 다녀오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제 주변 친구들한테 들은 고민인데 MBTI로 따지면 J 성향의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목표를 위한 것들을 실천하지 않으면 오는 불안감이 있대요. 근데 저는 그런 목표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잘 살아지거든요. 그러니까 사회가 주는 강박이나 불안에서 벗어났으면 좋겠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자기 꿈이나 목표를 확실하게 정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런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주변에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는데 다들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전하고 싶어요. 저 자신을 포함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