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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계절로 나눴을 때 스무 살은 여름의 시작 즈음이라고 합니다. 볕이 뜨거워지고 잎이 무성해지는 인생의 여름을 맞이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있을까요?
하자마을에서는 매년 스무 살 이상의 청소년을 ‘성년자’로 초대하여 하자마을 성년식을 치르고 있는데요. 올해에도 5월 13일에 <새로운 계절, 우리의 스물>이라는 제목으로 성년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무려 35명의 성년자가 신관 중정에 모여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만의 다짐을 들려주었어요. 그리고 수많은 관객 앞에서 스스로 성년됨을 선언하였습니다. 관객들은 성년자를 축하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화관을 씌워주고 축사를 나눴는데요. 그 현장사진과 함께 성년자가 직접 작성한 ‘성년의 다짐’을 나눕니다.
규현 김규현
길었던 10대가 끝나고 이제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저의 10대는 늘 타인과 비교하며 저의 가치를 매기고 다른 사람의 시선 아래에 저를 두어 자유롭지 못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보다 무겁게 다가오지만 그만큼 저의 자유가 보장이 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는 자유도 좋지만 저에게 더 필요한 것은 제 자신이 독립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믿어줄 것을 다짐합니다.
나우 장예권
제가 성인이 된다면 스스로 다짐한 약속들을 잘 지키며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한 약속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지키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욱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하며 저의 20대를 헛되지 않게 보내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괴정에서 어려워 보이는 일이 있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누리 현유누리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들 합니다.
스무 살까지 살아보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계속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보며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여정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보면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제 자신이 더 좋아집니다.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아도 조금 느리게 걸어가도
때론 넘어지고 주저앉아도 다시 일어나 걸어가고
되 돌아 볼줄 아는 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름처럼 세상을 누리며 지금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며
그 시작을 즐기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다 갈다경
성인이 되고 난 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선택이라는 자유와 책임이라는 무게를 필수적으로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은 마냥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끔은 제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책임을 미루거나 회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최악의 선택이었다 해도, 모두가 나를 탓하고 비난한다 해도, 절대 나만큼은 그런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저는 이때까지의 수많은 선택과 책임 끝에 이 자리에 서있는 저를 정말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다짐합니다.
도도 김현도
도도란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는 게 귀찮은건지 무서운건지, 많은 사람이 선택한 길을 그저 따라가다 보니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학교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술 마시고, “내가 생각한 어른과 지금의 내 모습이 같을까?” 아니면 “아직 내가 어른이 되지 못했나?”와 같은 생각을 종종 하지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오디세이학교에 다녔던 17살에 저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를까?”라는 생각합니다. 그 당시 “어른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에서 그럴싸한 말로 포장만 하며 질문에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질문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했고 그때와 지금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지금의 저는 3년이란 시간이 지나 성년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어른은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지만, 아직 그 책임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나란 사람이 과거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고,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런 어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김현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싫은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이 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도란 권도연
19살 겨울의 저는 자우림의 <오렌지 마말레이드>라는 음악을 돌려 들으면서 20살이 오지 않기를,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미성년의 나이를 넘어 성년이 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은 제가 너무나 미워했던 어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학창 시절 어른들에게 상처를 잔뜩 받고는 그들은 왜 나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지 않았는지 원망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은 어른들을 찾기 위해 큰 용기를 내어 학교 밖으로 한 발자국 나왔을 때에서야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저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데 세상은 이제 저에게 어른이 될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저는 이제 또 다른 상처 받은 저를 위로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하고픈 일도 없는데 되고픈 것도 없는데
모두들 뭔가 말해보라해.
별 다른 욕심도 없이 남 다른 포부도 없이
이대로이면 안되는 걸까
나 이상한 걸까?
어딘가 조금 삐뚤어져 버린 머리에는
매일 매일 다른 생각만 가득히
나 괜찮은걸까 지금 이대로 어른이 돼 버린 다음에는
자우림, <오렌지 마말레이드>
루디 윤하경
스무살, 아직은 어색한 말입니다.
어른이 되기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젠 시간이 흘러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라던 어른이 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제일 어려워했던 일은
제 자신의 실패를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또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해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다시 웃으며 툭툭 털고 일어나 몇 번이고 새로운 배움을 얻어 가겠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룰루 조성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오디세이에서도 수료한 뒤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제 인생은 항상 혼란스러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꾸준하게 나에게 의문이 들었고 어떤 날에는 내 의문을 해결한 채로 어떤 날에는 그저 마음이 복잡한 채로 살아왔습니다.
오디세이를 수료하고 열여덟 살, 학교에 간 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일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스무 살, 딱 1월 1일이 되고 세상이 엄청나게 바뀔 줄 만 알았었고 이제는 꿈을 찾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마주했을 때에 나는 눈앞의 것을 해치우기 급급했고 내가 했던 다짐과 그런 여유를 잊어버린 채로 무작정 달렸습니다. 혼자 생각에 빠져 시간을 보내던 많은 날 중 어떤 하루에 문득 나를 돌아보며 생각에 빠져있다가 깨달았습니다. ‘나 꽤나 목표도 없고 취향도 잘 모르겠고 맨날 혼란스러워하면서 있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잘 살아왔구나~’ 하고 말이죠.
내가 생각했던 삶이 너무나 거창했기 때문에 자꾸만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꿈을 좇고, 나에 대해 정의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만을 고민했습니다. 정작 내가 지금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한 장면을 잊고 산 것이죠. 저는 앞으로 ‘혼란스러움’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스무 살이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하고 답을 찾아가면서 살 것을 다짐합니다. 나를 포함해 모두들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삶이 거창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혼란스러워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만성 윤성만
성년자가 되었다는 걸 체감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 장소에 처음 왔을 때가 그리웠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도 스스로에게 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달려왔던 지금 저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멋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계획에 없었던 좋은 인연들과 우연들은 저라는 사람이 큰 성장을 할 수 있게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주었거든요. 그 외에도 제 꿈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시간이란 게 흐르고 성년자가 되었을 때 저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바뀐 모습이고 성장이 되어 있는 모습이지만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좋아서 시작한 일인만큼 열심히 했고 제가 지쳤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힘들었던 만큼 현재를 살고 있는 전 너무 행복해요.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고, 실력 있는 분들이랑 작업도 해보고, 제 노래를 기다려주시는 사람들도 있고, 그 노래를 인정해주시고 공연에서 초대해주시고 이런 삶이 너무 좋아서 음악과 예술을 포기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전 이런 방식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메이 박혜지
내가 상상했던 스물은 이런 철부지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른들이 그토록 엉망인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된 걸 보니 조금의 성숙은 했나봅니다.
이젠 압니다. 가장 힘든 건 성공한 어른이 되는 것 보다는 좋은 어른이 되는 것임을. 운이 좋게도 스물이 되기 전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 덕에 얕고 깨끗한 시냇물로 흘렀던 나는 가장 깊고 짠 바다로 향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더이상 나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소신있는 형태로, 가장 자유로운 헤엄을 쳤으면 합니다.
어린 내가 꿈꾸었던 어른이 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명철 신명철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에 하자의 식구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하자와 처음 인연을 맺은 날도 열아홉의 여름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가 겪은 삶의 문제를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한 편 만들었습니다. 열기로 가득한 운동장과 교실에서 함께 영상을 만들었던 기억은 제 안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저에게 열아홉은 그동안의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안전한 공동체,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을 보고, 그 찬란함을 쫓았던 시간입니다.
청소년기의 고민들은 성년이 된 후에도 좋은 밑거름이 되어 저를 다양한 실천과 행동들로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큰 전환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학이란 제도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 것에 다시금 불안감을 느끼고, 여전히 이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목격하며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이 세상이 낯설고 두렵습니다.
스물셋이라는 나이에 도달한 지금, 내가 원하는, 주체적으로 그려나가는 삶이 어떤 것일지 다시금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하자의 식구들과 사랑하는 친구들 앞에서 다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어떠한 정상성이나 규범을 따르기보다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겠습니다.
천천히 나아가면서 나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삶을 살겠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마음과 사랑할 시간을 남겨두는 삶을 살겠습니다.
다양한 존재들과 연대하고 죽어가는 지구를 보살피는 삶을 살겠습니다.
나를 가두는 억압에서 스스로를 해방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든든한 삶의 동지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지만, 성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직 인생의 초입에 있는 우리에게는 많은 시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멋지고, 다정하며 굳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세상에는 우리의 빛을 흐리게 만드는 아픔과 어려움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더욱이 있는 힘껏 사랑하고, 나와 친구들을 보살피고자 합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혼란의 시대에서 길을 잃지 않고, 혼자 숨죽여 우는 일이 없고, ‘나 다움’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이 곳에서 여러분들의 얼굴을 보며 굳게 다짐했던, 오늘을 기억하겠습니다.
모찌 모지윤
어릴 때부터 제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의 모습은 ‘스스로 자기 일을 해결하는 멋진 사람’ 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여러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주저할 때도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고민하는 순간들이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조금은 덜 두렵습니다.
앞으로 여러 선택의 순간이 오더라도 지금의 다짐을 잊지 않고 멋진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몽 장예주
나의 작은 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 그저 노을이나 별을 한없이 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노을이 저무는 산자락 너머로만 나가면, 스무 살이 되면 지금보다는 또렷이 나의 생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스무 살 하고도 한 살을 더 먹고, 산자락 너머의 너머로 나아온 지금, 나는 여전히 나의 생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지 못합니다. 노을과 별에게 담담히 ‘이제 안녕’하고 작별을 고하고 싶다가도, ‘우리 조금만 더 볼까?’하고 붙잡는 듯합니다.
어쩌면 내가 스무 살이 된다는 것, 성인이 된다는 것에 과도한 기대를 품었었나 봅니다. 나는 내 몫의 생을 살아내는 것이 아직 너무 어렵고, 꿈이나 책임 같은 말은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내가 한 가지 다짐하려 하는 건, 생이 흐르고 흘러 나를 데려다 놓을 그곳을 열심히 기대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가도, 조금 이상한 길에 들어도 불안해하지 않겠습니다. 걸음을 꾹꾹 내디디며 단단한 발자국을 내보겠습니다. 되도록 가장 느린 걸음에 발맞추어 걷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노을과 별에게 쿨한 작별을 고할 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그럼 그날을 향해 조금 더 흘러가 보겠습니다. 안녕.
무름 권미지
지금의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더디고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용기와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고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일들을 만날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반갑게 인사하고 싶습니다.
흘러가는 시계처럼 달라져가는 풍경에도 내가 있고 주변 사람들이 있을 이야기를 소망하며 계속되는 돌고도는 여정에서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눈치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실수하지 않으려고 고민하다가 끝내 아무말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겸손하고 바르게 보여야 한다는 믿음은 비켜나고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솔직한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주변의 말들이 어렵고 지치고 막막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볍고 단순하게 물어보고 말과 생각을 트여가고 싶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부정하거나 반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과 애매하고 어지러운 우유부단함에 괴로울 때 꺾이지 않는 마음을 바라며 눈과 귀를 막지 않고 다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웃기고 재미있는 말로 장난기가 담긴 어투를 구사할 수 있게 되어 웃긴 재미에 녹는 긴장을 노리며 발 벗고 나서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재미없는 썰렁함에도 불나비같이 살아나기 위해 웃음마법사는 오늘부로 웃음을 양분삼아 자라납니다.
미니 최민희
내가 이렇게나 빨리 어른이 될 줄 몰랐습니다. 아직은 어릴 적 내가 만났던 멋진 어른이 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 어른이 되기에 나는 겁이 많고 지혜롭지 못하며 책임감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 상상 속에 멋진 어른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처럼 닥친 문제에 명쾌한 지혜를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매 순간 조마조마 해하며 걱정하고 예민해지지 않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무례한 태도로 나를 대하는 사람에도 정확한 논리로 문제를 꼬집어주진 못하지만 쭈그러들지 않고 당당해지는 법도 알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내 생각을 설득할 말재간은 없지만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작정 분노하고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할 줄 알고 있습니다.
나 혼자는 잘 살 수는 없고,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내 삶의 정해진 답도 풀이도 없다는 것도 내 시선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겐 폭력일 수 있다는 것도, 당장의 쾌락이 행복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조금 부족할 때도 있고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제법 괜찮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제 고작 스물 된 내가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저에게 세상은 너무 크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배우다 보면 어느샌가 제가 선망하던 그런 멋진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더 열심히 배우고 생각하며 행동하겠습니다.
민트 김민지
느린 내 걸음을 재촉하며
남들만 쫓던 지난날의 나를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하자센터와
판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직도 저는 미숙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좀 더 믿어보려 합니다.
20대를 새롭게 시작하는 저를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바위 김하주
맹목적으로 살아가기보다 나의 삶의 방향성을 찾아보는 것. 가장 경쟁이 심할 나이에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제가 하자에서의 가장 큰 배움입니다.
고1때 저는 다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거 아닌가 불안하고 또 초조했습니다. 친구들이 수학 문제 하나 더 풀 시간에 책을 읽고 있었고, 국어지문을 풀고 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그때는 대안학교 진학이라는 선택에 완벽한 확신을 갖지는 못했지만 20살이 된 나에게 되물어본다면 하자에서의 시간은 인생의 분기점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가치 있는 시간이었고, 방향성을 제시해준 곳이었고, 목표를 잡을 수 있게 해준 곳입니다. 저는 이 목표를 토대로 지난 2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제가 목표를 위해 잘 달리고 있는지 지켜보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벼리 김여민
스무 살이 되고서 원해왔던 자유를 만끽했다. 어느 날은 여행을 떠나기도, 영화처럼 차 없는 거리에 누워 깜빡거리는 신호등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고,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지?”에 대한 질문을 풀어보려 한다.
17살부터 쭉 써온 글들을 돌아보기도, 좋은 어른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평소와 같이 책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가 생각을 정리하던 중에 다짐하게 되었다. 실존주의자가 되어 살아가기로. 10대의 나는 자기기만에 빠져있었다. 자기기만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수많은 내가 되지 못한 나를 보면서 후회를 했다. 실존주의자로 살아가길 다짐한 뒤, 더는 후회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후회를 하게 되었을까?”를 회고했고, 행동과 실천이 빠져있음을 알게 되었다. 머리로는 “이런 게 삶이고, 이런 게 옳은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렇게 행동하고 실천하지는 않았다. 하나 지금은 문제점을 알았고, 조금이나마 가지고 살던 진정성에 대한 욕망을 발전시킬 마음이 생겼기 때문에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진정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책의 문구를 빌려와서 “무슨 일이든 해낼 각오가 된 사람, 자신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변명하지 않는 사람, 강하고 과묵한 사람, 위엄과 존엄을 당당히 지키는 사람, 자신과 타협하기를 거부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바란다는 이유로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기를 거부하는 사람”, 실존주의자가 되어 살기를 20살의 김여민은 다짐한다.
보그 유은주
어느덧 성년이 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청소년일 적에는 어른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할 거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다지 크게 다른 점은 없더군요.
오히려 성년이 되고 난 후 나의 행동에 따르는 책임감과 주어진 일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가끔은 나의 성장에 비해 주어진 책임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고,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지 자책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어쩌겠어, 해내야지.’라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냐면 제겐 아직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꿈은 딱히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취미가 생겨도 금방 질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취미들을 경험해 봅니다.
그렇게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고난과 힘든 일들을 겪게 되겠지만 어쩌겠나요. 다만, 그다지 거창하지 않아도 되고,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앞으로도 내가 나를 위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뿐인 나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붕붕 전창민
해마다 푸르른 새싹이 돋아나고 봄이 오듯 어느덧 성년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싶은 것은?’ 이라는 질문에 ‘밤 10시 넘어서까지 놀아보기’ 라는 답을 생각한 지도 어언 오래 전 일이라 생각하니 실감이 납니다.
오롯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라고 생각이 드니 참 막막하지만 그만큼 자유롭다 생각하니 책임의 무게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이 드네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 라는 다짐을 했던 미성년 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후회하지 않는 날들을 보내자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져봅니다.
상화 백소흔
어른이 되기까지 까마득했던 나날이 지나 어느새 성인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고민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이 지났지만 같은 고민을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하곤 합니다.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가득한 바쁜 나날, 막연한 미래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고 어쩌면 쓸데없는 고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자신을 믿고 살아가기 위한 다짐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갈 저를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 실패할 수도 있고 낙담해도 괜찮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나를 믿자. 살아갈 용기를 가지자!
서로 서주희
어린이와 청소년 시절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다정한 친구, 사려 깊은 이웃, 그리고 무엇보다 떳떳한 어른이 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내미는 손을 모른 체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너무 많은 것을 쥐고 있지 않겠습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용기 있게 손을 내밀겠습니다.
헛걸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헤매며 자라겠습니다.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사랑으로 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깨어진 세상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회복을, 그 해방을 과감히 꿈꾸겠습니다.
열매 없는 어둠의 일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빛의 무게를 기꺼이 견디겠습니다.
(이렇게나 커다란 다짐을 한 것이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힘껏, 그리고 마음껏 생을 누리며 살아가겠습니다.
서연 / 이서연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수없이 다짐해왔습니다. 좋은 어른의 의미는 모두에게 다르고 기준이 모호하지만, 마음으로는 알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 시대는 혼자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으로 관심을 가지면 오히려 시선을 집중 받기도 합니다. 혼자서도 잘 사는 것... 다른 이에게 칭찬받을 만큼 너무나 특별하고,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남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저 역시도 영향을 끼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합니다. 그 영향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결코 부끄러운 삶은 아닐 거라고 예상해 봅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과하게 신경 쓰고, 반응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자극과 감정을 느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나와 주변인을 위해서 사랑을 베풀고, 부지런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 다짐합니다.
소월 김소월
얼마 전 일기를 쓰며, 계획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이 미래를 정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계획에 갇혀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니 답답한 느낌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껏 계획 세우기와 실천하기를 만족할 만큼 해본 적이 없기에 꼭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 계획을 잘 실행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또한 여러 소속을 떠난 후 과거에 배웠던 걸 까먹고 실수를 반복하거나 완전히 잊어버리는 일이 생긴다는 걸 느꼈습니다. 소중했던 배움과 경험은 앞으로의 저를 만들 것이기에 잊지 않고 기억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저의 다짐은 지금껏 소속해 있었던 모든 곳에서의 배움을 되새기는 일도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분명 저의 다짐들은 미래의 경험 속에서 보완되고 변하게 될 것입니다. 집 인테리어는 바뀌어도 집의 틀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저의 다짐이 변하게 되더라도 제가 살아있는 생명임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짐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제일 먼저 기억하며 스무 살 잘살아 보겠습니다.
시넬프 신예지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어리고, 여렸던 아이는 잠에서 깨면 어른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항상 되기를 소망했던 어른이 되었음에도
아직 제 눈에 비친 제 모습이 영원한 아이처럼 보이는 것은,
영원한 내일은 없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요.
다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을 살아갈 나란 사람은
과거의 제 모습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살 것임을
약속할 수 있길 늘 소망합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얽매이는 제게
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혼자 모든 고민을 끌어안고 아파하던 제게
견뎌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제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장 사랑해야 할 나를 아끼지 못했던 시간보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어진 김어진
새로운 계절, 성년으로 다짐합니다.
사랑할 용기와 사랑하지 않을 용기를 키우겠습니다.
보이는 것 너머의 힘을 믿겠습니다.
모두가 더 존재할 수 있도록 같이 나아가겠습니다.
울고 웃는 것에 솔직해지겠습니다.
막중한 책임과 적절한 도망 그 어디쯤에서 살겠습니다.
웃음을 잃더라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앙큼하고 발칙한 자세는 언제나 장착하겠습니다.
나와 당신이 모르는 것을 존중하고 함께 헤쳐 나갈 것입니다.
많이 듣겠습니다.
그리고 많이 말하겠습니다.
당신을 돌보며 당신께 돌봄 받는 존재가 되겠습니다.
깊게 슬퍼하되 매몰되지 않겠습니다.
하늘을 자주 보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반복의 천재가 되겠습니다.
세심한 사랑으로 변화에 동참하겠습니다.
여유 문요셉
우리는 인생이라는 항해를 떠납니다. 항해 도중에는 폭풍우를 만날 수도 방향을 잘못 잡기도 합니다.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닙니다. 가다가 천국 같은 섬을 만날 수도 아무것도 없는 바위섬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폭풍우를 만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세차게 내리는 비는 마실 물을 주고 값진 경험과 함께 그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테니, 강한 바람은 방향을 잘못 들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도 합니다. 천국 같은 섬에서 너무 안도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오만과 방심을 심어줄 겁니다. 바위섬 위에서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면 그곳이 천국 같은 섬이기도 합니다.
아직 배가 출항한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어디에 있나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항해한 길을 돌아가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한 가지, 멈춰있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잠깐의 휴식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항해할 것입니다.
온린 유예린
성년이라는 말이 낯섭니다. 나에게는 여전히 열한살의 나도, 열넷의 나도, 열다섯의 나도, 열여덟과 열아홉의 나도 함께 머물러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다짐문을 작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년이 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허공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저에게 다짐이라는 말이 어렵게 다가와, 그저 오늘의 내가 뱉을 수 있는 진실한 언어를 꺼내 보려 합니다.
‘나’ 안에는 수많은 존재가 삶을 가지며, 그 존재들이 나를 지탱하며 살아가게 하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 어떠한 순간도 영원하지 않으니, 이 사실에 위로를 얻어 침식되지 않는 삶으로 흘러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을 다시 보는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를 응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누구보다도 나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존재들이 무사히 성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노 전은서
아직은 제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2라는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아직은 1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10대 때 매년 꿈꿨던 그 수많은 계획들이 무색하게 벌써 제 멋대로 가고 있는 나의 20대지만 나 또한 제 멋대로 살기위해 내 자신을 믿으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이서준 최정현
제 자신을 스스로 어른이라고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득 스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늦은 시기에 진로에 대해 방황하는 시기가 찾아와버렸더군요. 이런 걸 번아웃이라고 하던가요.
잠시 이 혼란한 시기를 지나가는 저에게 “당장은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문스에 참여할 때처럼 다시 목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록 당장 지금은 어려울지 몰라도, 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고 즐거운 10대 후반을 만들어준 하자센터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앞으로의 20대를 잘 살아가보겠습니다, 꼭 다짐하겠습니다.
이서진 김서진
저는 얼마 전까지 사회 운동을 하면서, 사회 구조적 문제의 근본 원인인 시스템을 보지 못하고, 시스템이 세뇌하는 대로 개인을 혐오자로 낙인찍었습니다.
이런 실수와 실패를 했던 제가 부끄러워서 한 때는 활동을 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수와 실패와 잘못은 다른 것임을 압니다.
잘못은 하지 않되, 실수와 실패는 두려워하지 않고, 했던 실수와 실패는 고쳐나가며 용기 내서 사회운동을 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동물해방공동체 직접행동DxE, 새벽이생추어리,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W31 에서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고, 책임감있게 더 많은 의견을 내고, 선의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자본주의와 축산업 카르텔 등의 부정의한 시스템을 한 세대 안에 철폐하도록 하겠습니다. 투쟁!
만 20세 이상이 되었지만, 만 20세 미만일 때 겪었던 나이차별을 잊지 않겠습니다. 법적 어린이로서 겪었던 차별과 혐오를 기억하며, 법적 청소년 당사자로서, 나이차별로 굴러가는 시스템에 저항하며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또한 법적으로 비-어린이, 비-청소년이 된 후에도 변하지 않는 태도로 나이차별로 굴러가는 시스템을 철폐하기 위해 싸워나갈 것입니다. 투쟁!
저는 그동안 부정의한 사회 구조와 그에 세뇌된 개인, 그리고 제 양극성 장애 때문에 항상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격받을까 두려워 항상 말 하기를 어려워했습니다.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을 알기에 의견을 내려고 노력하면서도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앞으로는 용기를 가지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괴로워하지 않으며 해야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을 선의를 가지고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재재 정재희
드디어 나는 스물의 봄에 도착했습니다.
혼란스럽던 열일곱을 지나 인생 가장 큰 성취감을 맛 본 열아홉까지, 하자에서의 시간은 깊게 스며들어 지금 나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상상으로만 그리던 나의 스물이 푸른지, 어쩌면 더 흐린지 나는 아직 가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스물의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고민을, 낯선 일들에 대한 도전을 나는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좌절하고 무너지며 단단해지는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자신을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내가 만들어갈 나의 이십대가 그 누구보다 찬란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찬민 김찬민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시간이 지난다는 것.
나에게 그 시간 동안의 경험이 쌓인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 시간의 경험을 먹는다.
시간만이 지난 것 같은데 나도 벌써 성인이 되었다.
어른이 되는 초입에 들어섰다. 성인이 될 나이를 먹었다.
나는 성인이 될 만한 충분한 경험들을 먹은 걸까?
이제 성인이 되며 책임을 함께 먹어 갈 것이다. 그 책임이라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하겠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을 도울 것이다.
앞으로도 시간이 지나며, 나이를 먹으면서 지난시간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나이에 필요한 경험의 양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내가 먹는 그 시간이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부식시키지 않기를, 다양한 경험으로 좀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멋있는 어른이 되어가기를 바란다.
치치 정희율
눈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말 것.
그 장애물은 날 두렵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 뒤편,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지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있는 것일 뿐.
일어나지 않은 일을 굳이 생각하여 힘들어하지 말고,
원하는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것,
그 누구보다도 여기까지 달려온 나를 두 팔 벌려 사랑해 주자!
퍼핀 사정현
성년이 되어버린 것은 오롯된 나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여러 시간을 버텨 마침내 성년이 된 것은 분명 나의 노력이었다고 믿습니다.
끝내 버텨낸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흐른 시간들을 자주 뒤돌아보며 제 앞에 던져질 시간들을 가능한 길게, 건강하게, 또 명랑하게 살아내겠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과 친구하며, 지구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혐오와 폭력에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피로하더라도 기꺼이 늘 날이 선 마음으로 존재하겠습니다. 내가 가진 용기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거창한 힘은 아니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가 “세상 속에서 숨 쉬는 이유에 보답하겠습니다.”
오래오래 성년된 마음으로 위의 문장을 감히 다짐해 봅니다.
인용한 문장은 밴드 ‘Bump of chicken’의 <クロノスタシス, Chronostasis> 가사에서 부분적으로 가져왔다. 인용된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大それた力じゃなくていい 君のいない。 世界の中で。 息をする理由に応えたい。”.
:: 글_ 2023 하자마을 성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