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과 진로에 대해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요즘 어떤 고민이 있고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To do list 를 적어보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제가 대학생인데 지금은 방학이라 그날그날 일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해요. 무슨 일정이던간에 하나의 일이 있으면 그 전에 자투리 시간을 멍하게 쉬면서 보내는 편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너무 바빠게 살았어서 일이 닥치기 전에는 그 일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있어요. 애인이 주로 주말에 시간이 나서 주말은 비워놓고 평일에는 가까운 사람의 일정에 맞춰서 일정을 짜고 보내는 편이에요. 운동은 평일에 해요.
Q. 어떤 운동을 하나요?
복싱을 일주일에 두 번 하고 있어요. 닌텐도 스위치 복싱이 재밌기도 했고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다녔는데 제 성향과 잘 맞더라고요. 평소 생각이 많아지는 편이라 격렬하게 뛰고 나면 몸에 쌓인 긴장이나 생각이 떨쳐지는 것 같아요.
✔️ 내 몸의 변화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보기
보통 몸이 아프면 고쳐야 된다고 하잖아요. 몸이 삐뚤어졌으면 문제라고 생각하고. 저는 몸은 사실 계속 변하는 거고 섬세하면서도 능동적인 거라고 생각하는데. ‘변화의 월담’이라는 대안 체육 워크숍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됐어요. 전에는 늘 자세를 억지로 펴려고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억지로 노력하면 오히려 몸이 망가질 수 있더라고요. 몸이 아프면 왜 아픈지 찬찬히 생각하면서 거기에 맞는 흐름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긴장하거나 아파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사람이 괴로운 이유는 ‘원치 않는 걸 거부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 생각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프면 ‘지금 아플 수 있지.’ ‘성격이 원래 그런데 그럴 수 있지.’ 해주는 게 저를 아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Q. 하륜은 <한평 공원 프로젝트>나 <놀사람> 활동 등 외부 활동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평소 관심사와 관련된 프로젝트 정보는 어떻게 찾나요?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하자센터나 무중력지대, 혁신파크 같은 청(소)년 관련 센터들의 공고를 가끔씩 봐요. 저는 책모임 <이책아> 활동도 하고 있는데 멤버들이 가끔 좋은 걸 공유 해주세요. 그럼 하고 싶은 건 해보기도 하고요. 일단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Q. 한평 공원 프로젝트에서는 무엇을 했나요?
컨셉 디자이너를 모집해서 들어가게 됐어요. 공원의 모습을 완성하는 프로젝트였는데 공원을 만드는 전 과정 논의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제가 팀에서 유일하게 대학생이고 나이도 어린 편이어서 나서서 뭘 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이미 할 수 있는 분이 있으니까요. 만약 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도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많은 걸 하지는 못했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어른의 세계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기억에 남는 건 벽화 디자인을 맡아서 했어요. 그게 저한테는 희망을 준 경험이었는데요. 공간에 내가 생각하는 모습을 구현해서 제가 디자인하고 생각한 바가 현실로 옮겨졌을 때 좋았어요. 그리고 그걸 옮기는 과정에서 페인트칠을 해주신 팀이 있었는데 협업으로 뭔가 완성하는 게 중요하면서 대단한 일이다. 그런 걸 느꼈어요.
구세군 한아름 센터에 조성한 한아름 한평공원 벽화
Q. 진로와 관련한 고민이 있나요?
저는 10대 때는 매우 계획적이었고 성취욕이 높아서 불도저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조급한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점점 지치고 힘들고 아프고 그랬거든요. 성인이 되고 나서 대학 자퇴를 하면서 성취를 내려놓은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쉬는 시간을 보내도 ‘생산적인 걸 해야지’ 하잖아요. 그것조차 버리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 제가 춤 추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어린이들과 대화도 해보면서 매너리즘도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기
제가 머리가 논리적으로, 계산적으로 잘 돌아가는 편이에요. 그게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도움이 안 될 때가 더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 없이 ‘그냥 자극에 반응하는 전기신호처럼 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뭐가 일어나는지는 보면서. 너무 판단하지 않으면서. 그래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게임 기획하고 제작하기(디지털)
다 내려놨을 때도 이것만큼은 이루고 싶더라고요. 중학교 때 졸업작품으로 게임을 만들어봤었어요. 넷마블 게임 아카데미도 가봤고요. 저는 배움에 욕심이 많아서 새로운 기술들도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았고, 앞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조경 공부를 게임에 접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틀 안에 갇히지 않고 배운 것을 활용해서 가상 세계나 문화 관련된 것과도 결합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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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중학교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게임(팀 작업)
4: 친구 생일 축하를 위해 만든 텍스트 게임
☐ 아버지와 합작으로 연주/작곡하기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기타를 치셨어서 곡도 만들고 그러시거든요. 아빠가 중국인이신데 중국에서 일하고 계셔서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어릴 땐 아빠와 안좋았던 순간이 많았는데 이제 제가 벌써 성인이 됐고 그때 안 좋았던 건 지금 기준으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이 돼요. 그래서 지금 소통한다면 예술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 두근거리는 도보기행하기
걸을 때는 풍경이 이동하잖아요. 산이 거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비현실적인 느낌인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럴 때 행복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걷고 풍경 보는 걸 좋아하는 것만큼은 진짜인 것 같다. 그걸 하면 나는 행복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도보여행을 꼭 해보고 싶어요.
Q. 진로에 대해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저는 되게 단순한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완성된 진로 계획이 아니라 요즘 몸 상태가 어떤지? 사실 사람들이 그런 걸 가볍게 넘기고 다른 일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 이유가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장도 없고 공간도 없어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많이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진로 고민도 거창한 게 아니라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해야 할지가 고민인데요. 저는 살면서 제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뒤섞이는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뭔가를 원하도록 만드는 데 그걸 떨치고 자기가 진정으로 자기만의 호흡으로 갈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러려면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 그런걸 섬세하게 감각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