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돌 노트>는 하자센터에서 '판돌(판을 만들고 돌리는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 판돌들의 커리어와 일터로서의 하자에 대해 이야기 나눈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2021년 1월에 입사한 신입판돌 산들입니다. 산들은 운영부 경영기획1팀에서 하자의 수입과 관련된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하자의 회계 담당자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신입판돌이 바라보는 하자는 어떤지 산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드립니다.
들어가기 전에
- 하자에서는 보다 수평적인 소통을 위해 본명/직급 대신 하자 이름(별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판돌 노트 기획자 편 - 산들
#운영부 #경영기획1팀 #회계 #수입 #세무 #별명문화 #신입판돌 #판돌의회
안녕하세요, 산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자 이름 산들이고요. 10개월 차 판돌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경영기획 1팀은 운영부 소속이고 예/결산, 세무신고, 법인카드, 인사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여기서 수입, 세무, 법인카드 관리, 공문접수와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산들이라는 이름은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 산들바람이란 이름을 많이 써서 (웃음) 또 중성적이면서 쉽게 불릴 수 있는 이름인 것 같아 그렇게 지었어요.
하자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하자를 소개해주세요.
하자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특화시설로서 청소년들의 진로와 관련된 일을 중점적으로 하는 곳이죠. 공식적으로는 그렇고, 보통 편하게 설명할 때는 내부 분위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해요. 청소년 센터에서 닉네임을 부른다는 게 흔치 않잖아요. 입사하기 전에는 별명이 내부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별명으로 부르면서 수평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회의나 평소 이야기를 할 때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산들은 다른 청소년 기관에서도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하자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역사교육을 공부했어요. 청소년 시기에 진로를 선택할 때 꿈, 적성 이런 것보다는 교사가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임용고시가 경쟁률이 정말 높아요. 특히 역사 과목은 정원도 많이 없죠. 그래서 공부를 하다가 진로를 바꿔서 청소년 기관에서 수입 일을 하게 됐어요. 서울에 청소년 센터가 34곳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전에 일하던 곳은 재정 자립도가 높은 편이었어요. 즉 청소년/시민 대상으로 교육이나 생활체육 사업을 하면서 창출한 수입으로 인건비나 기타 비용을 감당하는 곳이었는데, 작년에 코로나19가 오면서 직격타를 맞은 거예요. 그래서 그곳에 더 있을 수 없게 되어서 다른 청소년 센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알아보다가 하자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럼 그때 하자를 처음 알게 되신 거네요. 하자의 첫인상은 어떠셨어요?
첫인상은 처음에 홈페이지를 봤는데 진로 관련 프로그램이나 작업장학교를 보면서 '청소년이 사회에 나가서 먹고살 수 있는 진로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곳 같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면접 볼 때 자기소개 PT를 하잖아요? 제가 갔던 다른 곳에서는 그냥 면접을 봤는데 공개 발표는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판돌을 뽑을 때 꼼꼼하게 보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채용 인터뷰는 어땠나요?
자기소개 발표를 해야 하니까 올 때 긴장을 많이 했어요. 지원자 네 분이 있었는데, 발표가 선택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다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면접 보기 전에 문자를 받았는데 복장은 자유라고 쓰여 있어서 그걸 해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웃음) 홈페이지를 살펴보면서 여기는 서로 별명으로 부르고 자유로운 곳이구나. 그럼 정장이 아니라 진짜 자유롭게 입고 가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결국 청바지와 자켓을 입고 갔는데, 다른 분들이 새까만 정장을 갖춰 입고 오셔서 진짜 엄청나게 긴장했던 기억이 나요.1)
1) 2021년 11월 현재 채용 인터뷰는 다대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는 정장을 입고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
하자 판돌들은 명함 만들 때 6가지 디자인 중에 고를 수 있잖아요.2) 산들은 어떤 그림을 고르셨나요?
명함 디자인이 6개나 있잖아요. 한 번 고르면 수십장 나오는 거라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족 단톡방에 올렸어요. (웃음) 가족이 6명이 있는데, 4개 시안으로 투표를 받았어요. 1번이 무난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죠. 한두 명이 아 이건 절대 안 된다며 우겼지만 다수결로 1번을 하게 됐어요.
하자가 다른 청소년 센터보다 회계 담당자가 많은 편이에요. 보통 지출 1명, 수입 1명 이런 식이거든요. 하자는 예산 규모가 크고 재원이 다양해서 회계 담당자가 여러 명이고, 세분화되어 있어요. 먼저 예/결산, 그리고 하자는 특히 서울시와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외부 대응 파트가 있죠. 또 지출과 회계 마감 파트가 있고요.
제가 하는 게 수입 관련이에요. 수입이 들어오면 처리하는데, 매달 해야 하는 것도 있고 분기별로 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세무 일정에 맞춰서 신고하기 전에 검토하고, 신고/납부까지 하고 있어요. 그리고 법인카드 관리도 하고 있고 하자에 들어오는 공문을 각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것. 또 가장 중요한 것! 급여 산출/지출도 해요.
하자에서 회계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회계 파트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텐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확성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중요한 점도 많지만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숫자 보는 일이기도 하고 그게 기관의 신뢰와 연결되거든요. 작은 실수라도 외부에서 볼 때는 이 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곳인지 그런 것과 연결된다고 많이 느껴요. 그래서 실수에 대한 부담에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는데 업무 자체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 일과 붙어있는 거라고 생각하죠. 하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하고요. 반은 익숙해지고, 반은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회계업무를 잘하는 팁이 있을까요?
팁이요? 특별한 팁은 없지만 이전 서류가 쫙 있으면 작년에 어떻게 했지? 재작년에 어떻게 했지? 서류보관함을 열어서 꼼꼼하게 봐요. 또 하자는 '슬랙'이라는 내부 메신저를 쓰고 있잖아요. 저는 슬랙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키워드로 검색하면 예전 자료들이 쫙 나오니까요. 종이 서류철과 달리 슬랙에서는 자료와 함께 팀원들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대화로 남아있잖아요. 훨씬 이해하기 쉬웠어요. 거의 슬선생님 (웃음) 진짜 보물창고예요. 다 나와요.
그럼 회계업무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뭘까요?
자질은.. 꼼꼼함? 한 번 본 것을 두 번 세 번 다시 볼 수 있는 지루함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늘 새로운 걸 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우리 일은 주어진 자료를 끈기 있게 보고 또 지난달에 본 것을 계속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끈기가 있고 꼼꼼하고 정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일을 할 때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자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세요?
저는 입사를 1월 2일에 했는데요. 그때가 사무실 이사 날이었어요. 첫 출근이니까 어떻게 인사하지 하면서 왔는데 책상이 없고 거의 전쟁터였어요. (웃음) 짐이 다 흩어져있고 오늘 이사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입사 첫날인데 누가 열심히 안 하겠어요. 뭐든지 열심히 할 마음가짐으로 갔는데 하필 몸 쓰는 일을 해야 했죠.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찼어요. 제가 일할 자리를 제가 만든 기억이에요.
슬랙에 기록된 산들의 첫출근 첫인사
어려웠던 순간도 있으시겠죠?
아무래도 초반 4~5개월까지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요. 특히 하자는 다른 센터보다 재원이 많고 쪼개져 있다 보니 그런 걸 파악하는 게 어려웠어요. 재원이 쪼개져 있으면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거든요. 그런 걸 익히고 익숙해지고 하는 순간이 제일 어렵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곳에서 처음 일을 하면 모두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또 저는 사람 때문에 힘들거나 그런 건 없었는데 그건 하자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른 판돌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그런 점이 참 좋았어요. 회계 담당자가 여러분 계시니까 물어볼 수도 있고요.
산들은 판돌의회3) 분임장이기도 하신데. 분임활동은 어떠세요?
될 줄 몰랐는데 저를 뽑아주셔가지고. (웃음) 분임장의 역할은 분임모임을 할 때 모임을 주관하고 이야기 주제를 먼저 던지는 것 정도니까요. 우리 분임은 톨릭, 후멍, 재은, 귤양, 저 이렇게 있는데요. 사실 제가 평소 본관에 있으니까 신관에 있는 판돌들은 잘 못 보잖아요. 근데 분임 때마다 한 번씩 모여서 이야기 나누니까 확실히 가까워지기도 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3) 판돌의회는 총 5개의 분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팀을 넘어 4-6명의 판돌이 모여 하자의 주요한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월 1회의 분임회의에서 모아진 의견은 각 분임의 대표인 대의원 5인과 부장, 센터장, 인사팀장이 모인 대의원회에서 공유됩니다. 판돌의회가 더 궁금하시다면 (링크) 여기서
하자 일약속4) 중에 맘에 드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약속이 처음 정해졌을 때는 '분명하자'가 제일 중요하고 마음에 들었어요. 근데 이번에 일약속을 다시 확인하니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뀌었어요. '하하하자'. 웃으면서 하자.
분명하자는 이제는 중요하다기보다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일은 일이니까. 분명하게 하고, 일은 일답게 해야죠. 근데 그러면서 한 10개월 정도 일을 해보니까,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근데 운영부 사무실에서 가끔 일 외에 잡다한 이야기하고 웃을 때가 있어요. 그때 무거운 공기가 탁 풀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순간들이 있어요. 일을 오랫동안, 효율적으로, 또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웃으면서 일하는 게 필수라는 걸 느꼈어요.
저는 본관 204호요. 거기서 도시락을 자주 먹어요. 사무실 바로 옆 방인데 거기만 건너가면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또 어제 드라마 뭐봤냐 이런 사적인 이야기도 하고. 하자가 카페처럼 공간이 다 예쁘잖아요. 그래서 확실히 편안하게 쉬는 느낌이 나서 좋아요.
또 본관 1층에 하품방도 자주 이용하진 못했는데, 가끔 휴식이 필요할 때 잠깐씩 누워서 쉴 곳이 있으니까 참 좋다고 생각해요.
예쁜 구석이 있는 하자 공간
마지막으로, 판돌로서 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판돌이 되면 좋을까요?
일단은 의사소통이 원활한 분이 일하기 편하실 것 같아요. 회계가 정해진 것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고 기획부랑 같이 일하는 거잖아요. 처음 맞닥뜨린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걸 어떻게 할지 같이 소통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분이면 편하지 않을까요. 저는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일하는 것도 빨리 익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