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식
종소리는 조심스럽다 남의 인생을 끝내 버릴까
멈추지도 않고
정확한 때가 올 때마다 끝내지 못한다고
믿고 싶었다 종소리는
의심스럽다
햇빛을 가린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봄바람
반 아이들의 질서처럼 느슨하다
책상에 몸을 파묻으면 눈에 띄지 않을 거야
자는 척하는 아이들의 무심함과
옆자리에 몰려있는 웃음들 속으로
없어질 거라
발끝에 겨우 걸친 슬리퍼에 들어오는 아직 찬 공기
떨어질 듯 말 듯
움직이지 않아도
여기를 지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아이들이 한가득한 운동장 같아
우리가 달리고
발에 치인 모래들이 끝없이 공중에 떴다가
흥미를 잃은 듯 힘없이 떨어진다
발길질이 끝나면 매겨지는 각자의 점수
싸움은 복잡해졌지만 늘 아무것도 아니었고
죽음을 무릅쓴다는 건 용기를 가지는 것과 다르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난
책상의 모서리에서 넘어졌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우리가 다 아는데
관심이 많은 세계를 잘 알지 못해
교실이 너무 많고 밝다
얼굴이 무거웠다
학교는 시작되었지만
종은 다음 아이의 인생을 가늠한다
학교를 다닌다면 겪을 수 밖에 없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폭력성과 부조리, 위계를 가시화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그 시간을 넘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시_ 유월(2021 하자 뉴스레터 청소년 에디터) 수영을 하며 삽니다. 수영장에선 무거운 물살 속에서 열심히 헤엄쳐요. 술과 시, 사람들과 함께일 때 기쁨이 넘칩니다. 영화 속에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