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집에서는 이번 서울청소년창의서밋(이하 ‘서밋’) “변화 바람, 응답 바람” 에서 ‘일상에서의 변화‘를 주제로 되살림장을 기획, 운영했다. 참가팀으로 하자백스, 허브텃밭단 등 기존에 계속해서 하자를 오갔던 팀들과 어린이팀들을 모집하여 준비했는데 아쉽게도 토요일 태풍으로 인해 생각만큼 사람이 많이 오가지는 않았다.
처음 되살림장을 준비하면서는 준비하는 우리도 즐기자는 것을 목표로 시작해서 작당모임 채식 한 접시에 비건분식집을 부탁하기도 했고, 서밋 동안 텀블러 대여소를 운영하는 계획을 짜기도 했다. (이번 서밋에서 내 목표는 '진정한 멋쟁이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라는 문구를 유행시키는 건데 조금 실패한 것 같다.) 처음에 고민은 '서밋 참가자들이 어떻게 되살림장에 발을 멈추게 할지'였다. 우리가 좋은 것을 많이 준비하더라도, 이걸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테니까.
서밋 콩알이를 아시나요?
그래서 기획하게 된 것이 '포토존'이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변화를 위한 문구를 적은 다음 그것과 함께 사진 찍고, 그 피켓들을 중정에 걸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서밋 포스터에 있는 캐릭터 '콩알이'를 따와 얘네는 귀여우니 이 애들이 잔뜩 있으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질 거라 생각해 그렇게 포토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더 커져서 콩알이들을 잔뜩 만들게 됐는데 만들면서 계속 든 생각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생각 하나와 작업장학교에 다녔을 때 만들었던 그 많은 피켓과 오브제들은 그만한 인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지나다니며 도움과 응원을 준 하자마을 주민들, 특히 서밋 직전에 제일 큰 도움을 준 목공방의 이름 정말 고맙습니다.
완성된 포토존은 귀여웠고, 둘째 날은 태풍 때문에 사람들 발걸음을 멈추는 것은 실패했지만 내가 계획했던 것을 직접 구현하는 과정은 힘들고도 즐거웠다.
어떤 변화의 바람을 느꼈을까?
되살림장도 마찬가지였다. 태풍 때문에 급하게 실내로 자리를 옮기고, 진행하게 되니 손님이 별로 없어서 우리끼리 왁자지껄하고, 장사가 망했다며 점포정리(부스정리)하는 어린이들에게 조금 미안해하기도 하고 슬쩍 빠져나와 채식 떡볶이를 먹고 벌크에서 큐브를 만드는 일도 정신없어서 피곤하기도 하고, 즐거웠다.
되살림장을 마무리하며 조금 걸리는 것은 그래서 우리가 되살림장을 계획했을 때 전하고자 했던 ‘변화 바람’은 사람들에게 잘 전해졌을까? 하자백스에서 플라스틱-프리를 말하고, 동물성 소재 옷 나눔과 채식떡볶이를 나눠주며 비거니즘을 이야기했다. 되살림장의 이야기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고 오늘은 장바구니를, 텀블러를 챙겨갈까, 채식을 해볼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으로 남았다면 기쁠 것 같다.
:: 글_ 산하(살림집 PM)
그럼에도 오순도순 나를 살리고 뭇 생명을 살리려면?
지난 9월 7일 창의서밋의 한 갈래로 되살림장을 진행했다. 당일 아침까지도 태풍의 소식에 한 달 내내 여러 사람이 준비해 온 되살림장이 취소될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도 되살림장이 열리던 하자에서는 태풍이 심하지 않아 아무도 다치지 않고 평화롭게 되살림장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지구를 되살린다는 것은 곧 나를 살리고 뭇 생명들을 살리는 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옷, 컵, 신발, 가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오는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잔인하게 누군가가 희생되어야만 한다면 그러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실천해야하지 않을까? 되살림장에서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사용할 면 월경대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아무도 죽이지 않고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비건 떡볶이와 만두를 먹기도 하고,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새 주인을 찾아 싼 값에 판매하여 되살리는 시간을 가졌다.
태풍이 안 와서 되살림장이 더 크고 왁자지껄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모인 사람들끼리 나름 오순도순 잘 보낸 것 같다. 지구를 살리는 삶의 방식에 사람들이 한 걸음 더 다가가기를 바라며 되살림장은 끝이 났지만, 살림집이 그 바람을 계속 이어나가기를 소망한다.
:: 글_ 자야(살림집 PM)
왜? 행복했을까?
창의서밋은 채식 한 접시가 언제나 그렇듯,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 있어 행복했어요! 서밋 당일뿐만 아니라 음식 준비를 위해 이전에도 모여서 만두를 빚고 시식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일을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사랑하는 친구들과 요리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즐거웠어요. 서밋 당일엔 사실 생각보다 많이 바쁘기도 했지만 저희가 돈을 받고 파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맞는 속도로 일이 진행되어 잘 마쳤던 것 같아요.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채식 음식을 맛보여주고, 다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뿌듯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 왜 채식 음식을 나누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저희가 관련 퀴즈나 영상을 준비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했고, 사람들도 서둘러 음식을 받아가려는 마음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이 많지 않았어요. 하자 행사에서 대부분의 음식들이 비건으로 준비되는 만큼 하자 차원에서 채식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를 더 퍼뜨려 주시면 소통이 보다 원활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