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8일 토요일, 하자와 얕고 또 깊게 인연을 맺어온 열아홉 명 청소년들의 성년을 축하하는 성년식이 있었습니다.
판돌들과 마을 어른들, 부모님, 선배 성년자들이 말과 몸짓, 음악으로 전하는 축하와 축복이 모두가 자리한 중정을 가득 채웠던 시간이었지요.
아래는 열아홉 성년자들이 쓰고 낭독한 '성년의 다짐'을 공유합니다.
달새해 (이새해)
지금까지 찾은 새해는 이새해와 달새해다. 각각의 매력과 특수성이 존재하며 그를 부정하거나 겁내지 않는다. 이 다짐은 지극히 달새해의 성년의 다짐임을 선포한다.
기적에 우연함을 주자.
예의와 복종을 구별하자.
권력을 인지하자.
굳이 미소 짓지 말자.
싫으면 거절하자.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삶에 시간을 주는 법을 알자.
조급하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쉬는 법을 고민하자.
탓함의 벌로 욕심을 부리지 말자.
남들의 성공에 기준을 세우고 도달하려 애쓰지 말자.
스스로에게 잣대를 세우지 말자.
끊임없이 공부하고 되새기자.
소리와 빛에 당당히 나를 밝히자.
나의 행복, 포기에 따른 선택을 사랑할 것이다. 존재의 가치를 사랑하다 가끔 그 선택에 소통과 나눔이 있다면 그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것이고. 그 사람들과 공유한 공간에 정을 들이고. 정든 그 공간에서 글을 쓰고. 나를 위로하고. 그렇게 남들에겐 무의미한, 나에겐 유의미한 나날들을 지나쳐올 것이다.
다짐을 했다고 해서 꼭 지켜야 한다고, 지키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그것도 또 다른 새해니까. 사랑해 새해야.
미소 (신경혜)
-나의 성년 십계명-
하나. 모든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기억할 것
둘. 합리적 의심을 놓지 말 것
셋. 나에게 집중할 것
넷. 긴장하지 말고 여유를 가질 것
다섯. 아무에게나 진심을 보이지 말 것
여섯. 진정 원하는 것을 할 것
일곱.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내 편이 되어 나를 지킬 것
여덟. 조금 더 성실할 것
아홉. 나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여 선택할 것
열. 나를 믿을 것.
달 (정유정)
성인이 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데 나는 왜 지금에 와서야 ‘어른 됨’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어린 마음으로 남아있을 순 없을까? 성년자로서 성년식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인 올해, 이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바꾸어 봐야지.
음표 (김규리)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는 나의 많은 경험들에 수시로 얻어맞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변화는 두렵고 나아가기는 괴로울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나의 다짐들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것은 예전의 시각과 생각으로 만들어진 다짐이 아닌 모든 순간의 나의 발전과 변화로 이뤄낸 다짐이길 바랍니다.
한 가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다짐이라면 평생 모든 것을 다해 음악을 사랑할 그 마음과 나 자신에 대한 끝없는 믿음 그리고 많은 이름들의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램입니다.
20살의 나는 아주 혼란스럽고 괴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숭고하고 아름다운 나만의 것을 향해
절대 답이 없을 길로 걸음 하겠습니다.
구 (구윤서)
스물입니다.
10대와 20대
청소년과 청년
용돈과 알바
어린이날과 근로자의 날
모든 것들이 애매하게 나를 타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것들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물입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스물을 보내겠습니다.
다온 (다연)
-성년의 다짐: 마음자리-
아픈 것, 슬픈 것, 아름다운 것, 감동적인 것, 뜨거운 것들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몸이 자라고, 마음이 척박한 세상에서 데인 다한들 아이였을 적 천진난만하고 무궁무진한 꿈을 꿔오던 눈빛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타인을 오래 보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주체적으로 순간을 살아갈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주위를 따듯하게 둘러 돌볼 것입니다.
문어 (이재준)
어른이란 자신이 행하는 일을 끝까지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론 맡은 일을 충실하게 행하고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무 살, 말로만 해도 설레는 나이입니다. 지금 이 나이를 허비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매일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운 걸 도전하며 하루를 채워가며 살아갈 것입니다.
나봄 (설다민)
저는 끊임없이 배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 속에서 배움, 경험, 생각 등 많은 것들로 제 안에 기준을 만들고 저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 다음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갈 것입니다.
지빵 (이지헌)
어떠한 절망의 순간이 다가와도 '난 왜 이러지, 이것밖에 안 되나' 등 나를 너무 욕하고, 깎아내리지 않는다. 자신을 믿는다.
‘이거 해야 되는데.. 저거 해야 되는데..’ 이러지 않는다.
지금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
해보지 않고 결정하지 않는다.
나의 한계를 받아들일 줄 알고 무리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함께 축하해준다. 인간관계를 수평적으로 바라본다.
왕방울 (박진슬)
3년 전에 성년식을 보며, '나도 성년식을 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라며 먼 미래 보듯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스물은 어른이 되는 준비와 시작을 하는 나이인 것 같습니다. 성년식을 맞아 나는 무슨 어른이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몇 가지 다짐해봅니다.
첫째, 사회에 후세에도 반복될 문제가 보일 때 덤벼드는 젊은 용기, 늙어서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누군가가 가끔 의지하고 싶은 따뜻한 이웃이 될 것입니다.
셋째, 모든 측면에서 기죽지 않는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산하 (임산하)
-성년을 맞이하는 다짐-
"나는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이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 걸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즐거울 때 마음껏 즐겁고, 웃을 때 웃고, 슬퍼하고, 화내기. 푹 자고, 잘 먹고, 모여 앉아 떠들기, 책을 읽고, 생각하기.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소리 내어 말하고 잘 듣기. 가끔은 게으르고, 또 부지런하게 같이 있기. 내가 서 있는 곳을 보기. 연결. 지금의 나를 잊지 않기. 감사하기.
내가 보낸 시간들, 함께 있었던 것들, 내가 지금의 나로 있을 수 있게 해준 많은 이들과 지금까지 살아온 나에게 감사합니다.
짐승 (유승연)
단단한 사람이 되자. 앞으로의 슬픔과 고통이 덮쳐와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하지만 무덤덤한 사람은 되지 말자. 처음 그랬던 것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중해하자. 환호를 하고 탄성을 지르자. 지나가는 바람도, 내리쬐는 햇볕도 어느 하나 당연한 게 없다. 순간에 집중하자. 너와 내가 이곳에 만나 함께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다.
경이로운 일이다. 좋아하는 것들은 참 빨리 사라지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세월에 따라 멀어지는 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우리는 충분히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
헤다 (전새연)
‘무엇을 해 먹고 살 것인지’ 보단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싶습니다.
크진 않아도 적당한 크기의 그릇이 되어 다양한 것들을 담아내야지, 주변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다른 이가 들어 올 수 있도록 마음 한켠에 빈자리를 남겨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래도록 흙과 함께 살아가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꾸준함이라는 힘이 있는, 단단한 마음으로 세상을 더 헤아리며 살아가겠습니다.
룰루 (조성빈)
일찍이 성년이 된 사람들이 말하길,
성년은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 했습니다.
제게 성년은
밤 10시가 지나도 PC방에서 게임을 할 수 있고
술과 담배를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어디든 제한받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성년에 대해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당장은 성년을 된 '나'를 조금 더 관찰하고 즐기려 합니다. 그러나 성년이라는 말 아래에 나 자신을 잊지도, 잃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톨 (박시현)
성년이 되어 보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때로는 이기적으로
때로는 이타적으로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자조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인 줄 알았고 그렇게 버텨왔습니다.
이제는
솔직하되 건방지지 않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사히 지내고
아무런 악의 없이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상한 영혼을 위해 마음 낼 수 있는
자유롭게 춤추되 그 춤을 공유할 수 있는
'나' 가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지 못했던 불안함 속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성년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라온 (김민주)
20대가 된 지 벌써 다섯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바뀐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네요. 아직 성년이란 단어가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 자리에 서 있는 걸 보면 어느새 성년이 되려는 발걸음을 내디뎠나 봅니다.
그 길은 가파르고 험난할 겁니다. 힘들어서 엉엉 울기도, 주저앉을 때도 많겠지만, 애정을 가지고 한 번씩 들여다봐 주세요. ‘이 친구가 잘 해내고 있나? 잘살고 있나?’ 제 생각이 나면 다가와 주세요. 저도 그쪽 생각이 나면 자연스럽게 안부 전하겠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나누며 각자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 봅시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곁에서 응원해주세요
에이스 (김나영)
미성년자의 책임감과 성인의 책임감이 다르다는 걸 몇 개월 동안 조금 깨달았던 것 같다. 앞으로의 책임감은 더욱더 커져 때론 두렵지만 성인으로서의 나의 책임감을 키워나가 성인으로서의 내가 되고 싶다. 또한, 고등학교에서 나와 나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며 나의 일들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가자미 (임가람)
벌써 성년이 되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산 시간들도 많습니다. 앞으로 생각은 없어도 후회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복아 (이시원)
성년이라니, 난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청소년이라는 네임텍에서 성년으로 바뀐 것 뿐인 것 같다. 부산에 우리 동네 아파트인 경남아파트에서 경남아너스빌로 이름이 바뀌었듯 말이다.
난 내가 곡 작업을 이렇게 계속해나가다 보면 너무나 성공해 버릴 것 같지만서도 내가 너무 미친 듯이 게을러서 내 자신감이 게으름을 이기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마침 최근에 20살이 된 기념으로 고맙게도 친구가 동전으로 사주를 봐주었는데 나의 질문은 “3년 안에 월드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였는데 아쉽게도 사주 내용 중 “큰 강을 건너려 하지 마라”라는 내용에 몸에 있던 숨이 다 빠지는 듯했다. “(그래 이렇게 게으르면 무리지)”
내가 계속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옆에서 함께 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주변에 이렇게 성년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아무렴 좋은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