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톨입니다. 짧은 머리, 큰 안경, 요즘은 하와이안 셔츠 입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청소년기를 하자에서 보낸 청년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비가 오던 어느 날 평소처럼 마라탕을 먹을지 쌀국수를 먹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던 중 푸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언제나 반가운 푸른의 전화! 저는 즉시 고민을 멈추고 근처 마라탕 집으로 들어갔어요. 전화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내용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창의서밋 개막식 조명 스태프였습니다. 저는 조금 망설이다 그릇에 청경채를 담으며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제 앞 테이블에 놓아진 마라탕을 먹었어요.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오프닝 이틀 전, 저는 조명을 맞추기 위해 하자에 갔습니다. 사실 오랜만의 방문이라 길을 찾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도착한 하자는 새로운 변화와 이전의 문화들 그 사이에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지하고 있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명을 배우고 조명을 넣고, 이전 하자 공간에서 만났던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하루를 보냈어요.
오프닝 전날은 그 전날보다 능숙한 조명 큐를 맞추며 죽돌들의 오프닝 공연 리허설을 보았습니다. 만세와 까르의 ‘싶다’ 공연, 열대어와 음표의 낭독극, 수달의 목소리와 몸 움직임, 그리고 구와 소라의 진행을 보며 그들이 전하고픈 언어와 내용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안전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안전함’은 하자센터를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삶을 살며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가 얼마나 안전함을 느끼고 있는지 - 신체적인 안전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것이 배척당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안전함이 아닌지, 그렇다면 어떤 공간이 안전한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안전함은 만약 누군가가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야 할지 같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안전함’이라고 마무리 지었어요. 멈춰있지 않는 것이요. 그런 공간 중 하나가 하자이며 꾸준히 멈춰있지 않은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조금은 뻔한 생각을 하며 개막식 전날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개막식 당일 만반의 준비와 조금의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개막식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안전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공연의 내용이나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리뷰는 제가 감히 평가를 할 수도, 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리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생각을 덧붙이자면 오랜만에 하자에서 활동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항상 외부 작업을 할 때마다 생각나는 공간은 하자였습니다. 사실 개막식 스태프를 한 것도 하자에서 보냈던 지난 시간들을 온전하게 보내지 않았던 저의 모습을 만회하기 위한 마음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개막식이 끝나고 본관 스피커에 나오는 익숙하고 낯선, 이름을 들으며 앞에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또 영등포구청역을 걸어가면서 -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고민, 생각을 나누고 함께하고 싶어 하는 동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지난 3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