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연구소는 지난 9월 7일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서 올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1부는 10대 연구소 연구원들과 그간의 경험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로 시작했는데요. 10대들에게 10대 연구소가 어떤 공간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토크쇼 몇 장면을 공유합니다.
#1
나무(사회자, 10대 연구소 1기 연구원): 그럼 첫 번째 질문입니다. 무려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정말. 그래서 지금 이제 거의 막바지인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퐁: 일단은 되게 이렇게 큰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는게 처음이라 너무 떨리고요, 그리고 오늘 태풍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감사한 것 같습니다.
루: 7개월이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빨리 눈 깜짝할 만한 사이에 지나간 것 같구요, 지금 이거를 발표하는 것조차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요. 무사히 마치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나무: 10대 연구소가 여러분에게 어떤 공간이었는지, 학원이나 학교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 달랐는지 궁금하네요.
진: 10대 연구소가 학원이랑 학교랑 다른 점은 첫째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나 학원같은 경우는 그 학교나 학원에 맞춰져 있는 거를 꼭 해야만 좀 사람답게 인정을 해주지만, 10대 연구소는 저를 있는 그대로 어떤 모습이든 다 받아줘서 정말 행복했고 그리고 제 감정들을 다 받아주고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라 생각해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르: 저한테 10대 연구소는 마음이 편해지는 곳. 학교 수업에서 뭔가 힘들었던 점들이 10대 연구소에 오면 그냥 마음이 즐거워지고 또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진이 말했던 것처럼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모습? 쌩얼로 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 곳.
시원: 저는 10대 연구소에 와서, 학교 다니면서는 이렇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거를 그냥 당연하게 넘기게 되고 그런 게 있잖아요 10대 연구소 와서 그런 문제들 이렇게 하나하나, 다같이 이야기하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고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가 무슨 어떤 생각을 말해도 다 이렇게 귀 기울여서 들어줄 것 같아서 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곳이었어요.
이경: 어, 제가 생각할 때 10대 연구소가 학교와 학원과 가장 다른 점은 가장 오고 싶고, 기다려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이렇게 수행평가 준비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준비하면은 다른 이야기를 할 시간이 전혀 없잖아요. 근데 10대 연구소에서는 이런 사회문제 같은 것도 이야기를 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그런게 저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 것 같아요.
#3
나무: 내가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들을 이 연구 안에서 녹여내는게 사실 가장 큰 활동이었는데, 그 연구를 하면서 좀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혹은 저는 그런 순간이 있었는데, 감동적이었다.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있다면 어떤 순간이었는지 공유 해주세요.
마루: 저는 제가 발표할 부분이 이제 교실 내 젠더 불평등에 관한 부분인데 사실 저는 학교를 다닐 때 뭔가 그런 가해자였고. 생각해보면, 반에 있는 그런 남성들. 제가 이따 까게 될, 남성 무리에 저도 속해있던 사람이었어요. 근데, 뭔가 어 그 주제에 대해서 연구를 하다 보니까. 이제 같은 팀원들이 그런 분위기나 교실에서 일어난 일들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지를 이야기를 해주니까 약간 찔리면서 '아 나도 그랬겠구나'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받아들였겠구나' 하는 거를 전혀 몰랐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근데 그렇게 제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면서 저를 알게 되었던 게 좀 겁나 재미있었어요.
#4
나무: 그러면, 반대로 좀 힘들었다 하는 점. 왜냐하면 다들 보통은 연구를 처음 해봤잖아요. 저도 되게 마지막까지도 머리를 막, 골머리를 앓으면서 연구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연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삼색: 어 저희 집에서 올해를 평가하기를. 가장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평가를 하고 있어요. 10대 연구소 하는 기간이 딱 몸도 아프고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자퇴도 하고, 휴학도 해보고 그래가지고 그 동안 오면서 팀원들에게 미안하게 작년만큼 집중을 못 한, 그게 미안했던 것 같아요.
다정: 저는 약간 연구를 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되게 괜찮다 싶었던 인터뷰가 다 써주지 말라던가 아니면 파일이 날라가거나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아서 마음이 굉장히 아팠구요, (인터뷰 질문)대본을 쓸 때도, 분명히 저는 그 전에 쓸 거를 다 생각하고 작성을 하려고 하는데, 막상 말로 해보니까 어? 되게 이상하다, 어색하다 싶은 부분이 많아서 좀 아쉽기도 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5
나무: 파일이 날라가는 거(웃음) 정말, 마음 아픈거죠. 네. 그러면 연구를 하면서, 내가 좀 이 부분에서는 변한 것 같다. 10대 연구소를 통해서 혹은 그냥 연구를 하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나의 이런 부분들이 좀 변화한 것 같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거였나요?
은별: 네 일단 연구를 하면 할수록 더 모르는게 더 많아지거든요. 그래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다 아니었다는 게 느껴지고 점점 더 멍청해져가는 느낌인데 근데 혼란스러운 거는 약간 가라앉는 것 같아요. 좀 더 삶이 침착해지는 것 같고, 어차피 나는 다 알 수 없다 약간 이런 태도가 생기는 것 같고, 그래도 괜찮다 이런. 그래서 좀 저는 침착해지는 것 같아요.
양친구: 저는 연구를 하기 전에는 제가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의 언행에 대해서 화만 내고 그랬는데 연구를 하면서 이거를 상상하고, 바라보고,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말을 했는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삼색: 저는 사실 어릴 때 운동을 갔는데, 사범님이 왜라고 질문하는 거는 왜놈이니까 하지 말라는 거에요.(웃음) 그래서 사실은 10살 이후로는 질문을 잘 안 했는데. 10대 연구소 오고나서 생기가 맨날 물어봐요. 왜, 왜, 삼색, 그거 설명해봐요.(웃음) 그러다보니까 그거 설명하다 보니까 모든 것에 왜, 왜, 왜, 이러고 있어서 좀 모든 의문을 해소하는 힘이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는데 도움이 되는.
루: 저희가 맨 처음 했던 활동이 '10대가 10대에게 묻고 싶은 것'을 쓰는 활동을 했었는데 그중에 제 기억에 남는 게, 진짜 친구를 사귀는 법이 뭔지 그 질문이 나왔었어요. 근데 그때 우스갯소리로 제가 하자에서 만나면 되지 않냐, 이렇게 말했었는데, 정말 이 활동을 하면서 연구도 연구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연구원들과 친해져서 진짜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인터뷰를 하면서 원래 친하지 않았던, 잘 몰랐던 친구들도 만나가면서 잘 듣게 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평소에는 말하기를 더 좋아했는데, 그냥 남의 말도 들어보면서 방금 삼색이 말한 것처럼 '왜?'하면서 뭔가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 하게 된 것 같아요.
늘보: 저는 방금 루가 말했던 것과는 조금 반대인데, 저는 사실 남의 이야기 듣는 거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제가 주장이 있거나,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보통 저는 말을 잘 안 하고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빴는데, 10대 연구소를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 이야기도 점점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만나는 법을 배웠고. 10대 연구소가 되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오리: 저는 원래 페미니즘에 대해 알게 된 다음부터 안티 페미니스트나 아니면 '그런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솔직히 말하면 마음속으로 그냥 없다고 생각하고 늘 그랬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혹은 제가 그거를 의도했더라도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상황들이 오고 그래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들을 처음으로 이해했다는 거를 알게 되었고, 그게 그 친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어서 마음속에 있던 조금의 미움이 덜해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무: 더 이야기하실 분 계실까요? 다 너무 기대되죠? 저도 너무 기대돼요. 듣다 보니 '왜'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많이 길렀다고 했는데, 연구원들이 왜라고 물으며 했던 연구를 이제 들어보려고 합니다. 네. 토크쇼는 여기까지 하고요. 다들 긴장이 조금 풀어지셨나요?(웃음) 말을 너무 잘해서 다 풀어지신 것 같아요. 그럼 연구원분들은 들어가셔서, 발표 준비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제 연구발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