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는 지난 10월 12일에 4개 클래스 64명의 중등학생들과 함께 시작한 청소년토요진로학교를 11월 16일까지 총 6회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토요진로학교 3기는 우리 생활환경과 구조, 습관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지구를 황폐화하고 있는’ 네 가지의 문제 상황을 과제로 두고 이를 해결하며 ‘가치있는 일 만들기’를 하고 있는 좋은 전문가 ‘어른’들과 함께, 그들이 하는 일의 과정에 친구들과 협업하며 몸을 써서 참여해보는 체험형 워크숍 기반의 프로젝트입니다.
진로교육 현장에서 진로상담이나 직종 직업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하자센터는 개인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잘 선택한다는 취지를 넘어서서, 시대를 보며 자신의 삶과 일을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과 연결시키는 활동 중심의 진로교육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년 간 <스스로 돕고, 함께 도우며 지속가능한 삶을 꿈꾼다 - ‘자조(自助)․공조(共助)․공조(公助)>를 주제로 하여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학습과 성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과 연결됩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삶과 일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적 공간에서 역할과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고 인식하며- 단지 돈과 안정성만이 아닌 나름의 ‘가치’를 고민하며 성장하는 판을 만들고자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머리와 아이디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과 다감각을 활용하여 ‘일’을 해보고, 경쟁하여 혼자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함께 잘 하기 위해 소통하고 서로 돕는 경험을 해보도록 과정을 기획합니다.
이번 토요진로학교도 이런 흐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과다하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천과 나무의 문제, 건축 과정과 건물 운영에서 낭비되는 에너지의 문제와 일상에서 지구를 황폐화하고 있는 생활 방식. 이 네 가지의 공적 과제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좋은 어른’들과 함께 실제 하자센터 신관의 커뮤니티 카페 등 공유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보며 일의 세계의 다양함과 즐거움을 알아갑니다. 그래서 기존 직업 중 무언가를 골라야한다는 강박, 무언가 만들면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하고, 학원처럼 시간을 투자하니 무언가 받고 가려고 하는 습관들을 깨어 봅니다.
1회차부터 청소년들은 함께 몸을 움직이는 워크숍을 하며 ‘함께 하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시도하기’ ‘잘한다-라는 기존의 기준을 깨고 보기’ 등 약속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2회차에서는 각 주제별로 과제를 다양하게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예를 들면, “버려지는 천을 부탁해!” 과제에서는 천들을 아예 리디자인하고 있는 디자인그룹 리블랭크와 그대로 고쳐서 다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유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아름다운 가게, 면접 등 일시적인 필요에 따라 각자 구입하게 되는 양복이나 정장을 기증받아 대여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열린옷장 대표들을 만났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집, 같이 만들어볼까?” 과제에서는, 목조를 주로 활용하여 땅콩집 등 작은 부지에 함께 사는 집을 건축하는 이현욱 소장, 건축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집을 고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을 하고 있는 두꺼비하우징, 패시브하우스 등 에너지 순환 건축은 물론 마을 커뮤니티 기반의 고민을 하는 도시마을건축사사무소를 만났습니다. 유사한 사회적 과제를 가지고 각자 다양한 질문과 문제의식, 다른 시도를 하는 멘토들을 보며 ‘질문에 스스로 답하며 새로운 일과 분야를 만들어가는’ 가능성을 만났습니다. 이 분들의 청소년기 이후 살아온 이야기는 물론이구요.
3회차부터 5회차까지는 각 팀별로 나무팀은 폐가구와 목재를 활용하여 공동의 테이블과 의자를 만드는 목공작업, 건축팀은 하자센터 신관 카페의 겨울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나무 가벽 세우기 작업, 생활용품 디자인팀은 청소년들이 쉽게 사용하는 문구류에서 지구를 살리는 습관을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 샘플링작업, 천 팀은 버려진 천과 부자재를 활용한 소파를 만들어 공유공간에 두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동적인 작업을 합니다. 마지막 6회차인 11월 16일에는 이런 과정을 스스로 돌아보며 공유하는 쇼하자가 있습니다. 물론! 회차 당 세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넓고 깊게 천천히 해보는 것이 어려운 한계와 과제는 있지만 말입니다.
4회차를 진행한 현재 각 팀에서는 톱질, 사포질, 재단이나 바느질, 이를 활용한 의자 다리 수리, 천 갈기 등 생활기술은 물론이고 브레인스토밍과 콘셉팅, 디자인 도안 만들기, 소형 샘플 제작 등 일의 과정을 놀면서 경험해보고 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치고 만들어보는 즐거움과 기쁨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이 토요일 세 시간의 의미는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진로교육은 삶을 함께 잘 살아가는 성장의 과정을 돕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소박한 청소년 토요진로학교 3기 진행 공유를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