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 … 제가 먼저 할게요. 저는 장군이고요. 비고로가 안전관리와 큰 공사를 담당한다면, 저는 작은 공사와 시설 유지, 보수를 맡고 있어요. 또 미화 선생님들과 함께 논의를 하면서 미화와 위생에 필요한 부분들을 담당하고 있어요.
비고로/ 이름을 얘기해야 되나요? 저는 비고로라고 하고요. 현재는 하자의 안전관리자로 있어요. 법령을 준수해서 안전 점검을 진행하거나 서울시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하자 건물의 보강이나 노후한 시설을 정비하는 기능 보강 사업을 연간 단위로 계획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고 있어요. 아까 장군이가 말씀하신 대로 큰 계약 건과 안전 관련된 업무들을 진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장군이/ 업무가 나뉘어 있기는 해도 같이 해야 되는 일들이 많아서 둘이 제일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겨자/ 어쩐지 두 분을 세트로 섭외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자에서 처음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인상적이었던 게, “승강기 갇힘 시 여러 안전장치로 인해 추락과 질식의 위험이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살면서 이런 확고한 문구를 엘리베이터에서 본 적이 있던가? 싶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웃음) 또 화장실에는 “위급 상황 시 누르면 판돌이 바로 출동합니다”라는 안내가 적힌 벨도 있잖아요. 그래서 하자가 정서적으로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물론, 물리적으로도 안전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공간 곳곳에 묻어난다는 걸 느꼈어요. 아무래도 하자가 청소년 시설이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 추구하는 가치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1/1
Loading images...
하자의 승강기 안전 문구, 비상벨 안내 문구
장군이/ 네, 하자는 청소년 시설로서 청소년들의 안전에 특히 집중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안전 관련 문구들도 최대한 보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통 다른 건물들은 피난 안내도가 엘리베이터 옆, 복도쪽 몇 군데에만 붙어 있어요. 하자에서는 모든 워크룸과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눈에 띄는 곳에 피난안내도를 부착해 두고 있어요. 누구나 안내 표시를 보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비고로/ 또 서울시의 안전 관련 지침들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는데, 저희는 최대한 그런 지침이 내려오는 즉시 조치를 취하려고 해요. 가장 최근에는 하자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내부 난간의 간살 간격이 너무 넓은 곳들이 있었어요. 그걸 10cm 미만으로 모두 줄이는 작업을 진행했죠. 또 화재 예방을 위해 승강기 외벽을 샌드위치 판넬에서 불에 타지 않는 글라스 소재를 교체하는 공사를 했어요.
겨자/ 엄청 섬세하게 작업이 이루어지는군요. 공간을 가꿀 때는 참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 같아요. 시설을 관리하시면서, ‘이건 절대 타협할 수 없다’ 하시는 기준이 있나요?
비고로/그건 확실히 안전이죠. 공간을 바꿀 때 디자인과 안전을 동시에 고려하게 되는데, 가끔 이 둘이 상충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하자는 항상 안전을 택해요. 최근에는 봄밤이 판돌로 오면서 공간 디렉팅을 해주시는데, 디자이너로서 시각적인 완성도를 주로 보게 되잖아요. 저희도 디자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걸 구현하는 과정에서 안전이 살짝 걱정되는 상황들이 있어요. 그땐 디자인을 조금 해치더라도 안전한 것이 우선이라고 의견을 내죠. 그게 타협이 안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겨자/ 판돌 분들끼리도 그런 게 있으시구나. 너무 재밌는데요.
비고로/ 저희가 지난주에 안전 점검을 받았어요. (갑자기 엄청 웃는 장군이) 그때 안전표지를 다 해야 해서, 2층 난간에 <유리 난간에 기대지 마시오>라고 저희가 급하게 출력해서 붙였어요. 그런데 디자인을 보시는 분들은 기왕 붙일 거면 이쁘게 붙였으면 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지금은 안전이 우선이니까 그냥 붙이고, 나중에 시간과 예산을 마련해서 다시 예쁘게 디자인해서 바꾸자고 했어요. (웃음) 그런 일이 요즘에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겨자/ 아 그 장면이 상상돼서 너무 웃겨요. (폭소)
오른쪽) 봄밤(디자인 판돌)이 붙인 “추락주의”
왼쪽) 비고로&장군이가 다시 만든 “기대지 마세요”
겨자/그리고 제가 또 생각한 게, 하자 사람들은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참 깊다고 느꼈어요. 뉴미디어 인턴 오티 첫날 하루 일정이 하자의 모든 공간을 투어하는 거였거든요. 하자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공간 구석구석과 그 공간을 맡고 있는 판돌들을 소개해주시는 걸 보고, ‘아 여기 사람들은 이 공간에 되게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어요. 두 분은 하자의 공간을 가장 구석구석 보시는 분들이잖아요. 최애 공간이 있으신가요?
비고로/ 제가 안전 관리자를 맡기 전에 하자에서 자전거 공방 담당 판돌이었거든요. 당시에는 신관 지하에 있는 자전거 공방이 저의 최애 공간이긴 했었는데, 지금은 이제 거기가 없어지고…. 그나마 남은 공방 공간이라든가, 사무실에 있는 제 책상이 최애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겨자/진짜 엄청난 책상인가 봐요…
자전거 공방 판돌이었던 비고로
이전 자전거 공방 모습
장군이/ 저는 요즘 제 최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비고로와 계속 논의하면서 조금 더 예쁜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하다가, 올해부터 돈을 조금씩 들여서 허브홀(신관 4층) 발코니에 장미 정원을 만들고 있어요. 올해는 장미 아치 넝쿨 지지대와 추가 장미를 구매해서 심은 상태인데, 내년에 아치를 따라서 빨강, 분홍 장미가 필 거예요. 3월~4월은 라일락과 금낭화를 볼수 있고, 5월~6월은 스몰 장미정원과 낮달맞이 꽃을 볼 수 있는 예쁜 공간이 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유로울 때 거기 앉아서 얘기도 할 수 있겠죠.
겨자/ 헉. 항상 꽃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거 다 장군이가 고른 거예요?
장군이/ 네. 다음년(다년생식물)에도 볼 수 있고 손이 덜 가는 꽃(식물)들로 골랐어요.
1/1
Loading images...
허브홀 발코니에 심겨진 낮 달맞이 꽃, 앵두나무
겨자/ 장군이는 3년 차이시고, 비고로는 하자 초창기 때부터 계셨다고 들었어요. 20년의 세월 동안 하자의 공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방금 말씀에서 옛 공간을 그리워하시는 것 같아 보여서…
비고로/ 예전엔 하자 곳곳에 손작업 공간이 참 많았어요. 철공방, 흙공방, 목공방 등등. 지금은 디자인 작업장이나 공방 정도만 남아 있는데, 그때는 하자에 오면 여기저기서 뭔가 만드는 소리가 들렸죠. 이 책상(인터뷰 장소의 책상)도 그 시절 목공방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든 거예요. 대부분의 물품을 하자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했죠. 당시에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작업자들이 하자에 계셔서 유지보수도 내부에서 다 해결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그게 어렵다 보니 고장 나면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 가구가 대부분 기성품으로 대체됐어요.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워요.
2018년 오디세이학교 책상 만들기 수업
겨자/ 그러게요. 저 이 책상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런 DIY 사례가 또 있나요?
비고로/ 정문 앞 보도블록에 ’살림집’이라는 컨테이너 하우스가 있었어요. 예전에 하자에 있었던 ’작업장학교’라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3년간 직접 만든 집인데요. 학생들이 용접 수업과 벽 미장 수업도 들으면서 만들었었는데, 작업장학교가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면서 2년 전에 철거가 됐어요.
겨자/ 하긴 요새는 작업물들도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가서 그런가 봐요. 뉴미디어 인턴 사무실 보면 진짜 텅 비어 있거든요. (아무래도 저희 작업물은 컴퓨터 세상 속에만 존재하니까요….) 저희도 저희 공간에 더 애정을 갖고 가꿔나가야겠어요…
비고로/ 기획부에 계신 판돌분들의 전문성과 관심사에 따라서 프로그램이 운영되니까요. 지금은 문화예술 쪽에 관심 갖는 판돌 분들이 많아서 그래요. 저희는 그때그때의 변화에 따라서 서포트하는 거죠.
워크룸 사인물을 붙이는 장군이
겨자/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들에 이런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 줄 몰랐어요. 새삼 지금의 하자 공간이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의 손길과 애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걸 느껴요. 두 분은 그런 공간을 가꾸는 판돌로서 어떤 판을 만들고 계신가요?
비고로/ 시설 업무라는 게 사고가 터지면 전면으로 나오지만,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예전에 전산 업무를 할 때 저희끼리 했었던 농담 중 하나가 ’우리는 남들이 봤을 때 논다고 오해를 받을 때가 제일 일을 잘하는 거다’였어요. ‘쟤네는 도대체 뭐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들어야, 업무가 문제가 없이 돌아가고 있는 거죠. 시설 업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희가 계속 바쁘게 움직이기는 해도, 공간 이용자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거든요. 저희는 조용히 다른 분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장군이/ 맞아요, 사고 없이 한 해가 지나가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매일 출근하면 하는 것이 돌아다니면서 보수가 필요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최대한 빨리 대처하는 거예요. 또 청소년들이 이용 중 불편한 점을 요청하면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보는 관점과 청소년들이 직접 이용하면서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어 청소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의 의견이 많아지면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같이 방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여기가 내 집이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