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는 해마다 국제청소년축제가 열린다. 올해가 벌써 11회째다. 여수시가 주최하고 하자센터가 큐레이팅한 이 축제는 ‘청춘, 미래로 움직이는 섬들’이라는 주제로 7월 25~7월 31일 여수 오동도 일대에서 열렸다.
수천 명의 국내외 청소년들이 모여 한바탕 즐기는 자리. 올해는 도시형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와 여수지역 청소년 50명이 청소년기획단이 돼 직접 축제를 준비했다. 전문계고가 많은 여수지역의 청소년과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5팀으로 나뉘어 여수의 섬들과 연안을 누볐다. 바다와 섬의 소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집해서 노래를 만들었다. 자전거 발전기를 함께 만들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공동의 고민도 확인했다. 또 연안에서 사라져가는 멸종 위기의 식물들, 버려진 것을 조사해서 탁본으로 만드는 워크숍을 가졌다.
지역에 살다 보면 편리하고 물적 자원이 풍요로운 도시에 비해 결핍감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여수 청소년들은 지역의 생태적 조건과 환경이 미래적 시점에서는 ‘결핍’이 아니라 ‘축복’임을 깨달았다. 더 이상 고향은 떠나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학습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축제 참여자들은 살아있는 인문학 학습을 한 셈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밀도 있게 돌아본 매우 소중한 공부.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처럼 지역과 글로벌 이슈를 연결시켜 보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 청소년의 상당수는 이와 같은 질적 경험에서 배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는 양극화하면서 지역의 소외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여수국제청소년축제는 이런 문제를 다시금 생각게 해준 장이었다.
앞으로도 지역의 청소년들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고민을 공유하며 교류할 수 있을까? 답은 아마도 기성 세대의 몫일 것이다. 어른들은 지역에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신의 터전에서 창의적 삶의 방식을 찾을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삶을 기획하자. 집안의 오랜 일터부터 자연환경까지, 소재는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