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들 중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내 바다는
방학
할머니 집
뜨거운 태양
파도
끈적한 모래
조개들
미지근함과 시원함의 중간
배가 달을 인양하는 시간까지 있었던
또 다른 기억
이런 조각들이 모여 내 바다가 완성 되었습니다
도화지
두다
그림을 그려보자
흰 도화지에 아무생각 없이
새벽바다 그려보니
바다가 추워보인다
아침바다 그려보니
해가 쨍쨍하다
점심 바다 그려보니
모든 것들이
점점 붉은 빛으로 물든다
저녁 바다 그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인양
할포
저 깊은 바다 속에는 뭐가 있을지 모른다
꼬마가 떨어트린 조개
상인이 잃어버린 보물
부모의 사무치는 마음
혹은 동화 속 용궁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모두 용궁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저 깊은 바다 속에는 뭐가 있을지 모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인양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불온한 검은 수면 밑
포말
어릴 적 심장 깊이 그려오던 망각들이 조각조각 녹아 흐려지고 미래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과거는 어떻게든 현재를 가리는 암막이듯
늑골에 뿌리내린 바닷물은 아직 차갑다
못내 천사가 되지 못한 바다의 숨이 가로세로 아이 한 명 들어가는 관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아!
나의 숨과 함께 너희의 죽음은 미치게도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