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셰프로 영셰프스쿨에서 실습을 하다 보면 요리하고 음식을 먹는 그 모든 과정에서 쓰레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많음을 느낄 수 있다. 실습을 위해 처음으로 시장에서 장을 보던 날, 장바구니를 챙기며 했던 다짐은 일회용 비닐봉지 하나 없이 장을 봐와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주인 아주머니께서 고추는 쏟아지지 않겠느냐, 파는 뿌리에 흙이 있다며 담아주시는 그 봉투들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은 소포장 되어 있는 식재료들로 인해 많은 양의 식사를 만드는 밥집실습에서 필요 이상의 쓰레기가 두 배로 발생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0년 코로나 시대에 내가 보고 들은 여러 가지 현상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이를테면 올봄엔 세계 곳곳에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수치가 낮아졌다는 기록이 들려왔으며 멸종위기종 동물들(중국흰돌고래, 매부리바다거북, 올리브바다거북 등)의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이야기도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조금 덜 움직인 것만으로도 세상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하지만 역설적으로 올해 상반기 생활폐기물은 전년도 대비 11.2% 증가했다고 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용 마스크 사용 증가와 배달음식 증가로 인한 플라스틱 사용이 꼽힌다. 상반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며 환경을 지키기 위한 개인적·국가적 실천과 노력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10주 동안 달님(환경수업멘토)과 함께했던 환경수업에서는 사람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행위와 그렇게 파괴된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나를 해칠 수 있는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모르는 사이 나 역시도 환경을 해치는 것이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지키고 환경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필요에 따라 일부 폐플라스틱을 수입해왔다. (현재 2021년부터는 폐플라스틱을 포함한 일부 폐기물 수입이 금지되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많은데도 플라스틱을 수입하는 이유는 재활용으로 분류되어 버려지는 폐기물들의 품질이 좋지 못해서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단순 ‘분리배출’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버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플라스틱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 미뤄왔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플라스틱병과 캔 모으기: 순환자원 회수 로봇, 수퍼빈
수퍼빈에서 제작한 인공지능 기반의 순환자원 회수 로봇인 ‘네프론’은 플라스틱 병과 캔을 깨끗하게 세척하여 버리게 되면 현금으로 변환 가능한 적립금을 준다. 이곳에 모인 플라스틱은 일부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소각 및 매립되는 현재의 보편적인 시스템과 달리 ‘전량 재활용’된다. 네프론을 이용해보겠다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 순 없었던 나는 잘못 분류되어 버려지고 있는 플라스틱 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 알바를 하고 있던 가게에서 깨끗이 씻지 않고 묶어 버리던 콜라, 사이다 등의 플라스틱병과 학교 건물에서 씻지 않고 분리·배출되던 플라스틱병과 캔들을 모두 모았다. 이것들을 한데 모아 깨끗이 씻어 말린 뒤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지자 네프론에 찾아가 적립금으로 바꾸었다. 쓰레기가 돈이 될 수 있다니! 집 근처에 이 기계가 있다면 재활용도 취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하는 행위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플라스틱 모으기: 플라스틱 방앗간
현재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선별장에서 세부 재질과 종류에 따라 육안을 통해 나눈 뒤 재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너무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공정에서 분리되기 어려워 재활용을 할 수 없게 된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일명 ‘참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시민들이 보내온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작은 플라스틱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두 달간 무려 작은 박스 하나를 채울 수 있는 정도의 양이 되었다. 박스에는 네프론 로봇에 넣기 위해 모았던 플라스틱병의 뚜껑이 주를 이뤘고, 간혹 계란판을 묶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 끈과 물티슈 뚜껑 등이 모였다. 그렇게 모인 플라스틱을 방앗간으로 보냈고 치약짜개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치약짜개는 지금도 우리 집 화장실에서 열일 중인데, 매립되고 소각될 뻔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치약짜개처럼 정말 필요한 물건들로 돌아오니 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생긴 쓰레기라면 재활용을 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이 경험을 통해 환경문제의 관심과 실천에 대한 개인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많은 곳에 구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를 줄이는 소비: 알맹상점
이따금 내가 구매한 물건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올 때가 있다. 택배를 시키고도 에어캡(일명 뾱뾱이)이나 얼음팩 등의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고민이기도 했던 나는 불필요한 쓰레기 없이 물건을 판매하는 ‘알맹상점’을 알게 되었다. 알맹상점에서는 샴푸나 로션 같은 생필품과 식초, 오일, 여러 가지 허브 등의 일부 식재료를 벌크로 판매하고 있으며 다회용 빨대나 대나무 칫솔 등의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도 판매를 하고 있는 상점이다. 나는 다 쓴 로션 통에 샴푸를 구입해 왔고 가족들 모두 쓰레기 없이 샴푸를 구매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앞으로도 이곳을 통해 샴푸를 구매하길 바랐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 자연환경과 우리의 수명을 조금 더 늘릴 수 있다면, 직접 통을 가지고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쯤은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 쓸, 배민지 편집장님과의 만남
제로 웨이스트가 보편적인 생활양상이 아닌 이 사회에서 제로 웨이스트 활동을 지향하다 보면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잡지 매거진 ‘쓸’의 편집장인 배민지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물을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말려서 버리는 것과 퇴비화 하는 방법, 일주일 식단 미리 짜서 장보기(meal plan) 등의 더 효율적으로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는 ‘즐겁게 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나 역시도 동의하는 바이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고 책임에 대해 너무 큰 부담감을 가지면 시작하기도 어렵고 지쳐버리기도 쉽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습관으로, 삶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영셰프를 통해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는 음식을 매개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는 자리를 만들어 좋은 에너지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요리를 하다 보면 쓰레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병들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지속가능한 요리를 추구해야지 않을까. 그것은 내가 택배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그중에서도 시장을 방문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장을 보기 전에 장바구니를 챙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필요한 만큼의 식재료를 구입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활용될 수 있게 요리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며 양을 알맞게 맞추어 남겨지지 않게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비닐봉지나 지퍼백 등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최대한 다시 사용하거나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올바르게 분리수거 해야 할 것이며 최소한 배달음식을 지양하고 식사를 내가 챙기는 일은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이제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지금 알맹상점 회수센터에 보내기 위해 집에서 버려지는 우유 팩을 모으고 있다. 카페알바를 하며 하루에 두세 개씩 사용하던 플라스틱 컵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가급적 소비를 줄이되 꼭 필요한 소비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물건을 찾아본다. 조금 불편한 것도, 귀찮을 때가 있는 것도 맞다. 또 아직까지 제로 웨이스트가 삶에 완벽히 녹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나처럼 습관을 바꿔가려는 사람들이 10명에서 100명이 되고 또 그보다 많아질 때 변화될 세상을 기대하며 나의 제로 웨이스트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