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투어는 하자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관 방문 프로그램입니다. — 이 한 줄을 쓰고 (시험 기간에 웹툰을 보던) 저는 이런 (딴) 생각을 합니다.
하자투어 프로그램을 홍보해야 할지
참가자로서의 후기를 남길지
담당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쓸지
하자를 쓸지, 투어를 쓸지, 하자투어를 쓸지
…. 그런데 이거 내가 써도 되는 건지?
저는 입사 1년이 채 안 된 신입 판돌입니다. 그런데 이건 그럴싸한 핑곗거리가 되지 못할 겁니다. 과거에는 일부러 신입 판돌에 투어 진행을 맡기기도 했다고 전해지거든요. 아마도 새로운 시선으로 하자를 소개하고 그러한 와중에 자연스레 체득하는 하자 경험을 위해서였을 거로 추측해 봅니다. 생각해 보면, 하자는 늘 누군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 함께 겪고 살아내는 방식으로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흐름 속에서 하자투어는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기 하자투어
매월 마지막 목요일, 하자가 궁금한 누구나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함께 공간을 둘러보며, 각자의 질문을 나누고 하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신청: 하자 홈페이지
비정기 하자투어
하자의 철학과 운영 방식에 관심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위한 맞춤형 투어입니다. 사전 협의를 통해 일정과 내용을 조율하며 진행합니다.
- 신청: 이메일 문의 nina@haja.or.kr (기획 3팀 니나)
자율 투어
별도의 신청 없이, 신관과 본관 1층에 비치된 하자투어 가이드를 참고해 자유롭게 공간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하자투어를 맡고 있는 저 역시, 처음엔 참가자였습니다. 투어는 신입 판돌 필수 교육과정이기도 하거든요. 그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999클럽*, 그리고 브레이크가 뒤에 달린 2인용 자전거*였습니다. 아직 하자를 직접 마주해보지 못한 분들도, 투어를 통해 하자의 조각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999클럽: 하자가 만들어질 당시(99년)의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999클럽이라고 이름 지은 하자의 대표 공간.
*2인용 자전거: 자전거 공방의 흔적. 브레이크가 뒤에 달려 있어, 앞에 앉은 사람이 자유롭게 페달을 밟되, 뒤에 앉은 사람이 위기의 순간에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든 구조. 그것과 하자의 일이 닮았다는 설명이 마음을 오래 뭉근하게 했습니다.
투어를 맡으며 느끼는 건, 이곳을 찾는 이들이 ‘텍스트로서의 하자센터’를 넘어, 하자가 만들어지고 살아가는 맥락 — 곧 ‘컨텍스트로서의 하자’를 더 궁금해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각기 다른 기능의 작업실이 있는 신관이나 다양한 기자재보다도, 시절의 땀과 추억이 스며든 999클럽 한가운데 남겨진 과거의 마룻바닥에 더 깊이 공감하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하자투어 전반에 대해서는 몇 해 전 메이의 글로 넘치게 갈음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영등포라는 지역적 배경과 하자가 만들어지던 시대, 이전 하자의 모습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결국 제가 전할 수 있는 건, 몇 차례의 계절이 오고 가는 동안 계절의 변화와 상관없이 늘 같았던 하자의 모습입니다. 이곳이 필요한 누군가의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래된 벽돌 건물과 옥상 텃밭, 낮은 계단과 시절을 머금은 마룻바닥 위에서. 그리고 쉼터이자 배움터, 일터로 머물렀던 시간이 겹으로 쌓인 이 공간에서요.
하자투어는 단지 본관과 신관 두 건물을 둘러보는 일정이 아닙니다. 하자의 벽이 기억하는 시대의 이야기,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삶,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이들의 질문과 상상을 함께 걷는 시간일 겁니다. 실제로 투어를 진행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오가곤 합니다.
“이곳은 원래 어떤 공간이었나요?”
“왜 하자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나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옥상 텃밭엔 지금도 무언가를 기르나요?”
“어떤 청소년들이 이곳에 오나요?”
“그들은 여기서 무엇을 경험 하나요?”
질문과 답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거의 하자와 지금의 하자가 한자리에 놓이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하자투어는, 하자가 지나온 계절과 다가올 계절을 함께 읽어내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