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5년 첫 번째 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 멤버십> 멤버 '현세'입니다. 철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연기와 연극을 사랑하는 현세는 올해 연극 프로젝트 두 편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요. 그중에는 하자 청소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지요. 그 일상을 전합니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최세현이고, 하자이름 ‘현세’라고 합니다. 요즘 연극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어서 그 프로젝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현세의 To do list
노트북 고치기
봉사활동(마르쉐, 유기동물, 등등)
애니 정주행(카우보이 비밥, 디지몬, 등등)
좋아하는 철학자 찾기
희곡 읽기(연 20편 이상)
희곡 읽기 모임
영화 보기(연 20편 이상)
책 읽기(다다익선)
책 반납하기
예술 활동 증명
상담 받기 <- 알아보기
농가 방문
교환일기 다시 시작하기
외장하드 정리하기
우주적 사랑 잘 끝내기
좋아하는 운동 찾기
검정색 휘뚤마뚤 가방 사기
편지 쓰기
일간 이슬아 매일 읽기
공연 다니기!
혼자 여행 가기
알레르기 검사 받기
예술로 먹고 살 방법 찾기
동료 만들기
연기 수업 알아보기
사우나 가기
마라톤 나가기
하고 싶은 건 해버리기!!!
- 현세는 하자를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고등학생 때 다녔던 ‘토요영화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하자에 다니고 있었어요. 하자를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해준 기억이 있거든요. 그러다 작년에 멤버십*에 가입했고, 공간을 무료로 대관할 수 있어서 여기서 연극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자 청소년 멤버십: 만 14세~만 24세 누구나 가입 가능한 하자센터 멤버십으로 가입 시 공간 이용, 멤버십 데이 참여 등 가능.
- 하자와 가까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평소 하루 일과는 어때요?
맞아요. 평일에는 일어나서 일하러 갔다가 5시쯤 집에 와요. 집에서는 연기 수업을 듣거나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요. 저는 연극·영화 전공생이 아니다 보니 이론이 약해서요.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말에는 마르쉐* 시장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요. 아니면 느지막이 일어나서 러닝하고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마르쉐에서 봉사를 하고 있어요. 시장 운영을 도와드리는 일인데요. 개장 전에는 농부님들 짐을 옮겨드리고, 시장이 열리면 오신 분들 인원수를 세거나 쓰레기를 치우거나 다양한 역할이 있어요. 꾸준히 참여해서 이제 ‘크루’로 승진했죠. (웃음) 같이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과 대화하면 결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고 또 시장 구경을 하면서 농부님들과 인사하고 대화하면 작물이나 공예품에 자부심을 갖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게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 활동하면 정보를 얻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현세는 어떻게 기회를 찾고 있나요?
10대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제가 살던 지역에는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무작정 ‘무료 영화 학교’라고 검색해서 꿈다락*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서 배웠어요. 지금도 그런 식으로 계속 찾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아동·청소년과 가족이 문화예술과 함께 놀고 체험하고 소통하며 문화예술에 흠뻑 빠져들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 서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출처: 서울문화재단)
✔ To do list : 동료 만들기
예술, 특히 연기는 혼자 하기 어렵더라고요. 근데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동료나 인맥이 부족해서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 혼자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작년에 프린지페스티벌*에 가서 동료를 만들게 된 거예요. 하고 싶은 걸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생겨서 좋아요. 전에는 혼자 자료를 모으거나 메모장에 써두는 정도였는데 동료가 생기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같이 저지를래?”하기도 해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매년 여름,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시각, 영상 등의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축제. (출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 지금 준비 중인 연극은 어떤 연극이에요?
<우주적 사랑>이라는 프로젝트예요. 어떤 노래를 듣다가 그 단어를 조합하게 되었는데요. ‘우주적 사랑’이라는 게 뭘까 친구들과 같이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예술의 형태로 풀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만들게 된 공연이에요. 얼마 전 하자 인스타그램에서 함께 할 분들을 모집했는데 열 분이 연락 주셔서 이번 주에 모이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주적 사랑은 뭘까?를 듣고 같이 만들어가는 걸 계획하고 있어요.
- 연기의 어떤 점이 좋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꿈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꿈을 모두 이룰 수 없잖아요. 연기를 하면 여러 직업을 체험하거나 직업을 넘어서서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더라고요. 그 점에 매료됐어요. 솔직해지는 재미도 있고요.
✔ To do list : 희곡 읽기 모임
희곡은 소설이랑 달라서 글로 읽으면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누가 추천한 방법이 있는데 희곡은 둘러앉아 소리 내서 읽어야 재밌는 글이래요. 희곡이라는 게 애초에 대본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을까요?
요즘은 건강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스스로를 정말 안 돌봤거든요. 밥도 잘 안 챙겨 먹고 운동도 잘 안 하고 정신 건강도 잘 안 챙겼어요. 그런데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얘네를 오래 보려면 건강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밥을 잘 챙겨 먹으려 하고 있고 좋아하는 운동도 찾으려고 해요. 그리고 상담도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 To do list : 상담받기 <- 알아보기
상담이라는 게 정신과 상담도 있고 심리 상담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에게 뭐가 더 맞을지 알아보고 있어요. 정신과는 약물 치료로 이어지는 것 같고 상담센터에서는 대화를 통한 상담을 하게 될 텐데 내가 대화를 원하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고 있죠.
✔ To do list : 교환 일기 다시 시작하기
작년에 교환 일기를 처음 써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실제로 일기를 쓰는 게 우울감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제가 일기를 보내면 답장이 와요. ‘이런 하루를 보내셨군요’하고요. 올해도 친구나 다른 사람이랑도 하고 싶어요. 아예 모르는 사람이 내 하루를 들어 보면 어떨까? 궁금하잖아요.
- 진로와 관련된 고민은 어때요?
‘어떻게 하면 연기로 먹고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오디션에 계속 지원하고 있는데요. 연기로 먹고살기 힘든 이유가 지금은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연기력이 부족해서, 그건 연기 수업을 듣고 공부하면서 해결하려 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업계에서) 날 찾아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전에는 외적인 부분이라든지 사회적인 기준에 맞추려고 했는데 요즘은 ‘나를 찾아주지 않아? 그럼 내가 만들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극 프로젝트도 하면서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현세
✔ To do list : 예술로 먹고 살 방법 찾기
예술로 먹고살고 싶기 때문에 방법을 찾고 있는데요. 요즘은 지원사업을 알아보고 있어요. 저를 계속 어필해야 하니까 증명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 10대 때와 현재의 진로 고민이 비슷한가요, 다른가요?
좀 다른 것 같아요. 10대 때는 어떤 직업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해야 할까 막연한 고민을 했다면 요즘은 그게 경제활동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더 생각하게 돼요.
✔ To do list : 하고 싶은 건 해버리기!!!
제가 하고 싶은 걸 너무 안 하고 있던 것 같아요. 전에 하미나 작가님이 스토리에 올린 글귀가 있는데요.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책임감에 발목 잡히지 말고 나아가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동안 ‘감히 내가 해도 될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예술 활동을 하면서 좀 극복이 되어서, 하고 싶은 건 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올해 계획이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극을 두 편 이상 올리고 싶어요. 그래서 <우주적 사랑> 프로젝트를 잘 끝내는 게 상반기 목표예요. 하반기에도 제가 만들거나 다른 프로젝트에 합류해서 잘 해내고 싶어요. 지금 만 23세니까 하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많이 해보려고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 또래는 이제 사회 초년생이 되잖아요. 취업한 친구들에게 궁금한 게, 대학에서 엑셀 같은 건 안 가르쳐 주는데 (웃음) 어떻게 바로 업무에 투입돼서 일할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해요.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의 워라밸*이 잘 맞는지도 궁금하고요. 연기와 관련된 일은 워라밸을 챙기기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작품에 들어가면 쉬는 날에도 맡은 배역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니까요. 저는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서 예술 분야가 아닌 직종은 어떤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