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부터 9회 차로 영등포공업고등학교 학생들과의 리사이클링 워크숍이 8월8일 나를 찾아 떠나는 리사이클링 자전거 여행을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쓸모를 잃어버리고 방치된 자전거를 학생들이 직접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영등포공고 RE:BORN 프로젝트는 작년 12월에 이어서 두 번째로 진행이 되었고, 올 12월에 세 번째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쓸모를 잃어버리고 방치된 자전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자전거들이 방치되는 이유는 생각보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문제에서 시작이 된다. 펑크나 체인 빠짐 등이 그 이유다. 아주 간단한 기술로 수리가 가능한 문제들이 어디서 배울 곳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귀찮다는 이유로 생각보다 많은 자전거가 우리 주변에 방치되고 버려지고 있다.
영등포공고의 RE:BORN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통학문제 해결을 고민하면서 처음 시작이 되었다. 단순히 자전거를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방식이 아닌, 더 이상 쓸모가 없을 것 같아 버려진 자원을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재활용하여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다. 그리고 단순히 자전거 재활용 차원이 아닌 내가 직접 자전거를 수리하고 지속해서 관리 할 수 있도록 정비기술을 배우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7명의 학생과 함께 진행되었다. 처음 방 치된 자전거를 수거해 왔을 때는 이 자전거들이 다시 달릴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방치된 자전거를 보관하는 창고에 처음 아이들이 들어섰을 때 그 실망하는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래 사진처럼 녹이 매우 심하거나 안장이 없고, 바퀴가 없는 자전거들이 대부분이라 아이들의 실망감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수거해온 자전거를 간단한 정비수업 후 하나하나 분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부품들과 녹이 슨 부품들을 정성스럽게 선별하고 닦아내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어서 녹이 심하고 훼손된 부분들이 많아 분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든 부품을 탈거한 자전거프레임은 학생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기존의 도장을 벗겨내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자신만의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서 직접 하나하나 작은 흠집까지도 열심히 닦아내고 손질하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이 과정이 학생들에겐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기존의 묵은 때를 모두 벗어던진 프레임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색상으로 재 도색을 하고 각자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작업을 위해 작은 종이위에 스케치를 하거나, 시트지를 잘라 스티커를 만들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자전거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9일이라는 시간동안 7명의 아이들이 모두 각자의 자전거를 완성했다. 자전거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리사이클링 자전거로 짧은 여행을 떠나볼 것을 제안했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자전거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한껏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7명의 학생들 중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고, 아이들은 차례로 돌아가며 그 학생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번 두 번째 영등포공고 RE:BORN Project에 참여한 7명의 학생들과 변신 전·후의 자전거모습을 소개한다. 가장 묵묵히 성실하게 모든 작업을 끝마친 유성이, 조금 불만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멋진 자전거를 만들어낸 다빈이, 항상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함께 협동해준 동빈이, 알고 보면 모범생이었던 우준이, 매번 졸리다고 하면서 항상 가장 먼저 와서 친구들을 맞이하는 황희,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완성한 마지막 날 땅에서 두발을 떼고 달릴 수 있었던 혜현이, 조용조용 할 말 다하는 소신 있는 승훈이의 모습이다. (사진은 위->아래 왼쪽-> 오른쪽 방향으로 )
이렇게 7명의 학생들이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거를 완성하고 2주후인 8월 8일에 자전거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2주가지난 8월8일 아쉽게도 가족여행과 각자의 사정으로 7명 모든 학생들이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3명의 학생들과 작년 1회 차에 참여했던 성민이까지 4명이 함께 하자에서청평까지 88Km의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학생들이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다들 화이팅을 외치며 일정보다 좀 늦은 8시30분에 하자를 출발해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무더운 날씨에 많이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분명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달리면서 지열의 뜨거운 바람으로 숨이 막히고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88Km라는 거리는 초보자들이 자전거로 달리기에 쉬운 거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라이딩하는 중 문제도 많았다. 조립과정에서의 실수로 페달이 빠져버리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고, 더운 날씨에 과열로 인한 타이어가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고 협동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이번 상반기 영등포공고 RE:BORN Project는 마무리가 되었고, 이번 워크숍을 통해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학교 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하반기에 있을 세번째 영등포공고 학생들과의 RE:BORN Project가 기다려진다.
목적지에 도착해 복귀를 위한 차량을 기다리면서 학생들과 나눈 소감 한마디~
“어려운 코스들이 많았다. 3단 언덕이 있는 아이유 언덕, 끝이 보이지 않는 그늘 한 점 없는 강변도로 등 난코스를 통과할 때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순간들에 친구들과 함께 서로 격려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추억, 이번 자전거여행은 잊지 못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추가로 비고로의 개그센스 좀 상향을... 너무 하이개그를 진지하게 직설적으로 날리신다.ㅋㅋ” - 동빈
“자전거 도로가 이렇게 멀리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게 되었고, 자전거로 이렇게까지 멀리 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그 생각이 깨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것들도 이제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공방에 언제든 놀러가도 되나?(물론) 아지트가 생긴 것 같아서 좋다.” - 다빈
“언덕을 오를 때면 정말 자전거를 내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하지만 힘들게 정상까지 오르고 나서 시원하게 언덕을 내려올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번 리사이클링 수업을 통해서 자전거에 대한 구조를 알게 되었고, 작은 부품하나로 완성이 되지 않는 걸 보며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 더 다양한 자전거를 만들어보고 싶고, 워크숍 도중 비고로가 했던 말 중 우리 같은 공돌이 몇 명이 모이면 직접 용접도하고 CNC가공을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품을 만들어 자전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