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육년째입니다. 서울 시내 특성화고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청소년 창의캠프 ‘C-cube’와 청소년 진로캠프 ‘커리어위크’. 일회성 체험과 강의 일변도인 기존 캠프의 한계를 넘어 ‘C-cube’와 ‘커리어위크’는 문화예술 매체 활용, 체험, 토론, 현장답사,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적용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청년 문화예술 작업자와 활동가, 사회적기업 등 공공성 지향의 멘토 그룹을 매칭시키고, 팀별 협업으로 또래 간 소통을 추구한다는 점도 특징이죠.
‘C-cube’는 창의, ‘커리어위크’는 진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두 캠프 모두 잠시 익숙했던 집-학교를 떠나 지금까지 만나보지 않았던 사람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고민을 만나 스스로, 또 같이 느끼고, 표현하게 됩니다. 첫 날에는 어색한 얼굴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지만, 마지막 날에는 헤어지기 아쉬워 뒤돌아보는 어김없는 마성(?)의 캠프 ‘C-cube’와 ‘커리어위크’. 수많은 청소년들이 곳곳을 누비며 발산하는 에너지에 8월 하자의 여름이 달아오릅니다.
서울시가 펼치는 특성화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C-cube’는 일회성 단순 체험 프로그램 일변도인 기존 캠프의 한계를 넘은 심화 프로젝트로 기획, 진행되어 초기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창작력, 독창성 등 개인의 특별한 자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창의성에 공공성을 부여해 매년 새로운 사회적 주제를 선정해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간 ‘불만을 해결하는 창의성’, ‘질문으로 시작하는 창의성’ 등의 주제가 선정되었으며 올해 주제는 ‘서로를 살리는 창의’였습니다. 빼어난 개개인의 특별한 기량에 의존하지 않고, 선한 의지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창의적 과정과 결과가 너와 나,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살리고 변화하게 될지 체험해 본다는 의미입니다.
참여자들은 총 4일 동안 문화예술 매체 활용, 체험, 토론, 현장답사, 제작 등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보게 됩니다. 첫째 날에는 모두 모여 전체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 총 10개의 소그룹(팀당 15명 정도)으로 나뉘어 몸을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올해 주제를 생각할 수 있게 구성된 공동워크숍에 참여합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은 본격적인 팀 활동의 시간. 각자 다른 학교에서 온 또래 친구들과의 협업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되는 문제에 질문을 던지며 사고의 틀을 바꾸고, 그들만의 대안을 제안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지막 날인 넷째 날은 함께 모여 지금까지의 일들을 나누는 ‘쇼하자’ 시간! 팀별 발표를 차례대로 듣는 지루한 방식 대신 활동 과정과 성과물들을 곳곳에 갤러리처럼 배치해 서로 자유롭게 보고 느끼게끔 기획했습니다.
특히 ‘C-cube’의 특징은 캠프 기간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공공성을 담은 프로젝트를 펼치는 청년 문화작업자 및 활동가 그룹들이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첫 날의 주제 워크숍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자, 예술가, 연구자들이 모인 ‘창의소통작당소’에서 맡았고 총 10개 소그룹들도 각각 전담 팀들이 멘토 역할을 하며 자신들의 현장으로 참여자들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C-cube’는 창의캠프면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가까운 미래인 청년들의 일과 삶을 보여주는 진로캠프이기도 한 셈입니다.
따라서 참여자들이 함께할 활동은 멘토 팀들의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10팀 각각 분야도 개성도 다채롭습니다. 허가받지 않고 도시의 빈 땅, 자투리땅, 버려진 공간에 꽃이나 씨앗, 농작물을 심고 가꾸고 있는 ‘도시농업게릴라’와 함께 한 청소년들은 하자센터 뒤편 음식물쓰레기통 주변에 일반 쓰레기들까지 무차별 투기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 곳에 모두를 위한 ‘만인의 밭’을 만들었습니다. 봉제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창신동에서 지역재생을 위한 예술/디자인을 실천하는 ‘000간(공공공간)’과 만난 청소년들은 창신동에서 나오는 자투리원단 등 잉여 자재를 재료로 공공의 가구를 제작해 보았죠. 지역을 기반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모델을 연구 중인 소셜 플랫폼 ‘오늘공작소’ 팀과 함께하는 청소년들은 노년층이 많이 살고 있는 망원동을 관찰한 뒤 주민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의자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밖에도 에너지 전환 캠페인 기획, 불만을 담은 티셔츠 제작, 휴대폰으로 B급 패러디 영화 만들어보기, 동대문이란 거대한 상업지구 옥상에서의 생존 시뮬레이션, ‘~금지’ ‘~않기’ 등 부정적인 금기어로 점철된 일상 속 안내표지판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등 각 팀마다 흥미로운 활동을 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날, 신관 중정 및 주위 공간들을 중심으로 각 팀 프로젝트가 퍼포먼스,플래시몹, 춤 공연,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고, 4일이 너무 짧고 아쉽다는 참여 청소년들의 아쉬움 가득한 회고 속에 끝맺은 ‘C-cube’ 그 못다한 이야기는 기획자의 리뷰로 이후 더 들으실 수 있습니다.
‘C-cube’가 끝난 바로 다음주에 뒤를 잇는 ‘커리어위크’는 ‘진로-일의 현장을 창의적으로 시뮬레이션한다’는 취지 아래 사회적기업가, 청년 문화예술작업자, 청년 소셜벤처, 비영리 활동가 등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고, 그 현장을 찾아가 실제 일을 경험해 보는 도시형 직업체험 캠프입니다. 커리어위크 역시 유명 인사 강연, 기업 시설 견학, 적성 알아보기 등 기존 진로캠프의 틀을 과감히 탈피해 현장을 기반으로 참여 청소년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성을 선보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런 파격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유망직업’ ‘재미있는 일’을 조언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선은 ‘어떤 직업인이 될 것인가’ ‘일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져 스스로, 또 같이 대답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커리어위크’에서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높은 기존 직업 분야 외에도 이윤과 함께 공공의 가치까지 추구하는 새로운 일의 영역(제 4섹터)직업인들을 만나고 일을 경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회적기업가, 청년문화작업자, 청년활동가 등 이들 직업인들은 하고 싶은 것부터 시작해 기획력과 직업능력을 키우고, 사회의 일거리와 연결되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일과 직업을 만들거나 고용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독특한 삶의 경로는 전적으로 현장 기반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 제 4섹터 직업인들은 총 10개 직업분야 각 팀을 맡아 커리어위크 기간 내내 멘토로 활약합니다. 건축 분야는 도시와 마을, 모두를 위한 친환경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가 그룹인 ‘도시마을 건축가 사무소’, 게임개발 분야는 뉴욕에서 게임학교를 설립해 화제를 모았던 게임 전문가 피터 리가 창업한 ‘놀공발전소(놀공)’, 디자인 분야는 디자이너 안상수 선생이 주도해 설립한 사회적 협동조합 학교 ‘파티(PaTI: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Paju Typography Institute), 만화/애니메이션 분야는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모인 ’‘문화예술교육연구소 그꽃’에서 맡았습니다. 사회적기업인 유자살롱(공연기획 분야), 오가니제이션 요리(요리•대안식문화), 영화제작소 눈(영화/영상), 대지를 위한 바느질(패션·그린디자인)도 합류합니다.
요새 주목받고 있는 청년팀들도 커리어위크에서 청소년을 만난다. 2012년 1월 1호점 ‘사원 앞 카페 벗’ 창업을 시작으로 ‘열정감자’ ‘열정꼬치’ ‘열정골뱅이’ 등으로 아이템을 확장하며 총 7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중인 청년장사꾼은 창업마케팅 분야의 멘토팀. 광흥창 상가 옥상과 노들텃밭에서 상추, 케일, 치커리, 허브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인근 가게들에 납품하며 지역에 기반한 로컬푸드 운동을 벌이는 협동조합 ‘파릇한 절믄이(파절이)’는 도시농업 분야를 맡았습니다.
참여 청소년들은 커리어위크 기간 동안 어쩌면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경한 직업,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익숙한 ‘베프’ 대신 서울 시내 각 학교에서 모여든 또래 친구들과 팀을 이뤄 작은 공연을 기획하거나 도시텃밭을 가꾸거나 영상을 제작하거나 빅게임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4일을 보내게 되죠. 첫 날에는 전 참여자가 함께 모여 오리엔테이션과 놀공이 진행하는 공동워크숍을 통해 서로 얼굴도 익히고 소통도 한 뒤 이틀째부터 본격적으로 각 직업 현장으로 흩어져 멘토와의 대화, 현장 작업, 팀별 공동 기획 및 협업 등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 4일째에는 전 팀이 함께 모여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나누는 쇼하자 행사로 끝맺고요.
지금까지 만나보지 않았던 사람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고민들을 만나 그들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행동에 옮겨 보는 청소년들.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만들어갈 삶과 세계, 그 안에서 그들은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하자에서의 여섯 번째 여름. 그 결과가 어떨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