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는 흥미로운 일터입니다. 회사인가하면 마을이기도 하고, 판돌인가 하면 노동자이기도 하죠. 하자의 복합적인 특징만큼이나,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다양합니다. ‘하자 사람들’이라고 하면 결이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교육자, 기획자, 행정가, 예술가, 연구자, 작업자, 기술자, 활동가 등 다채로운 역사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자, 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삶의 상당 부분을 함께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일단은 말이 통하는 것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사람은 괴로워지고 외로워지지요. 말이 통한다는 것, 즉 문화를 공유해 나가는 과정은 장기적이고 유기적입니다. 하자의 의례들, 언어들, 그리고 하자의 일곱 가지 약속이 그 과정에 포함되지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하자에서 일하는 판돌들의 매일을 담기엔 부족했기에, 이번에는 하자 일약속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2020년 연말 비전회의
시작은 작년 비전회의(매년 연말에 하자의 현재를 돌아보고 다음을 모색하는 5주간의 회의-언젠가는 13주 동안 하기도 했어요. 네...그랬습니다...)였습니다. 상반기 평가와 사전 회의를 통해 판돌들이 집중하는 주제가 ‘협력’, 즉 ‘함께 일을 잘하고 싶다’라는 점이 파악되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작으로 공감대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심전심은 자연발생하지 않으며, ‘그건 기본이지’가 불통과 갈등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기대하는 것 그리고 함께 지켰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내보기로 했습니다.
일약속의 아이디어는 판돌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우선 판돌의회 분임별로 동료와 리더에게 기대하는 점들을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공통안을 1차 도출하였습니다. 이를 다시 전체회의에서 검토하고, 분임별로 재검토하여 2차 공통안이 마련되었습니다. 헌데, 이렇게 만들어진 일약속 초안은 약간 재미가 없었습니다. 딱딱합니다. 아직 약간 더 매력과 웃음이 필요한 상태. 어찌보면 엄격하고 진지하고 근엄한 이 문장들을 좀 더 ‘하자답게(삑. 하자 금지어)’ 만들 수는 없을까? 간단하면서도 다층적이고, 그러면서도 딱 알아듣게 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들과 함께 올해는 일약속 리브랜딩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일약속 리브랜딩 회의 중, 아이디어들
일약속 리브랜딩 회의에는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20대부터 50대까지의 판돌들이 모였습니다. 첫 회의는 일약속 중 어떤 의미를 가장 또렷하게 표현하고 싶은지와 어떤 톤과 스타일로 리브랜딩 할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일약속의 톤을 잡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모호하게 하면 기억에 남지 않고, 또렷하게 하면 업무 매뉴얼이 되기 쉽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자의 특징은 포함하면서, 의미는 선명하게 하고, 그러면서도 인상 깊게 만들 수 있을까? 브레인스토밍 중 ‘OO하자 라는 문구 형식이 제안되고, 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는 각자 포스트잇에 지금의 약속을 OO하자 형식으로 바꿔보기 시작했습니다. 짧을 수록 좋다! 웃길 수록 좋다! 시작되는 아무말 대잔치에서 열심히 포스트잇을 붙이고 떼고, 투표하고, 다시 재투표를 거쳐 1안이 마련되었습니다. 확정을 앞두고, 판돌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설문이 진행되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안이 제안되고, 2차 회의에서 검토 한 후, 드디어 최종안이 마련되었습니다. 6개월의 작업 결과를 여러분에게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