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큰 기지개를 켠 7월 첫 주 토요일은 모아모아어린이연구단 여덟 명 작가들의 "쇼하자"(결과 공유회)의 날이었습니다. 약 100일간의 활동이 이어진 장소였던 모아모아랩은 쇼하자 <무시하지 마세요> 전시장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날 연구단 어린이들은 전시장에서 본인들의 작업물을 선보이고 그 과정에서의 숨은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였고, 이어 본관 쇼케이스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약 50여 명의 관객들과 마주앉았습니다.
2025 모아모아어린이연구단 쇼하자 <무시하지 마세요: 버리고, 모으고, 만들고>
관객 안내를 준비 중인 어린이들과 보조강사 신
작가와의 대화
올해는 2022년 다시 시작된 모아모아랩 기반의 중장기 어린이 연구단의 활동이 4년차에 접어드는 해였습니다. 따라서 지난 3년간의 노하우를 담아 일정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맘껏 펼쳐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어린이 작가들의 활동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협력하는 후기 청소년(19~24세 청소년) 작가 신, 테오, 딱새우, 다해, 야기와의 소중한 만남이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신과 테오는 연초에 모아모아랩 단기, 중장기 워크숍 보조강사 모집에 지원하여 선발되었습니다. 신은 하자센터 <공유작업실 OOEO>의 초기 멤버로, 2024년 동행캠프에서 기록과 운영을 담당하는 보조강사로 참여하면서 어린이들과의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테오는 하자마을책방을 방문하며 하자를 오고가기 시작해 하자글방 후속 모임 파프리카를 통해 글쓰기와 시각예술 작업을 해온 청소년입니다. 딱새우는 올해 하자 뉴미디어 인턴 스토리팀 인턴으로, 개인 콘텐츠의 테마를 어린이의 힘에 포커스를 두고 작업을 하고자 연구단의 중후반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야기와 다해는 주강사 월광의 초대로 참여하게 된 예술 전공자로, 문화예술교육사 준비 중 현장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매회 어린이들의 활동 종료 후에 회고의 시간에 나눈 이들의 시선은 신선하고 따스했습니다.
이들은 어린이 작업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였으며, 안전하고 원활한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조력하였습니다. 작가로서의 감각과 어린이들과 연결된 감수성을 극대화 시키며 관찰과 협력의 피드백을 나누면서 활동이 발전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회고하였습니다. 후기청소년들에게 모아모아어린이연구단의 활동은 일자리였고, 예술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교육현장이자 실습처였으며, 작업의 어려움을 푸는 실마리를 찾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짧게 또는 석달간 서로의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료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다해와 야기의 관찰기 속에서 어린이 작가와 후기청소년 작가들의 만남과 협업의 순간을 엿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야기
적당히 달리면 어린이들의 속도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얼음땡을 시작하니 어린이들이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 같이 달리며 놀이를 하고 있으니 마치 어릴적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들과 팀작업을 하면서 내향적인 편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어린이, 순간적인 집중력이 좋은 어린이, 느리지만 자신의 작품세계가 분명한 어린이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모두 존중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치 어린이 참여자가 된 듯한 즐거움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내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으나 살아가며 어느덧 어릴적의 나는 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잊고 있던 나의 어릴적 자아를 재조명하여 예술가로서 교육자로서 내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 지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해
모든 참여자는 작가로 존중받으며 수업에 함께했습니다. 각 그룹에 참여한 후기청소년들도 ‘연구단’의 일원으로 동일한 위치에서 참여했습니다. 정해진 흐름 안에서도 유연하게 운영되어 개개인의 자율성과 탐구과정을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놀이하듯 진행된 열린 교육 속에서 각자의 특성이 더욱 자연스레 드러나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협력을 관찰하였고 개별 관심사와 작업성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자센터의 공간과 이용약속 등에 담긴 분위기 속에서 강사-학습자의 구조를 넘어서는 열린 교육의 현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강사님의 '모두가 함께하는 참여자'라는 관점 속에서 즉흥적인 아이디어와 실행 간의 짧은 거리가 느껴졌고, 놀이가 여는 관계의 문, 질문 중심의 탐구형 수업, 몸으로 경험하고 손으로 익히는 몰입, 재료마저 소모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는 태도, 갈등상황 조정 및 의견 공유, 일상 속 물건을 활용한 놀이, 시선을 고려한 공간 재배치, 낯선 언어의 발견이 이어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연구단 어린이들과 주강사인 예술가 월광, 그리고 후기청소년 작업자들
월광
2025년 8명의 어린이 작가님들과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긴 호흡으로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버려진 재활용 종이, 가전제품, 나무 탁자 등을 모아준 판돌들의 수집 작업을 통해 풍족한 작업들을 하나둘씩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월광+신+메이+어린이작업자 8명+후기청소년 작업자_딱새우, 테오, 다해, 야기)는 버려진 사물과 나를 연결해 보고, 나의 숨겨진 이야기를 조형작품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혼자가 아닌 공동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2명, 3명, 4명 그리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작업을 순서대로 해보았습니다. 작업의 재료는 버려진 사물로 놀이하듯 설치작업을 했으며, 공동의 감각을 기록하고 나누었습니다. 개별 혹은 팀 작업 안에서 서로 다른 작업의 예술 관점을 소통하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장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연결됨을 느끼고 서로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의 의견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연구하고, 실천하고, 만들어갔습니다. 특히 후기 청소년 작업자들과 함께 서로의 작업세계를 나누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린이 작업자들을 통해 창작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자세를 배우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힘들 때 도와주는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쇼하자> 시간에 3개월 동안 작업한 ‘모아모아랩 작업실을 오픈‘하고, ’작업을 발표‘하고, 관객에게 ’참여‘하게 하기 위해 들떠있던 어린이 작업자들의 벅찬 표정과 열정도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습니다. 현장에 60명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을 호기심 가득 바라봐주고, 질문과 관심이 오가던 <쇼하자> 순간들은 어린이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이 순간을 잊지 말고, 살아가다 힘들 때 꺼내 볼 수 있는 앨범의 한 장면처럼 기억되길 바라며~우리 다시 만나길~ ”모아 모아 마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