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석 / 김민지 개인전 Suk(i) / Minji Kim Solo Exhibition 《중의적 의미의 유령들 ghosts in the in-between sense》
하자센터 <공유작업실OOEO> 작가전
석 / 김민지 개인전 | Suk(i) / Minji Kim Solo Exhibition
《중의적 의미의 유령들 | ghosts in the in-between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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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25년 10월 18일(토)~11월 9일(일) 14: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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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이벤트 : 11월 8일(토) 오후 3시 *아티스트 토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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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하자센터 본관 1층 갤러리105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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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 전시기간 내 자유 관람
석 / 김민지 @magnoliabaekim
김민지는 200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현재까지 서울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공간에서 작업하고 있다. 매그놀리아(magnolia), 줄여서 매그(mag)라고 불리기도 하며, 석(石, suk(i))으로 불리기도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거나, 핸드메이드 웹, 혹은 게임 등을 만들어 디지털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소속감의 부재에 집중하여 미디어에 충분히 비추어지지 않거나 혹은 그 자체로 불손하게 여겨지는 정체성을 탐구하고 표현한다.
같은 이야기가 다른 매체를 오가며 왜곡되고 파편화되는 맥락을 살피고, 내러티브를 재생산하는 방식을 통해 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낭만과 현실을 오가는 묘사를 통해 거짓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는 진실, 일종의 회색 지대에서의 경험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전시 서문
어떤 투명 인간은 자신의 반영을 볼 수 있는가?[1]
그리하여 사람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그들에게는 목적이 있고 삶이 있다. 부여한 모든 설정값을 잊고 돌발 행동을 하고자 하는 복수심이 있다. 혹은 자신이 복수에 잡아먹힌 채 더는 뚜렷한 목적도 없이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인물들이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내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위협이, 미지의 공포가 될 수 있다니. 나의 언어와 행위, 더 나아가 존재만으로도 절대다수에 속하는 불특정 다수를 아무것도 모르는 타자로 만들 수 있다니.”
그 유령들은 마치 자신이 살아있고, 그 모습을 스스로 볼 수 있는 것처럼 군다. 세상은 그들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넓거나 좁거나 햇빛이 들어차거나 들어차지 않는 모든 중앙과 구석을 차지하고 서 있다.
자신의 문화적 타당성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예술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2]
우리는 정말 우리 존재의 타당성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기 때문에 흔하고 지겨운 취급을 받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여전히 무시되거나 상품으로 재포섭[3]되는 유령들, 혹은 그 유령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다. 살아있으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또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 존재 이유를 증명하라고 재촉받거나, 존재 이유를 거세당한 유령들.
그리하여 우리는 0과 1로는 설명되지 않는 몸을 이끌고 나선형[4][5][6]으로 움직인다.
《중의적 의미의 유령들》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신체와 정신,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적 경험을 시로, 그리고 그 시를 게임으로 옮긴 작품들을 전시한다. 픽션의 문법을 가죽처럼 뒤집어쓴 시들은 서로 끈적거리는 살점을 붙여 하나의 그럴싸한 몸을 만든다. 게임은 다시 그 몸에 담긴 기억을 파헤친다. 느슨하고 취약하게[7] 뻗어나가는 진짜 같은 거짓말들은 그 모든 장면 속에 숨어 내러티브를 함께 했던 다른 유령들을 다시 소환한다.
이 전시는 존재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존재들의 반영을 던지고 투사하는 일종의 공감각적·다큐멘터리적 재현으로 기능한다. 관람자는 다른 몸을, 다른 사랑을, 다른 결말을, 다른 복수를 꿈꾸는 유령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험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존재를 인정하거나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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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인이자 운동가인 에섹스 헴필은 1995년에 이렇게 고민한다. "사이버 공간의 문턱에 서서 나는 궁금해진다. 내가 여기서마저 반겨지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나로 하여금 행위자성을 부여하는 가상현실을 건설하는 것을 허락할까? 투명인간은 자신의 반영을 볼 수 있는가?"(레거시 러셀. 글리치 페미니즘. pp. 37. 재인용)
[2] 스베틀라나 보임. (2023). 오프모던의 건축 (김수환, 역). 문학과지성사. (원본 출판 2008년). pp. 35.
[3] 임가영 작가(2025)가 작성한 사미즈다트 부흥청 웹페이지의 소개 글을 일부 발췌하였다.
URL: https://samizdat-boomers.github.io/game-zine/ . 최종 접속일: 2025.07.31
[4] 스베틀라나 보임. 위의 책. “뒤나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옆으로 간다. 아마추어의 잘려 나간 장면들은 이제 더 이상 제거되지 않고 안-잘린 장면들과 나란히 자리한다. 나는 그것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왜냐하면 무엇이 이런 안-잘린 장면들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5] 이러한 주장은 “퀴어 아동이 어떻게 "옆으로(sideways) 자라는지" 적으면서, 퀴어의 삶이 흔히 결혼과 출산이라는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 퀴어 이론가 캐서린 본드 스톡턴(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pp. 101. 재인용)의 주장과 맥락적으로 상호 보완된다.
[6] 하지만 제도권에서 존재를 인정받고 살기 위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 옆으로만 움직이고자 하는 이들도 뒤나 앞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은 삐뚤빼뚤한 나선형을 그리며, 어디론가 이동은 하지만 순수하게 z축의 양수로 향하는 것은 아닌, 해적 전파처럼 지지직거리는, 어떤 가상의 공간으로 사라지거나 흩어진다.
[7] 여기서 말하는 ‘취약함’은 보 루버그(Bo Ruberg)와 안나 앤트로피(Anna Anthropy)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취약한 물질성의 게임, ‘진과 같은 게임’이 만들어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게임을 하나의 개인적인 창작물로 이해하고 그 너머의 게임을 감각하며, 엉성한 만듦새와 취약한 기술 수준을 갖춘 게임의 ‘존재 방식’을 이해할 강력한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출처: 임가영 (2024), 「취약한 물질성」.)
* 전시 웹사이트 https://suk-the-loud-kid.github.io/ghosts-in-the-in-between-sense/
* 본 전시는 '인스파이어 × 하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인스파이어X하자’ 프로젝트는 버버리의 사회공헌 재단인 버버리 재단과 국제 청소년 재단(IYF)이 함께 만든 글로벌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버버리 인스파이어(Burberry Inspire)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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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기획2팀 판돌) sunmi@haja.or.kr / 070-8871-0613 / 화~토요일, 10시~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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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채팅문의 / 하자센터 인스타그램 @ourhaja 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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