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 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3년 다섯번째 일-기는 중학교를 대안학교에서 졸업하고 오디세이 하자 7기를 수료, 현재는 또래들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돌멩의 기록입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성준원, 하자 이름은 돌멩입니다. 저는 작년에 민들레(대안교육공간 민들레)에 다녔는데요. 민들레 교육과정에 ‘나를 찾아보는 시간’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나에 대해 글을 쓴다든지 하면서 ‘내 생각은 이렇구나.’ 이렇게 나를 탐색하는 활동을 하는 게 저의 요즘 관심사입니다. 또 재작년에 오디세이학교*를 수료하고 나서 음악 쪽으로 관심사가 넓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디세이학교: 서울시 고등학교 1학년 대상의 1년의 전환학년(Transition Year) 과정 운영 학교
돌멩의 To do list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 찾기
(장르 구분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접하기 위해 독서하는 습관 기르기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험 해보기
내 행동에 책임지기
무엇을 할 땐 항상 집중하기
여유를 가지고 살기(나와 주변인을 위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기
따뜻한 사람이 되기(다정한 사람)
배움과 노력에는 주저하지 않기
포용할줄 아는 사람 되기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의 '나'가 노력해야 하는 것을 기억하기!
나 홀로 여행하기(여행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깊게 해보기)
해보고 싶은건 뭐든 해보기(경험하는 것을 아끼지 말기)
자유롭게 살기
- 오디세이 후에 민들레에 가셨군요. 민들레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민들레는 ‘배움을 배우다’라는 그런 철학으로 교육하는 공간인데요. 오디세이학교랑 비슷하기도 하면서 약간 다르기도 한 공간입니다. 제가 본 민들레는 배움에 대한 욕구를 끌어올려 주면서 진심으로 나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1년 교육과정을 들었고요.
- 그럼 오디세이 수료 후에 자퇴한 것인가요?
수료 후에 일반 학교를 한 일주일 다녔는데 너무 답답했어요. 저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중학교 때는 3년 동안 친구들이랑 같은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처음 다른 사람을 만난 게 오디세이학교였거든요. 그다음 일반 고등학교에 간 건데. 오디세이 수료 후 2학년으로 복교했기 때문에 친한 사람도 많이 없었고 이미 친한 무리들이있으니까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고 학업적 요소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아서요. 고민하다가 민들레에 가게 되었죠.
- 요즘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저는 원래 올해 입시를 하려고 했는데요. 3월초에 병원에 갔더니 눈에 희귀병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공부를 하는 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입시는 잠깐 그만두고 4월부터 알바를 해보고 있어요. 경제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다른 경험도 해보고자 꿈드림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하는 창업동아리에 참여하고 있어요. 또 음원 제작 동아리라고 직접 가사를 쓰고 멜로디 라인을 구성해서 스트리밍 플랫폼에 내보는 동아리도 하고 있고요. 일요일에는 민들레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밴드 활동을 해요. 남는 시간에는 쉬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글을 쓴다고 하셨는데 주로 어떤 글을 쓰시나요?
내가 좋아하는 일 같은 걸 꼼꼼히 쓰다 보면 저에 대해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어서 그런 걸 써요. 또 사회적 이슈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부분들을 쓰기도 해요. 나와 세상에 대해 쓰고 있어요.
- 주로 다이어리에 쓰시나요? 요즘 블로그를 많이 하더라고요.
보통 메모장에 쓰는데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긴 해요. 제가 3월에 병원에서 받은 진단이 ‘망막색소변성증’이라고 하는데요. 야맹증으로 시작했다가 실명까지 되는 병이라고 해요. 허탈하기도 하고 좌절도 했다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핸드폰만 보면서 놀기만 한 적이 있거든요. 2~3주 그렇게 지내다가 이렇게 살면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요. 언제 실명이 될지 모르는 병이니까 시간이 더 황금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더 열심히 살아보자. 그런 결심을 알리고자 하는 글을 블로그에 써서 업로드 한 적이 있었습니다.
- 돌멩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굉장히 자유롭고 따뜻해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주변에 사람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타인과의 접촉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따뜻해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변이나 온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 혼자 잘 살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치를 좀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을까요?
제가 지금 고3인데 저는 입시가 아닌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진로에 대해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이 있어요. 또 대학에서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닌 공부와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은데 저는 중학교를 대안학교로 다닐 때부터 공부는 손에서 놔버렸거든요. 그래서 (진학에 대한) 그런 고민? 앞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 찾기
아직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걸 못 찾은 것 같아요. 옆에 친구들 보면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거나 그림을 좋아하거나 그렇게 좋아하는 걸 하면서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데 저는 아직 그런 게 크게 없어서.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찾고 싶어요.
- 그럼 하고 싶은 걸 찾기 위해 하고 있는 게 있나요?
일단 모든 경험을 마주하면서 피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쩌다 우연히 어떤 일을 했는데 마음에 들 수도 있는 거잖아요. 경험을 피하지 않으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 것 같아요.
✔️ (장르 구분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접하기 위한 독서하는 습관 기르기
민들레에 다닐 때 어떤 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여행을 갈 시간이 없으면 책을 많이 읽으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것도 그렇고 책을 읽은 지 얼마 안 됐어요. 글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자극이 되는 표현이나 문장, 사실이 엄청 많더라고요. 겨우 몇 장 읽었는데도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는 게 새로워서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건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이라는 책인데요. 굉장히 많은 걸 배웠어요.
✔️ 여유를 가지고 살기(나와 주변인을 위해)
주변 사람들과 내가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현대인들 보면 여유롭지 못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얼마 전에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을 했는데. 제 옆 차선에 초보운전을 붙이고 들어오려고 하는 분이 계셨는데 배려를 안 해주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끼어드는 분 있으면 배려를 해드렸더니 고맙다고 해주시는 것이나. 그런 걸 보면서 여유롭게 살면 좋겠구나 생각했어요. 제 마음도 평화로워지고 제 옆에 있는 사람도 릴랙스가 될 수 있으니까. 여유를 가지고 살자.
✔️ 따뜻한 사람이 되기(다정한 사람)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저는. 그냥 제가 따뜻해지면 주변 친구들도 다 따뜻해지는 것 같아서요. 저한테도 그렇고 다른 사람한테도 그렇고 여유를 갖고 따뜻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요즘 제가 크게 느끼고 의식하고 있는 거예요.
✔️ 배움과 노력에는 주저하지 않기
민들레에서 나, 세상, 타인에 대해 배우면서 제가 많이 달라진 것 같고 배우는 게 진짜 중요한 거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배우고 경험하기 위한 노력은 아끼지 말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있어요.
돌멩의 공간민들레 수료집 표지
- 최근에 새롭게 배운 것이 있나요?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인데요. 나의 길을 찾는 것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제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안해한다고 바뀔 게 없으니까요. 이게 틀린 길도 아닌 거고요. 불안해하지 않고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살면 되는 것 같다고 생각 하고 있어요.
✔️ 포용할 줄 아는 사람 되기
작년에 되게 크게 배운 건데 타인의 입체성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타인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려고 하지 않고 입체성을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되니까 단편적인 부분만 보려 하지 않고 있어요. 어떤 사람에 대해서 이런 사람이라고 붙이지 않기. 저나 그 사람한테도 좋을 게 없으니까요.
✔️ 자유롭게 살기
계속 붙잡고 있던 일이 너무 안되는 것 같으면 놓아주고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해요. 내가 자유로운 주체라는 걸 잊지 않기. 그런 느낌? 그리고 저는 자존심이 강한 편이라 원래 제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게 제 발목을 잡더라고요.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부족한 게 뭔지 잘 인지도 안 되고 발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나의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고 내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뭔가 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글을 쓰면서 깨달았어요. 다른 사람이 앞서간다고 조급해하지 않고.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저는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하는 일이 뜻대로 펼쳐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길은 너무나도 많고 아직 살날도 많이 남았으니까요. 젊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추상적이지만 불안해하지 말고 나를 믿고 넓게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