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사계절로 나눴을 때 스무 살은 여름의 시작 즈음이라고 합니다. 볕이 뜨거워지고 잎이 무성해지는 인생의 여름을 맞이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있을까요?
하자마을에서는 매년 스무 살 이상의 청소년을 ‘성년자’로 초대하여 하자마을 성년식을 치르고 있는데요. 올해에도 5월 13일에 <새로운 계절, 우리의 스물>이라는 제목으로 성년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무려 35명의 성년자가 신관 중정에 모여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만의 다짐을 들려주었어요. 그리고 수많은 관객 앞에서 스스로 성년됨을 선언하였습니다. 관객들은 성년자를 축하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화관을 씌워주고 축사를 나눴는데요. 그 현장사진과 함께 성년자가 직접 작성한 ‘성년의 다짐’을 나눕니다.
규현 김규현
길었던 10대가 끝나고 이제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저의 10대는 늘 타인과 비교하며 저의 가치를 매기고 다른 사람의 시선 아래에 저를 두어 자유롭지 못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보다 무겁게 다가오지만 그만큼 저의 자유가 보장이 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는 자유도 좋지만 저에게 더 필요한 것은 제 자신이 독립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믿어줄 것을 다짐합니다.
나우 장예권
제가 성인이 된다면 스스로 다짐한 약속들을 잘 지키며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한 약속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지키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욱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하며 저의 20대를 헛되지 않게 보내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괴정에서 어려워 보이는 일이 있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누리 현유누리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들 합니다.
스무 살까지 살아보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계속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보며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여정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보면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제 자신이 더 좋아집니다.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아도 조금 느리게 걸어가도
때론 넘어지고 주저앉아도 다시 일어나 걸어가고
되 돌아 볼줄 아는 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름처럼 세상을 누리며 지금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며
그 시작을 즐기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다 갈다경
성인이 되고 난 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선택이라는 자유와 책임이라는 무게를 필수적으로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은 마냥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끔은 제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책임을 미루거나 회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최악의 선택이었다 해도, 모두가 나를 탓하고 비난한다 해도, 절대 나만큼은 그런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저는 이때까지의 수많은 선택과 책임 끝에 이 자리에 서있는 저를 정말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다짐합니다.
도도 김현도
도도란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는 게 귀찮은건지 무서운건지, 많은 사람이 선택한 길을 그저 따라가다 보니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학교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술 마시고, “내가 생각한 어른과 지금의 내 모습이 같을까?” 아니면 “아직 내가 어른이 되지 못했나?”와 같은 생각을 종종 하지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오디세이학교에 다녔던 17살에 저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를까?”라는 생각합니다. 그 당시 “어른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에서 그럴싸한 말로 포장만 하며 질문에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질문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했고 그때와 지금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지금의 저는 3년이란 시간이 지나 성년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어른은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지만, 아직 그 책임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나란 사람이 과거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고,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런 어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김현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싫은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이 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도란 권도연
19살 겨울의 저는 자우림의 <오렌지 마말레이드>라는 음악을 돌려 들으면서 20살이 오지 않기를,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미성년의 나이를 넘어 성년이 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은 제가 너무나 미워했던 어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학창 시절 어른들에게 상처를 잔뜩 받고는 그들은 왜 나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지 않았는지 원망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은 어른들을 찾기 위해 큰 용기를 내어 학교 밖으로 한 발자국 나왔을 때에서야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저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데 세상은 이제 저에게 어른이 될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저는 이제 또 다른 상처 받은 저를 위로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하고픈 일도 없는데 되고픈 것도 없는데
모두들 뭔가 말해보라해.
별 다른 욕심도 없이 남 다른 포부도 없이
이대로이면 안되는 걸까
나 이상한 걸까?
어딘가 조금 삐뚤어져 버린 머리에는
매일 매일 다른 생각만 가득히
나 괜찮은걸까 지금 이대로 어른이 돼 버린 다음에는
자우림, <오렌지 마말레이드>
루디 윤하경
스무살, 아직은 어색한 말입니다.
어른이 되기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젠 시간이 흘러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라던 어른이 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제일 어려워했던 일은
제 자신의 실패를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또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해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다시 웃으며 툭툭 털고 일어나 몇 번이고 새로운 배움을 얻어 가겠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룰루 조성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오디세이에서도 수료한 뒤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제 인생은 항상 혼란스러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꾸준하게 나에게 의문이 들었고 어떤 날에는 내 의문을 해결한 채로 어떤 날에는 그저 마음이 복잡한 채로 살아왔습니다.
오디세이를 수료하고 열여덟 살, 학교에 간 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일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스무 살, 딱 1월 1일이 되고 세상이 엄청나게 바뀔 줄 만 알았었고 이제는 꿈을 찾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마주했을 때에 나는 눈앞의 것을 해치우기 급급했고 내가 했던 다짐과 그런 여유를 잊어버린 채로 무작정 달렸습니다. 혼자 생각에 빠져 시간을 보내던 많은 날 중 어떤 하루에 문득 나를 돌아보며 생각에 빠져있다가 깨달았습니다. ‘나 꽤나 목표도 없고 취향도 잘 모르겠고 맨날 혼란스러워하면서 있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잘 살아왔구나~’ 하고 말이죠.
내가 생각했던 삶이 너무나 거창했기 때문에 자꾸만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꿈을 좇고, 나에 대해 정의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만을 고민했습니다. 정작 내가 지금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한 장면을 잊고 산 것이죠. 저는 앞으로 ‘혼란스러움’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스무 살이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하고 답을 찾아가면서 살 것을 다짐합니다. 나를 포함해 모두들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삶이 거창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혼란스러워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만성 윤성만
성년자가 되었다는 걸 체감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 장소에 처음 왔을 때가 그리웠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도 스스로에게 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달려왔던 지금 저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멋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계획에 없었던 좋은 인연들과 우연들은 저라는 사람이 큰 성장을 할 수 있게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주었거든요. 그 외에도 제 꿈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시간이란 게 흐르고 성년자가 되었을 때 저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바뀐 모습이고 성장이 되어 있는 모습이지만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좋아서 시작한 일인만큼 열심히 했고 제가 지쳤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힘들었던 만큼 현재를 살고 있는 전 너무 행복해요.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고, 실력 있는 분들이랑 작업도 해보고, 제 노래를 기다려주시는 사람들도 있고, 그 노래를 인정해주시고 공연에서 초대해주시고 이런 삶이 너무 좋아서 음악과 예술을 포기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전 이런 방식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메이 박혜지
내가 상상했던 스물은 이런 철부지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른들이 그토록 엉망인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된 걸 보니 조금의 성숙은 했나봅니다.
이젠 압니다. 가장 힘든 건 성공한 어른이 되는 것 보다는 좋은 어른이 되는 것임을. 운이 좋게도 스물이 되기 전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 덕에 얕고 깨끗한 시냇물로 흘렀던 나는 가장 깊고 짠 바다로 향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더이상 나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소신있는 형태로, 가장 자유로운 헤엄을 쳤으면 합니다.
어린 내가 꿈꾸었던 어른이 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명철 신명철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에 하자의 식구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하자와 처음 인연을 맺은 날도 열아홉의 여름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가 겪은 삶의 문제를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한 편 만들었습니다. 열기로 가득한 운동장과 교실에서 함께 영상을 만들었던 기억은 제 안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저에게 열아홉은 그동안의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안전한 공동체,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을 보고, 그 찬란함을 쫓았던 시간입니다.
청소년기의 고민들은 성년이 된 후에도 좋은 밑거름이 되어 저를 다양한 실천과 행동들로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큰 전환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학이란 제도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 것에 다시금 불안감을 느끼고, 여전히 이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목격하며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이 세상이 낯설고 두렵습니다.
스물셋이라는 나이에 도달한 지금, 내가 원하는, 주체적으로 그려나가는 삶이 어떤 것일지 다시금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하자의 식구들과 사랑하는 친구들 앞에서 다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