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돌봄과 자립, 자립과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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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9월 하자마을통신의 문을 열게 된 판돌 흐른입니다.

 

저는 돈이나 숫자에 굉장히 약한 사람인데요, 요즘 연일 신문 지면을 도배하는 예산 관련 뉴스에는 귀가 쫑긋하게 됩니다. 청소년 활동지원 예산 전액 삭감초중고 성인권교육 예산 전액 삭감청소년 노동권 보호 상담사업 예산 전액 삭감장애인 취업지원 예산 23억원 삭감국공립 어린이집 및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예산 전액 삭감... 모두 돌봄에 대한 정부 예산이 삭감된다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 얼마나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마구 돌봄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데는 돌봄이 약자에게만 필요한 것이라는 오래된 오해가 한 몫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약자는 소수이고 대다수의 납세자들은 돌봄을 받을 필요 없는 자립적 인간이라는, 그래서 소수의 약자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요.

 

그런데 과연 자기를 잘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가진 사람이라면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모두 어떤 측면에서 취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늙거나 병들어서, 사회적 자원이 없어서, 가까운 존재를 잃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리가 언젠가 겪을 수밖에 없는 무수한 이유들로 우리는 돌봄을 받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돌봐야 할 때도 있고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인류 문명의 최초의 증거를 1만 5천년된 ‘부러졌다 다시 붙은 인간의 다리뼈’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부러진 다리뼈가 다시 붙을 때까지 맹수에게 잡아 먹히거나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다른 누군가 뼈가 부러진 사람을 돌봐 줬다는 뜻이고 그것이 인류 문명의 증거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2기 프로그램을 마친 자립준비 여성청년 역량강화 사업 <위 아 퓨처 메이커스>의 핵심 키워드는 ‘상호의존적 자립’이었습니다. 마거릿 미드의 대답처럼 인류의 문명은 돌봄에서 시작되었고, 인간의 자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혼자서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의 연결 속에서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때 돌봄은 자립과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개념이 됩니다. 자립을 준비하는 2기 퓨처 메이커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도 이 점이었습니다.

 

돌봄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주변과 나를 살피며 돌봄에 대해 생각해 보는 따스한 추석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하자센터 판돌 흐른 드림


▼ 하자마을통신 9월호 읽기

https://stib.ee/1u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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