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꺾임과 피어남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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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월 하자의 소식을 전해드릴 판돌 푸른입니다.  

 

얼마 전, 하자센터 옆 마당에서 다친 까치를 발견했습니다. 걷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날개를 다친 것인지 날지 못하고 총총 마당을 돌아다니고 있더라고요. 곁에는 다행히 부모로 보이는 큰 까치들이 다친 까치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야생동물센터와 영등포구청 관련 과에 연락하기도 하며 살폈으나 안타깝게도 까치는 얼마 후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기억에 남는 일이었어요. 저는 어린 까치를 땅으로 돌려보내며 하자 텃밭에 활짝 피어 있는 작약 한 송이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까치 가족이 평안하기를 기도하면서 시작과 끝, 생과 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되었어요. 모든 생명에게는 죽음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다양한 변곡점을 마주해 나가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갑니다.

 

하자에서는 매년 5월이 되면 '하자마을 성년식'이 열립니다. 성년식은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함께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생애주기 중 스무 살 무렵을 기점으로 축하와 지지를 함께 나누는 자리인데요. 올해에는 오랜만에 온라인이 아닌 하자센터 중정에 모여, 19명의 성년자가 나누는 성년의 다짐에 귀 기울여볼 수 있었습니다. 하자마을 성년식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하자에서 거의 유일하게 생화를 사용하는 행사라는 점입니다. 한 송이의 꽃이 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가 필요한지 알기에 하자에서는 꽃을 함부로 꺾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꽃이 함께 하지요. 꽃을 피우는 정성과 마음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하자에서도 성년이라는 중요한 인생의 전환기를 축하하기 위해 기꺼이 생화를 사용하여 화관과 무대를 만들고 성년을 맞이하는 기쁨과 고찰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저는 까치의 죽음을 애도하며, 성년자의 성년을 축하하며 앞으로 마주하게 될 중요한 삶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택과 책임 속에서 바람처럼 흔들리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로 곁이 되어주는, 지지와 응원을 나누는 동료가 함께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구독자분들께도 함께 성장하며 서로의 변화를 살펴주는 분들이 곁에 있기를 바라며, 5월 하자마을통신의 문을 엽니다.

 

하자센터 판돌 푸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