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역사를 만드는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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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월의 푸른, 3월의 찬스에 이어 하자의 소식을 전해드릴 판돌 흐른입니다.
 
4월의 하자센터는 춥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춥다는 말입니다. 최고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 4월의 오늘도 저는 사무실에서 외투를 벗지 못합니다. 하자의 콘크리트 벽에서 냉기가 마구 뿜어져 나와요.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가 봅니다.
 
하자센터는 1980년대에 세워진 '남부근로청소년회관'의 건물을 이어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자센터 공간의 역사는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80년대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해 공장에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상상했을 10대 청소년들에게 남부근로청소년회관은 배움과 주거와 활동의 공간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때도 이 건물은 이렇게 추웠겠죠?
 
그런데 저는 40여년 전 이 자리에 있었을 ‘근로 청소년’의 흔적을 묘하게도 바로 이 냉기에서 느낍니다. 바닥을 새로 깔고 벽에 페인트 도장을 다시 해도 이 콘크리트 벽의 냉기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거든요. 80년대에는 기숙사로도 활용되었다는데 ‘그때 여기서 지내던 청소년들은 겨울을 나기가 괜찮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냉기는 제게 이 건물의 시간을 일깨워주고 그 시간을 거쳐왔던 사람들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 16일이 찾아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덟 번째 4월 16일이었어요. 여러분에게 그날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는 무엇인가요? 화창한 봄날, 부푼 맘을 안고 제주도로 향하던 청소년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바다로 가라앉은 그날 이후 많은 약속과 일들이 일어났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질문하게 됩니다.
 
저는 올해 하자에서 2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청소년들이 한국에 와 하자에서 두달여간 머물며 한국의 청소년과 진로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제작 프로젝트 <글로벌 미래진로 유스랩(Youth Lab)>이고, 다른 하나는 아동보호 시설 퇴소 후 자립을 준비하는 여성청소년의 자립을 응원하는 프로젝트 <We are Future Makers>입니다. 한국과 미국 청소년의 만남, 자립 준비 여성청소년들의 만남에서는 어떤 과거의 기억이 소환될까요. 그리고 이 만남은 그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기억될까요?
 
두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다르지만, 청소년이 자기 경험을 회고하며 자기 삶의 내러티브를 만들고 그 내러티브를 통해 미래를 디자인하는 힘을 기르는 프로젝트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누군가는 비극적인 '교통사고' 정도로 축소하려고 했지만, 피해자, 유가족, 연대했던 시민들은 세월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발굴했고, 감정을 공유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며 공동의 내러티브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내러티브가 가진 힘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를 기억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기억이 되고 기억이 역사가 되는 봄의 한 자락이 구독자 여러분께도 가 닿길 바라며
4월 하자마을통신의 문을 엽니다.
하자센터 판돌 흐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