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위한 일터모델 만들기> 기획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은, 일하면서 느끼는 고립감을 해소하고 판돌 간 신뢰를 증진하며 하자와 판돌이 상호성장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친친회'를 소개했습니다. 그것은 판돌들이 일하고 싶은, 일할 맛 나는 일터 뿐 아니라 미래 세대가 일하고 싶은 일터 모델을 설계하고 실험해 보는 일터 모델 실험의 일환으로 제안된 세 가지 방안 중의 하나였습니다. 두 번째는 이번에 소개할 '판돌의회'입니다. 판돌의회의 목표는 심플합니다. 좀 더 민주적인 의사소통/결정체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지요. 판돌의회의 도입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판돌의회의 지향인 하자 내 민주적인 의사소통 및 결정구조를 확립하는데 어떤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 글_ 흐른(학습생태계팀 판돌)
---- <리뷰>
좀 더 민주적인, 좀 더 충분한, 그리고 생기 있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하자를 만드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더 자주 전체회의를 하면 될까?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하자의 사업과 병행하려면 클론이 필요하다. 그러면 심도 있는 팀 회의를 할까? 전반적인 문화나 제도를 이야기하기엔 팀은 경계가 너무 명확하다. 고려할 것이 또 있다. ‘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간 하자는 ‘둘러앉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앉아있는 것 자체로만은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세대에 따라 주어지는 자원과 권한이 다른 것 까지 고려해 보면, 팀 회의와 전체회의로는 부족했다. 모든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권한이 고르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의제가 결정되고 실행되는 힘을 만드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때로 하자의 의제들은 표류했다. 전체회의에서 다루기엔 시간과 발언 기회가 부족하고, 팀에서 다루기엔 너무 큰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8년 하자는 ‘판돌의회’라는 의사결정체계를 도입했다.
모든 구성원이 둘러 앉는 판돌 전체회의의 모습
판돌의회의 정체성과 운영 방안
모든 판돌들은 판돌의회에 참여한다. 현재 판돌의회는 다섯 개의 소분임과 각 분임을 대표하는 대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분임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서도 판돌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었는데, 일단 2018년은 세대에 따라 나누기로 했다. 청년 세대의 말할 권리, 들릴 권리에 대한 고민을 담은 결정이었다. 20대 그룹, 30대 초반 그룹,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그룹, 4-50대 그룹으로 나눠진 소분임에서는 요즘 일하며 살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그 이야기에는 밥과 차가 곁들여진다. 먹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면, 하자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다. 대의원들은 그 이야기를 잘 갈무리해서 다른 대의원들과 나누고 이 달엔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한지 공통의 주제를 고른다. 그 주제를 다시 소분임이 해결하기 위해 제안하는 방식으로 판돌의회는 운영된다.
2017. 12. 21 판돌의회 소분임표
2018년 2월부터 약 3개월간 판돌의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사항들을 소개해본다면, 3월에는 판돌들에게 일에 대해 생각을 확장하는 시간, 일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방법으로 각 소분임이 대안을 제시했고, 그 중 ‘일상상데이’ 라는 제도가 판돌들의 선택을 받아 도입되었다. ‘일상상데이’는 하자 밖에서 하자의 일을 더 확장하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월 1회 가지는 제도이다. 4월에 이야기를 나눈 주제 중에는 5월 뉴스레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하자 내 흡연실의 존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하자의 가치와 운영에 대해 팽팽하게 의견이 맞선 흥미로운 주제였다. 최종 결정은 카드뉴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호호.
판돌들은 판돌의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다양한 입장이 있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종 의견 수렴되지 않아 표류하던 의제들이 차근차근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만족스러운 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사실 판돌의회의 별명은 ‘결정하자’이다. 잘 결정하고 싶은 판돌들의 목마름이 담긴 별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공통적으로 말해진 판돌의회 도입의 긍정적인 면은 판돌들에게 마음을 터놓고 하자의 문화와 제도를 토론할 공간과 시간을 보장했다는 점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도 충분히 일과 삶에 대해 고민을 나누긴 어려웠던 탓이다. 내가 하루에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내 목소리가 표현되고 들린다는 것은 초연결과 고립을 동시에 겪어내는 2018년을 사는 모두에게 가장 필요했던 경험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