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흙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여기저기 도시텃밭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목마름을 호소한다. 그래서일까? 10명이라는 제한을 둔 것에 비해 신청자는 두 배에 달했다. 베란다에서, 옥상에서, 학교에서, 정원에서, 아이들이랑, 참으로 다양한 경험과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 다 같이 한 평 농사를 지어보자. 그렇게 16명이 모였다. 다시 돌이켜보면 ‘모집’이라는 단어보다 ‘모심’이 더 맞았다.
옥상텃밭에서 한 평 농사를 짓습니다.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 무경운으로 키우려고 애씁니다.
발자국 소리로 생명을 가꿉니다.
서로서로 가꾸고, 따로 또 같이 나눠 먹습니다.
공동 경작으로 감자, 고구마, 배추, 무, 옥수수,
땅콩, 토란 등을 가꿀 수 있고 수확시 함께 나눕니다.
개인 경작은 매주 수확이 가능한 쌈채소,
토마토, 고추, 가지 등 개인 취향대로 가꾸며 나눕니다.
꼭 함께 하셔야 할 모임은
하자마을의례인 ‘시농제’ ‘김장잔치’와
도시텃밭농부를 위한 ‘텃밭교육’이 있으며,
이외 자율적으로 ‘텃밭파티’ 등을 열수 있습니다.
물론 꾸준히 서로 텃밭을 돌보고 가꿔야합니다.
텃밭가꾸기 2년차인 허브텃밭단이 지켜가고자 하는 농사 약속이다.
약속을 읽어보니 애씀, 가꿈, 나눔, 돌봄이 알알이 새겨있다.
텃밭을 돌보고 작물을 키우고 가꾸는 것이 사람을 돌보고 키우는 일과 다르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3월 15일 봄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 텃밭단의 첫 만남이 있었다. 허브텃밭단의 청소년 레아가 텃밭단에게 하자 곳곳을 안내하는 하자투어를 했다. 서로 도우며 지을 두 사람을 서로가 뽑았고 리틀 포레스트, 바람, 마음은 콩밭에, 수요일, 영중... 그렇게 7개의 모둠이 되었다. 옥상텃밭 물주기 당번도 텃밭 반장도 뽑았다. 그렇게 바람을 몰고 허브텃밭단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짱짱과 함께하는 첫 번째 텃밭교육
텃밭단은 바람을 몰고 오는 걸까? 바람이 쌩쌩~~ 꽃샘추위가 심통 부리는 날, 도시농부 짱짱을 모시고 첫 번째 텃밭교육이 열렸다. 옹기종기 귀를 기울이며 이런 저런 질문들이 이어졌다.
‘작물은 햇빛과 물과 흙의 힘으로 자라요’
‘옥상텃밭의 경우 특히 물이 중요해요.’
강의를 마치고 모두들 허브옥상으로 올랐다. 추운 바람이 불어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밭을 돌보고, 양파, 쪽파 나란히 심으며, 흙내음에 푹 빠졌고, 그렇게 텃밭 흙을 돌보고, 봄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신관 옥상 원형정원
허브텃밭에는 텃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작은 허브정원이 있다. 2015년, 허브판돌 뽀꼬의 제안으로 원형허브정원을 만든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마른 풀들로 무성하지만 봄이 더 깊어지면 푸릇푸릇 다시 싹이 트고, 꽃이 핀다.
그러던 와중 작년까지 함께 텃밭을 가꾸던 영쉐프스쿨이 혁신파크로 이사를 가고, 옥상텃밭의 커다란 원형밭이 빈자리가 되었다. 무슨 인연이었을지 텃밭단에는 정원공부를 하고, 서울숲에서 활동하는 정원사가 있었다.
“저는 하자 ‘허브’ 텃밭이 ‘허브’인줄 알고 지원 했어요. 우리 텃밭 구석구석에 심을 허브 씨앗을 구해 싹을 틔웠는데 새싹이 이렇게 올라왔어요.”
“허브가 그 허브? 하자허브에서 허브는 기차역 같은 장소를 의미해요. 그러니까 기차역을 상상하시면 되겠네요.”
“우리 동네의 허파와 같은 허브네요.”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헤어지며 연결되고 또 만나 배우고 먹고 마시기도 하는 동네 허파와 같은 허브텃밭에서 숙근초와 식물허브로 향기와 맛, 이쁨까지 다 같이 경험하도록 저도 재미있게 해보렵니다.”
“오늘 갑자기 모였어요. 서로 합쳐서 병꽃나무, 수수꽃다리, 귀리사초, 타래붓꽃, 톱풀 등등... 서울숲에서 모셔온 아이들을 잘 심었어요. 다 정리하고 허기진 상태였는데 마침! 현수 덕분에 떡볶이까지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 같이 모여 하하호호 냠냠냠 아주 꿀맛이었어요. 일하고 먹는 하자 허브 떡볶이가 이렇게 맛있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올해는 텃밭을 가꾸며 새로이 원형정원도 가꾸며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의 수고와 응원으로 허브텃밭의 원형정원이 기운 받아 뿌리내리고 잘 자라 텃밭단 곁에서 자리매김 하길 기원해본다.
며칠 뒤 미세먼지로 뒤덮힌 서울, 마스크 쓰고 종종종~ 모인다.
짱짱이 가져오신 씨감자 심고, 맨살이 들어나지 않는 흙을 만들기 위해 낙엽과 솔잎을 덮는 작업을 했다.
씨감자 알알이
씨감자는 20여일 싹을 틔우는 작업을 한 것인데, 햇빛이 적당이 드는 베란다에 씨감자를 펼쳐놓고 20일 정도 지나면 겨울 잠자던 이 친구가 깨어난다. 바로 싹이 트는 것이다. 북극곰만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식물도 겨울잠을 잔다.
계란만한 크기의 씨감자가 싹이 트면 반 정도 크기로 자른다. 이때 씨눈을 보고 잘라야한다. 자를 때 완전히 토막 내지 않고 조금 남겨두어 이삼일이 지나면 자른 면에서 전분이 나와 꾸둑하게 마르게 하는 것도 좋다. 물론 그냥 잘라 재를 묻혀 심어도 된다. 재가 없다? 그럼 그냥 심어도 된다고 한다. 심을 때는 20cm 정도 깊이로, 자른 면이 바닥을 향하게 심는다.
다음에는 허브텃밭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흙의 맨살을 덮어주는 작업을 했다. 관행농에서는 비닐멀칭을 한다. 허브텃밭단은 짱짱이 가져오신 낙엽과 솔잎으로 두둑이 덮어주었다.
왜 그럴까? 궁금하다면 실험을 해보길 권한다. 맨흙이 나온 밭과 낙엽을 덮은 밭을 작게 만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덮어주면 풀들도 적게 나오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준다. 특히 옥상은 물 조절을 잘해야 하는 인공텃밭이기에 수분의 탈출을 막아주기도 한다. 햇볕이 점점 강해지면 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이 풀들을 뽑지 않고 흙으로 되돌려주는 농법이 자연농법이다. 벌레도 더불어 산다. 텃밭을 가꿀 때 가장 많이 만나는 벌레는 진딧물입니다. 진딧물은 영양분이 너무 과할 때 크게 성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진딧물보다 달팽이가 더 많았다. 이런 밭은 작물도 키우지만 달팽이도 더불어 산다. 올해는 어떤 벌레들과 마주하게 될지. 그렇게 마주한 벌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차차 의논해 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