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자는 10월부터 12월까지 꼬박 3개월 동안 매주 두 번, 세 시간씩 회의와 포럼을 하며 하자의 미래 비전과 목표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미래세대의 일터 모델로서 하자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판돌들이 일하고 싶은, 일할 맛 나는 일터 뿐 아니라 미래 세대가 일하고 싶은 일터 모델을 설계하고 우리 스스로 실험해 보는 것은 청소년의 진로를 고민하는 기관으로서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합의해 나갔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결과 친친회, 판돌의회, 유연근무제의 세 가지 방안이 제안되었고 올해 하자는 그것을 실험 혹은 시범운영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실험이 제기된 과정 및 배경, 실제 시행 과정과 그 안에서 드러난 이슈들과 입장들, 그리고 그 의미를 기록해 뉴스레터로 구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하자가 조직문화와 관련해 실험하고 있는 세 가지 제도가 그 자체로 대단히 새롭거나 획기적인 의미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저희 스스로도 기록하고 여러분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는 조직문화,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일터 모델을 만드는데 유의미한 지점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첫 번째 시간에는 친친회를 다룹니다. 일하면서 느끼는 고립감을 해소하고 판돌 간 신뢰를 증진하며 하자와 판돌이 상호성장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안된 것이 친친회입니다. 이미 두 번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친친회가 어떤 기대와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숙제와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 글_ 흐른(학습생태계팀 판돌)
----- <리뷰>
2018년 하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친친회를 소개합니다.
지난 2017년 연말 하자는 앞으로의 시간을 고민하며 둥글게 모여 앉았습니다. 지난 20년간 하자가 지나온 길을 살피고 앞으로 20년을 위해 어떤 고민을 나눠야 할지 함께 의논하는 ‘비전회의’였어요. 하자에서 일하는 전체 판돌들이 모여 하자의 비전을 고민하면서, 그 동안 하자 곳곳에서 느꼈던 문화를 살피고 문제가 되는 것들을 해결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논의 주제별로 위원회를 구성했고 판돌들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하자의 모습과 하자와 나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몇몇 판돌들이 소통-협력위원회란 이름 아래에 모였어요.
2017년 비전회의 모습
하자센터의 앞으로를 이야기하다보니 지나칠 수 없는 것이 하자에서 일하는 판돌들의 시간이었는데요, 하자가 새로 오는 판돌들이나 지금 함께하고 있는 판돌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가 되려면 통(通)하는 조직문화와 판돌들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부분의 판돌들이 하자 안에서 상호지지하며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대한 절실함을 가지고 있었고, 소통-협력위원회에서는 하자와 판돌이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로 채워지는 것, 판돌들 각자가 외롭지 않게 일하는 것, 공감적 경청과 협력적 피드백이 가능한 조직문화와 판돌역량을 기르는 것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아봤습니다.
개념과 약속은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판돌, 하자에서의 일, 노동, 활동, 작업 등의 개념을 정의해보면서 ‘노사협의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요, 누구든 묻고 무엇이든 답하는 소통채널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소통협력위원회의 다음을 구상했습니다. 또 일하는 보람과 일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 판돌들끼리의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해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친친회’는 좋은 일터로서의 하자를 위한 아주 작은 시작입니다.
‘친친’은 친한 친구의 준말로, ‘친친회’는 판돌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입니다. 하자에서 일하다보면 판돌들끼리 마주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데요, 보다 자주 만나 판돌들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로가 서로의 자원이 되고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친친회에서 만드는 다양한 모임을 통해서 판돌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새시간을 마련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어울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었는지,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때쯤 친친회가 찾아옵니다.
그 첫 번째 모임은 2월 설날을 맞이하여 열렸던 명절대잔치였어요. 잘 먹고 잘 쉬자는 컨셉으로 마련했던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닌 명절대잔치>는 푸짐한 선물, 하자 판돌 재치 대방출로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었어요. 푸짐한 선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주거래은행, 타기관 등에서 하자센터에 보내온 달력, 수건 등이 선물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돌들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OX퀴즈, 윷놀이, 딱지치기, 몸으로 말해요 등 흔한 놀이로 채워진 시간이었는데도 판돌들의 새로운 모습(재미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1회 친친회 명절대잔치 단체사진 (청소년도 함께 명절대잔치! 참석하지 못한 판돌들도 있습니다)
두 번째 모임은 기존 하자 판돌들이 모두 모였던 시간, 2월 전체회의 자리였어요. 보통 전체회의는 팀별 공유내용, 논의안건에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부 채워졌었는데요, 어떤 때는 흥미로웠지만 어떤 때는 지루한 시간이었던 회의를 조금이나마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보고자 친친회에서 특별히 ‘작은 영화관’을 꾸려봤어요. 회의는 최대한 간략하게 진행하고 판돌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 영화 <땐뽀걸즈>를 함께 보았답니다. 청소년 기관인 하자센터가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2018년 1년 동안 친친회 활동을 이어나가보기로 하면서 다채로운 모임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2월에 지나간 두 모임 외에도 5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꽃소풍, 9월 창의서밋이 끝나고 난 뒤 창의뒤풀이와 추석맞이 명절대잔치2가 기다리고 있어요. 또 10월 어색한 건 잠깐인 가을운동회와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송년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욕 충만한 친친회의 다채로운 한 해가 궁금하신 분들, 언제든 하자에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