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정규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다양한 나라에서 온다는 생각을 하니 들뜨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긴장되기도 했다. 학기 시작을 기다려왔었기 때문에 시간표를 짜고 이전에 소개하지 않았던 IPC의 공간이나 시스템, 가치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IPC에 와 있는 것을 실감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나뉘어져 각각의 컨텍 티처들과 한 학기 동안 함께하는데, 설거지나 청소처럼 돌아가면서 맡은 역할을 할 때 그리고 LIFE STORY나 Wednesday Fellowship 등의 프로그램에서 함께한다. 시간표를 짜면서 내가 공유할 수 있는 것과 다양한 것들을 들어볼 수 있는 수업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보려 했다.
#Sustainable Gardening
하자작업장학교 ‘현미네홉’에서 계속해오던 농사수업을 마치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어, IPC에서는 농사라는 것, 혹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무엇인가를 키우고 가꾸고 자연에 접근하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Environmental Study와 동일한 선생님의 지도로 연결되기도 한 수업은, 생물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 첫 날 이후로는 이론이나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 활동하는 시간이 많았다.
6주 수업은 크게 두 팀으로 나뉘어졌는데, 크게는 씨앗을 수집하고 정원 구조를 관리하는 팀과 모종을 키우는 상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매일 각기 다른 작은팀으로 나뉘어져 일을 하면서 큰 팀이 진행하는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가꾸는 공간은 그리 크지 않았고, 주로 허브나 과일 등을 많이 키운다.
가을 학기 농사 수업은 주로 수확을 하거나 정리 하는 일이었다. 작물을 수확해 먹는 것은 그 자체로 좋고, 생물다양성 개념처럼 연결되어있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만, 다 자란 작물들에게서 열매만을 수확하는 것은 뭔가 낯선이에게서 내가 좋은 것만 취해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자작업장학교 농사수업 ‘현미네홉’을 하며 느끼는 것과, 그 이전에 내가 그저 모든 것들을 돈으로 소비할 때의 느낌과는 또 사뭇 달랐다. 오히려 그냥 소비할때보다 더 이상한 기분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일까, 수업이름처럼 ‘지속할 수 있는 가드닝’이라는 것의 중심을 어디에서 발견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던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Environmental study
새로운 것을 배운다기보다 환경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다른 학생들에게는, 혹은 각각의 나라에서는 어떤 점들이 크게 다가오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기후변화나 핵발전소에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 선택한 수업이었다.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듯 했고, 몇몇의 일본 학생들은 덴마크의 재생에너지에 대해 궁금하다며 일본 핵발전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핵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친구의 생각이 궁금해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수업과는 별개로 룸메이트나 몇몇 일본인과 대화 하다보면 사실 이 것을 어떻게 꺼내고 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물론 핵발전이 여전히 진행되는 세계안에 있는 당사자이지만, 후쿠시마의 이야기를 같이 꺼내며 얘기하기에 코앞에 당면한 사람은 아니라고 해야할까. 그런 면에서 조심스러운 점들도 없지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보통은 그들이 어떤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고, 나도 실제적인 이야기를나누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좋은 기회가 있긴 했다. 6주차가 끝나갈 무렵 몇몇의 그룹으로 나뉘어 발표 하는 시간에 Nuclear Waste 팀을 선택했다. 발표 시간은 이 수업을 들으며 처음으로 언어의 장벽 앞에 좌절 하던 순간이었다. 준비에 그만큼 시간을 더 많이 들이면 되지만, 개인이 아닌 팀 작업이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을 잘 만들어야하는데 서로 의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은 데다가 그 조율을 영어로 할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혀서 스스로 조금 포기한 면들이 있었다. 결국 내가 맡은 부분만 따로 열심히 준비했다. 물론 팀 내 친구들도 핵발전소 폐기물이 위험하고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좀 더 준비를 해 팀원들과 의견공유하며 잘 풀어 가며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다. 큰 틀 없이 이야기를 팀별로 풀어가는 진행이 힘들었고, 선생님이 최소한의 진행 과정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전반적인 수업을 들으며.
누군가 어떤 수업이 제일 좋았냐고 물으면 가만히 생각하다가 ‘no idea’라고 말한다. 크게 인상이 깊었다거나 재미있었던 수업도 없었고, 그렇다고 별로인 수업도 없었다. 시간표를 짤 때 너무 교류가 없는 수업만 선택했나 싶기도 했다. Evironmental study가 그나마 토론하는 시간이 제일 많았는데, 이 때도 서로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짧게 이야기를 공유하는 정도였다.
수업 초반에는 영어 때문에 많이 답답 했다. 일상대화정도는 할 수 있어도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을 듣고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수업들이 해당 주제에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그것 조차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이 많이 답답 했다. 그리고 선택한 대부분의 수업이 마냥 새로운 개념이 아니고 익숙한 것들을 선택했기에, 다른 학생들에게는 이 수업이 그들의 갭이어 시간으로서 어떤 도움이 될지가 제일 궁금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대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이곳에 와 수업을 들었다면 (물론 그 수업의 내용을 언어의 장벽없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 생각은 계속해서 그저 진행 중이다.
한편으로는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종종 시시해질 때가 있는데, 그런 기분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나는 결코 이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도 깊이 아는 것도 아닌데 다만 좀 더 익숙하다는 이유로 시시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참 위험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이곳에서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의식적으로 그것을 상기하려고 하고 있다.
#Asian Culture Evening
IPC에서는 각각의 나라를 지역으로 나누어 컬쳐이브닝이라는 행사를 한다. 한국과 일본과 베트남이 한 팀이 되어 아시아 컬쳐이브닝을 진행했다. 작년엔 부채춤을 추었다고 했는데, 한국사람들도 그렇고 일본과 베트남도 함께하다보니 사람이 정말 많아서 의견조율이 힘들었지만, 어떤 전통의 것들 위주로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다양한 모습을 풀어내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려는 이들이 있어서다행이었다. 한국팀이 진행한 것 중 하나가 몸짓이었는데, 지난 시위의 역사나 작년에 있었던 집회에 대해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덴마크에서 하는 몸짓이라니, 이상하면서도 재밌기도 하고, 짧게나마 한국에서의 집회모습들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준비를 하면서 뿌듯한 마음도 들어 열심히 준비했다.
우리 팀이 제일 먼저 발표를 하게되, 2주가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그 외의 다른 활동들도 준비하려니 촉박한 시간에 전하고 싶은 정보들을 제대로 담진 못했었다. 티처 한명이 집회에서 독특한 멜로디에 군무로 춤을 추며 사람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서로 힘을 준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춤을 배워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 전에 더 준비하지 못했던 노래(불나비, 주도 적으로 준비한 친구가 이 노래의춤이 멋있다며 선택한 노래다)의 역사와 가사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다보니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가사를 번역하며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어 좋았다.춤을 함께 배운 뒤에 서로 둘러앉아 리뷰를 했다. 많은 친구들이 춤을 배우는 것과, 한국의 집회에 대해 흥미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작년 민중총궐기의 시간 동안 페차쿠차를 쓰며 했던 고민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도 했다.
#IPC, 갭 이어, 사람
IPC에 머물며 갭이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처음에 IPC에 온 이유가 이곳의 교육이나 갭이어 자체에 대해서 알고 싶다기 보다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갭이어 ‘시기’에 대해서 듣고 싶은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곳에 머물면서 갭이어란 , 갭이어를 하는 공간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점점 더해지는 듯 하다.
대학교 동아리활동, 전공 공부를 하면서도, 개인작업을 할 때 그리고 하자에서도 뭔가 내 삶에 있어서의 방향성을 넓혀가면서도 구체화시켜왔고 그것들은 내가 머물렀던 모든 공간과 사람들, 작업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준 영향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익숙했던지, IPC가 하자와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에선지 난 이곳에 온 학생들의 이야기 속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곳에 온 사람들은 나라 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이들이 왜 IPC에 왔을까 궁금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다녔지만, 대답은 거의 부모님의 추천으로 왔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면서 어떠한 목적이나 뚜렷한 이유없이도 이들은 이곳에 그저 머물고, 다음의 시기를 고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갭이어’일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IPC라는 공간자체도 사실 코어 가치가 있긴하지만 모든 수업과 생활방식에 강한 중심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어떤 철학으로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느낌보다 큰 울타리가 있어 그것을 기초 또는 기준으로 학생들이 주체로 자유롭게 생활하고 진행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소란스러운 친구들에게는 티처들이 종종 엄하게 개입할 때가 있긴하지만 그 부분도 그렇게 많지 않다.
IPC에서 보내는 동안 나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다. 6주차를 시작하면서는 자전거 때문에 다치고, 감기가 심하게 걸리면서 무기력하게 보낸 시간이기도 했다. 동양인들이 적어지고 다양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면서 그들 사이에서 느끼는 벽들이랄까. 세대가 비슷하다해도 정서가 다른 것인지 초반에는 분리되있는 느낌도 많이 들고 다가가도 닿지 않는 것같은 느낌에 마음이 토라질 때도 있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비에도 지지않고’를 필사하며 나의 삶과 관계와 마음에 대해 다시 추스르기도 했다.
너무 많은 부담을 가지지 않고 IPC와 덴마크에 머물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꾸준히 하나씩 해나가며, 내게 쉼의 시간을 준다 생각하며 잘 지내고 싶다.
#콰이어, 아프리카 댄스 _ 함께 에너지를 만드는 것
콰이어와 아프리카 댄스 그리고 Path to the inner peace(일종의 명상 수업. 내면에 대한 이야기와 요가, 명상들이 합쳐진 수업)는 활동적인 수업들을 하고 싶어서 선택한 수업이다. 이 수업들을 들으며 하자에서 많이 이야기 나눴던 ‘에너지’에 대해서 종종 생각했다.
콰이어는 경험이 거의 없기도 하고 소렌이 이 수업을 어떻게 할지 궁금한 마음에 선택한 수업이기도 하다.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엄청 신나고 재미있다거나 즐기게 되는 수업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침 수업이라서 학생들이 피곤해서 있지 모두 축 처져있을 때가 많다. 호응하며 신나게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힘이 없는 분위기였고, 그래서인지 노래를 부르면서 같이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공유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성향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하고, 다만 피곤하고 모르고 어려운 노래를 하게 되 루즈해질 때 내 자신이 먼저 내 몸과 마음을 깨우고 그 자리에 있자는 다짐만 하게 되었다. 가르치고 이끌어나가는 소렌이 그저 선생님으로서 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즐기고 충전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이렇게까지 ‘에너지’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아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각자가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또 그것이 교류될 때 오는 것들이 함께하는 시간과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까지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했다. 물론 아직도 그런 에너지를 어떤 방법으로, 또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른 힘들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나는 그 격려과 북돋음들을 그저 받거나, 따라가기만 했던 것 같아 그런 힘을 가진 이들에게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수업은 간단한 동작들로 몸을 푸는 시간을 가진 뒤 춤을 계속 이어서 배우고 새로운 노래도 날마다 배우는 식으로 진행된다. 티처는 한명이라서 춤을 배우다가 어느 정도 숙지하면 학생들끼리 추고 티처 혼자 드럼을 친다. 내게 아프리카춤이라는 것은 하자센터에서 배운 엠마의 수업이 전부다. 그래서인지 비슷할 거라고 막연히 예상하면서도 또 다른 아프리카지역의 사람이 비슷한 춤을 추는 게 신기했었다. 동작이 바뀔 때의 박자라던가 몇몇의 동작은 거의 같아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아시아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춤을 볼 때 이처럼 비슷하게 느낄지도 궁금했다. 망고를 따는 것이라던가 주머니에 있는 것을 건네주는 동작이라며 춤 동작에 대한 설명도 그것이 진짜 이 춤이 만들어지게된 근원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재미있었고, 이렇듯이 춤 동작에는 모두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몇몇 비슷한 점들을 빼고는 수업자체로는 완전 다르게 다가왔다. 내 몸을 이해하고, 함께 춤을 추는 것보다 춤 동작을 배우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있어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함께 추고 있다는 느낌, 함께 어떠한 힘을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하자센터에 엠마의 아프리카댄스 수업이 많이 생각 났다. 춤 추고 난 뒤 마음을 가라앉이고 몸을 푸는 시간이 내게 더 중요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호흡을 가다듬고 스스로의 몸을 살피며 마무리하는 것. 춤을 출때나 모든 것이 끝나고 마무리를 할 때나 서로의 호흡을 확인하며 함께 숨차고, 함께 숨을 고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했던 것인지 많이 느끼고 있다.
#Life&City / Grobal challenge _ 같고 또 다른 이야기들.
12주차에 듣는 수업 중에서 Life&City를 가장 흥미롭게 듣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하루는 각 도시의 학생들이 자신의 도시에 대해 발표하고, 하루는 교통이나 이동, 쓰레기, 그린 시티 등의 주제에 대해 짚어보고 조별로 토론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엄청 무겁지 않으면서 깊은 내용이 아니더라도 다른 도시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그 관점이 객관적인 점들도 많겠지만 분명 주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일거라는 점에서 각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좋은 점들과 안 좋은 점들을 설명할 때 그들의 관점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외곽보다는 큰 도시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서 도시의 문제라던가 좋은 점들은 비슷한 것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그 정도나 가장 부각되는 것들, 학생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들에 따라 다른 것들도 많고 말이다.
서울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를 했는데 막상 다루려고만 한다면 정말 많은 것들이 있긴한데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참 많이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히려 안 좋은 점들 보다도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려할 때, 꼭좋은 점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이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에 대한이야기를 만들기가 참 어려웠던 것 같다. 발표를 할 수 있을 땐 준비라도 미리 할 수 있지만 수업 중간에 토론을 하게 될 때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서 같은 그룹 안의 친구들에게 이렇게 전달이 되어도 될지 걱정스러울 때도 종종 있긴하다. 그리고 글로벌 첼린지라는 수업은 초반에는 토론을 많이 하는 수업인 줄 알았는데 보통 강의를 많이 해서 좀 아쉬운 수업이긴 하다.
흥미로웠던 것들은 초반에 GDP나 행복지수 등의 그래프를 보며 세계 나라들의 지수를 비교분석 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와 부패지수가 낮은 나라가 거의 일치했다는 것과 그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가 어떻게 조직을 이루어 민주주의를 이루가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덴마크는 99%의 시민들이 1개 이상의 시민 단체 및 조직등에 속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들 스스로, 그리고 연결고리들이 크고 강하며 이런 흐름들이 1849년도부터 이루어져 온 것이라는게 놀라웠다. 이런 것들을 통해 그들은 일상속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litical Philosophy / Religion&Culture
이 두 수업은 순전히 개인 취향으로 선택했다. 굳이 어렵게 영어로 하는 수업을 듣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수업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의지를 내 따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곳은 학생들이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분야를 그저 선택해서 들으며 발견해나가는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선택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내겐 좀 과하다싶을 정도로 (영어로 수업을 듣기엔) 어려웠었는데, 워낙 관심이 있던 분야라서 예습으로 조금씩 더 잘 듣고 있다. 물론 수업의 모든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습한 내용이나 큰 개념의 흐름정도만 알 수 있을 정도이지만, 인지하고 있지 않던 개념에 대해 다시 상기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고 꼭 수업에서 깊이 다루지 않더라도 홀로 생각해볼 수 있는 점들이 많이 생겨서 좋다. 이 수업이 힘들 것을 알면서도 선택하고 또 나름 흥미를 가지고 수업을 듣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내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대해서 확실히 느껴지고 '아 참 나같은 선택을 했구나, 결국 이런 걸 또 듣고 싶어하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저 지적허영심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Political Philosophy 수업에서 탈식민주의를 주제로 다룰 때 ODA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이전에도 ODA와 식민주의, 그 역사와 연계해서 생각해본적이 있긴하지만 선진국이라는 우리가 정해 놓은 레벨이나 어떤 정의 안에서 다른 어떤 나라를 돕고 개발한다는 것이 과연 뭘까 싶었다. 영어로 developing country와 developed country. 작년에 하자작업장학교 글로비시 수업 지문에도 많이 등장했던 단어이다. 물론 살아가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곳들이 있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도움이나 원조들이 그들의 삶과 세계에 얼마나 적절하며 어떤 결과들을 이루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Culture heritage _ 1920부터, IPC
수업 초반에는 문화유산이나 유적지등이 어떻게 이루어져가고 수집되어져 가는지 등 개념에 대한 내용을 다룬 뒤 IPC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도서관에 가서 예전부터 수집되어온 사진이나 문서자료등을 살펴보고 있다. IPC의 역사를 보며 신기한 것들이 종종 있다. 오래전부터 국제학교였다는 것도 상상이 잘 안가기도 하고 지금 사용하는 공간들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도 놀랍다. 이곳에서 지내며 1920년에 지어졌다고 해도 그 역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확 와 닿고, 늘 보던 벽에 걸린 그림이 1930년도 사진 안에도 있으면 또 놀라곤 한다. 그리고 지금 식사 후에 워싱업을 하는 것처럼 그 때도 워싱업을 했다는 것. 물론 유럽 문화에서는 남자가 설거지와 청소의 역할을 맡아 하는 것이 이미 익숙해진 때였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터무니없었을 것 같은 시기에 이곳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모인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밥을 먹은 뒤에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는게 재밌다 생각했다.
#함께 살기
하자 작업장학교에서 현장학습으로 간 버마에서 내가 세계 안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 중 그중 한 나라의 문화와 정치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고, 또 다르게 흘러가는 곳이 있고 그렇게 다르게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또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순간이었다고 할까. 이런 생각은 IPC에 와서 더 많이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세계의 시민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세계의 역사와 흐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오면서 여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 같이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마음도 많이 들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 탓인지 많이 편해지고 친근해졌다. 그 사이 관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언어가 달라 대화를 오래, 다양하게 나누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에 그들과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 주변에 한국인들을 통해 알게 되서 그들의 판단이 곧 내가 어떤 이들을 바라보는 판단이 될 때도 있었는데, 서툴고 가볍더라도 먼저 내 기준과 선입견을 세우지 않고 직접 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초반에는 괜한 사람 욕심과 이야기 욕심을 부렸는데, 그만큼 몸과 마음이 따라가지 않으니 상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곳의 낯선 이들 속에서 사람에 대한 어떤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을지 이 다양한 이들과 지내며 난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어야 할지에 대해서 늘 고민하다가 함께 살기를 배워나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가 되는 것. 내게 있어 '연대'라는 것이 친구에서부터 시작했던 것처럼. 친구가 되어 우리가 함께 살아갈 길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내가 먼저 새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