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는 우리의 시공간이다. 관계가 끊어지고 개인으로 흩어지는 사회 가운데 크루는 취향으로 만나고 창작으로 자생한다.
N포세대라 불리는 우리는 사실 다양화세대(N개)가 아닐까. 여하튼 하자 크루가 만나는 자리를 기획해본다"
-네모-
우울함에 대해
네모 : 나는 이시대 사람들은 우울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해치 : 우울함을 이야기하니 멍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멍게가 태어나면 작은 뇌를 사용해 자기가 붙어 있어야할 곳을 찾는다. 그렇게 자기가 붙어있을 곳을 찾은 멍게는 스스로 자기 뇌를 먹고 평생 행복한 멍게로 산다고 한다. 우울함과 행복함이라는 것이 이런것이 아닐까. 고민을 계속되면 우울한데, 생각을 줄이고 안정감 속에 붙어 있으면 행복하지 않은가.
탁그 : 뭔가 우울함과 진지함은 같이 가는것 같다. 진지할 때는 우울함이 동반된다. 그것을 벗어날때는 행복할 수도 있는 것 같다.
토마토 : 절대적으로 행복한 것은 없다. 일을 하다가 혼나면 '나는 쓰레기야' 라고 생각하며 우울하다가도, '아까 보다 낫네'라는 말을 들으면, '그렇지 나는 발전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또 혼나면 우울해지고, 또 괜찮아지면 '이또한 내 발전을 위한 과정이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우울한지 행복한지도 잘모르겠다. 내 기분이 너무 빨리빨리 바껴서.
네모 : 내 또래도 다들 비슷하다. 이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을 '미쳐가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것 같다. 참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늘 고민하게 된다.
원쓰 : 오늘 말하고 있는 언어, 권력, 예술 이라는 말도 언어라는 도구 안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서로 각자가 생각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것이다.
네모 : 맞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서로의 생각들을 들어주고 서로의 생각을 발견해주는 것이다. 각자 안에 머물러 있는 언어를 대화속에 꺼내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지켜주는 것이 나는 연대라고 생각한다.
하자
네모 : 구체적으로 하자를 오고가며 느끼는 불편함이 없는가. 판돌임로써 발견되는 불편함이 있는데, 청소년들은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센 : 하자를 와도 하자 전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하자의 부분과 녹음실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팀은 알지만 운영부는 잘 모르고 그런 느낌이랄까.
해치 : 최근에 하자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워크샵에서 만났던 어른분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나이차별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조금 불편했다.
네모 : 서로 다른 대상을 초대하며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것 같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판돌로써 우리의 역할도 부재했다.
탁그 : 하자에는 봉사활동이 많다. 봉사활동을 온 청소년들의 태도가 참 어려웠다. 하자에는 무관심하고 봉사활동으로써만 오는 청소년들과 어떻게 만나고 대해야할지 어렵다.
네모 : 맞는 말이다. 하자에 잠깐 찾아오는 사람들은 하자의 문화를 모르고, 하자에 오랫동안 돌봐온 청소년, 주민들은 불편함을 겪는것 같다.
원쓰 : 이런 말들 하나하나가 힘이다. 우리는 이런 광경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데. 이런 의견들을 나누고 모아가는 것이 하자가 변화하는 힘이 된다.
유빈 : 나는 하자에 가끔온다. 내게 하자는 매번 축제가 열리는 곳 같다. 오늘 다른 모습도 알게 된것 같다.
권력과 예술
탁그 : 예술가가 언어를 만들고 권력을 밀어낸다고 했는데, 그럼 밀려난 권력은 어디로 가는가?
네모 : 전체 폭을 늘리자는 말이었다. 밀어낸다기 보다는 확대하는 것이 맞겠다.
센 : 권력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네모 : 내게 권력이 있다는 것은 자유가 있다는 말이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것과는 다른 말이다.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력이 있다는 말이다. 예를들어 부모님이 학원을 가라고 했을때, 가지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나는 권력이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나는 권력이 없는 상태다.
유빈 : 나는 권력을 구체적인 삶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안교육을 받아왔다. 대안교육을 받으며 깨어있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반학교에 와서는 스스로 생각할 것이 없어졌다. 단지 앉아서 수업을 들을 뿐,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그냥 살고 있는것 같다. 나는 자주적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싫고 답답하다. 어떻게 자주적으로 살 수 있는지 의문인데, 나는 그런 의미에서 권력을 이해했다.
유빈 : 나는 들으면 불편했던 말이 자신의 놀이터는 자신이 만들겠다는 표현이었다. 나도 싸우고 싶지 않지만, 싸우지 않으면 바뀌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놀이터는 자신이 만들고 그곳에 혼자있는 것이 정답이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다른사람은 어떤가 계속 대화하며 우리의 놀이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트 : 사람들은 각자 고정관념을 갖고 살아간다. 기존 세계는 새로운 생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변화를 찾고자 해도 말하지 못하게 된다. 기존 세계의 관념으로 볼때 나는 비정상이면 어떡하나 생각하게 된다.
해치 : 비정상에 대해 이야기하니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친구는 공대를 다니는 남자인데, 남자사회에서 페미니스트는 비정상이라고 한다. 자신은 페미니스트임에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정상이라는 것이 다수의 논리면 정상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
유빈 : 무언가를 이야기를 하면, 남자나 선생님들은 그것을 자신을 향한 도전으로 받아 들이는 것 같다. 정말 강한 사람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줄도 알텐데. 남자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무지한것이 실상이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기도 한다.
원쓰 : 나도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딸을 낳고 알게 됐다. 자칫 알지못하는것이 죄라고 여겨지는데, 페미니즘을 모르는것에 대해 죄로 여기는 권력이 또 생기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감각적인 것일 수 있다. 한편 이해하고 공부해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딸아이를 키우며 많이 배우고 있다.
다른 예로 내가 중학교때 세차를 하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을 쫙 뿌렸다. 그래서 나도 장난으로 여겨 선생님에게 주전자에 든 물을 쫙 뿌렸다. 그렇게 선생님께 잡혀 한시간 동안 맞았다.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표현하면 안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권력관계는 말에도 있다. 언어는 어디에서 힘이 생기는 것일까. 언어자체에? 뱉어낼때에? 문장에 있을때? 이런걸 같이 이야기해도 좋겠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언어권력으로써 맞붙어 본적이 없을 수 있다.
네모 : 나도 싸워보지 않은건 아니다. 그리고 싸움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아프리카에 여전히 빵과 물이 필요한것처럼 싸움은 필요하다. 촛불시위도 싸움이다. 하지만 그 싸움을 즐겁게 하는 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선배세대의 싸움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들은 선배들의 맥락이 있다. 우리는 우리세대의 문화와 맥락에서 싸우자는 거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싸움은 오래될 것이고 이내 지치고 피곤할 것이다. 그래서 즐기는 과정으로 바꿔야 할텐데 나는 그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자와 예술
네모 : 하자는 청소년의 시공간이다. 판돌은 청소년을 위한 시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바라는 것은 청소년이 스스로 이 시공간을 만들기 바란다. 판돌이 없어도 말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우리의 주체성을 찾자!" 라는 말을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모이는 자리는 만들고 대화의 자리는 만드는 것이다. 나도 청년으로써 선배들에게 요구할것이다. 놀이터 만들어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시공간을 내어주겠냐고.
네모 : 내년의 하자센터는 변화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 만나며 우리의 놀이터를 만들어야 할텐데. 그 상상력이 서로 부족하다. 선배세대와의 갈등을 피하며 새로운 놀이를 만드는 것으로써 예술. 나는 이 방법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다.
곰새 : 처음에는 N포세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가 결국 예술을 하자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겠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내 경험과 생각 안에서 잘 정리 되지 않는 것 같다.
원씨 : 지금 우리세대가 진지하게 생각해야하는 것은 맞는것 같다. 내가 생각한 예술은 자기분야에서 멋있게 하는 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해치 :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정의는 ‘굳이 그것이 아니어도 되는 것’. 파인은 툭 던져 놓는 것이다. 나는 미디어디자인을 하는데. 나는 미디어에 대해 잘 모른다. 이것을 가르치는 교수님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는 복합예술이지만, 미디어가 무엇인지 정의하지는 모르겠다.
센 : 내게 예술은 자신이 생각하는 메시지를 하나의 축으로써 전달하는 것이다. 하나의 색, 하나의 음정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되 아름답게 덧붙여 것이 예술이 아닐까. 오늘 들은 예술은 더 큰 맥락의 언어였던 것 같다.
보나 : 오늘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와 이야기 내용이었지만, 그 나름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리가 오랜만이기도하고.
원쓰 : 우리가 예술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그 우리 안에 들어가는 걸까? 나는 선배이고 후배들은 그대들이 아닐까. 나는 네모를 보며 염탐한다. 네모는 후배세대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세대일까. 일을 예술로 만드는 것처럼, 예술을 일로써 승화시키는것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된다.
2트 : 나는 무언가를 규정하는 것을 버렸으면 좋겠다. 하자도 예술도 무엇이라고 정의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런 규정과 정의를 버린다면, 더 많은 것을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유빈 : 나도 그런 정의 때문에 상처 받은 적이 있다. 내게는 괜찮은 그림인데, 다른 사람이 봤을때는 잘 못 그린 그림이라는 거다. 그런 기준과 정의가 사람을 무너지게하고 힘들게 한다.
원쓰 : 지금 말하는 정의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가. ‘평가’ 인가.
네모 : 나는 ‘프레임’ 혹은 ‘규정’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해치 : 내게 정의는 사전적 정의말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다. 그것을 정리할때 내가 내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판단하지 못하도록 내가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유빈 : 정의를 제안할때, 자신의 정의에 맞춰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불편하다.
네모 : 예술을 하자는 이유는 모호했기 때문이다.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의미화 할 때 예술이 된다. 그래서 다양성, N개의 답, 예술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토마토 : 하자가 딱히 불편한 것은 없다. 다만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소속이 없을때는 스스로가 이방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네모 : 나는 토마토를 보면서 1인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힙하다고 생각했다.
원쓰 : 한편 사회에서 하자만한 곳이 없어서 하자에 들어오면 안식을 느끼기도 한다. 내년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과 판이 없을 수도 있다. 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스스로 해야할 것이다. 황무지를 개척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살기 위해 각자가 땅을 파고 있다는 연대감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씨 : 하자는 새로운 사람과 인연이 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이곳에 와서 우쿠렐레도 배웠고,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게 새로웠다.
뀨 : 나는 노원 상상이룸센터에서 카페 알바를 한다. 그곳에서는 배울것이 많고, 여기는 여기 나름의 매력이 있다. 뭐랄까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히 해볼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 그래서 하자에서는 좋은 기억들이 많다.
유능 : 하자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같다. 나는 집을 좋아해서 하고싶은 것은 다 집에서 한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활동을 해야한다면 하자에서 모여서 활동한다. 다른 곳은 다 돈이 드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해치 : 성년식때 네모와 같이 식사를 했다. 그때 이렇게 교류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것을 모아서 활동을 여는 플랫폼 말이다. 그때 이후 딱히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하고싶은 것은 있지만, 활동을 이끄는 구체적인 힘도 부족한것 같기는 하다. 딜레마다.
네모 : 내가 만든것은 페이스북그룹이었다. 판돌이 없어도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은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일단은 조금 더 사람들을 많이 초대해야할것 같다. 200명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네모 : 한편, 아무도 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움의 힘이고 그런 즐거움이 예술이다. 이미 이런 예술은 우리 각자가 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예술이다. 서로 좋아요를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 우울한 세대에 서로에게 좋아요를 누르며 즐겁게 하나하나씩 해보자.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