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진을 배우고 찍기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 ‘사진가’ 정입니다. 아직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르고, 친구들에게 혹은 하자센터에서 카메라를 빌려 익숙해질 무렵에 베로켓을 만나 함께 사진전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베로켓과 함께 나눈 이야기와 생각들을 나누려 해요.
베로켓은 난민신청자이면서 사진가라고 해요. 또 에티오피아의 ‘제일가는 춤꾼’이기도 해 같이 춤도 췄지요.
처음 베로켓의 사진을 보았을 때, 저와는 정말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구나, 이 사진이 정말 잘 찍은 사진인가? 라고도 생각했어요. ‘나도 이 사진 찍을 수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베로켓은 ‘겨울’이라는 계절을 처음 봤다고 해요. 눈과 얼음, 그리고 추위도 처음인 거죠. 베로켓은 “겨울이라는 춥고 힘든 계절을 사진으로 버틸 수 있었다”라며 “이 결정, 패턴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답다”라고 해요. 에티오피아의 난민 문제와 베로켓 자신이 당면한 문제로 인해 한국에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얼음 사진이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사진전이 단순한 사진이 아닌 베로켓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구나 느껴지며, 사진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작가 베로켓과 함께 작품을 둘러보며 서로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눴지요. 사진을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찍으려 한 건 아니었다는 것, 그의 실험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에티오피아에서 추방을 당한 뒤, 희망이 없고 절망감에 가득 차 있을 때 눈의 결정이 나에겐 희망으로 보였다.”, “얼음을 처음 보고 Strange world에 온 거 같았고 모든 게 낯설었다.”, “이 사진전의 마지막 사진은 얼음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고 싶게 만들어준 터닝포인트 같은 사진”, “1000장을 찍고 실험해서 다이아몬드 같은 결정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었고, 같은 사진을 100장도 찍어봤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제 맘에 담아진 말이에요.
이 외에 사진 하나하나마다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진의 소개는 에티오피아 언어로 되어있어 조금 아쉽지만, 자기의 언어인 모국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뭉클하면서 좋았어요.
또한 사진을 좋아해서 베로켓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더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뭔지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또 한 편의 그림 같다고 생각할 수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에게 베로켓의 전시는 단순한 사진으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사진 안에 담긴 이야기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됐지요.
<EXILE PATTERN> 베로켓 전시를 보는 사람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어요. 망명의 패턴 이야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