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가을, 30명의 문래중 학생들과 함께하는 ‘씨앗 학교’에서는 7주간의 세계평화게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한차례 게임소개와 함께, 앞으로가 기대될만한 협상 첫날의 상황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 흥미진진하게 흐르고 있는 세계평화게임의 진행상황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20~30명이 8~20주에 걸쳐서 세계의 50가지 위기들을 해결하는 게임. 각자 나라를 정하고, UN, 세계은행, 무기상인 등의 역할도 정한다. 나라마다 자원과 인구상황이 다르다. 4개의 층(게임에서는 아크릴판)이 있고 우주, 하늘, 지상, 해저로 나뉜다. 모든 위기들을 해결하고, 모든 나라들의 경제 상태가 시작할 때보다 나아지는 것이 목표다. 누군가 소수의 병력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든지, 나라들을 서로 이간질하는 방해꾼도 있고, 우연적인 요소로 날씨의 여신이 존재하는 등 정말 복잡한 게임이다.
- [2015.12.08. 더 플랜B] 3차원을 향해, 사회적경제 - ⑦ 세계평화를 위해 게임을 만드는 파코루도(Paco Ludo) 중 발췌.
기사 원문 : http://nowplanb.kr/1990
문래중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는 세계평화게임 첫 회기가 어느덧 중반을 넘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자센터에 도착하는 1시 30분이 되면, 테이블에 앉기 시작한 순간부터 각국의 나라와 자신의 역할(대통령, 재무장관, 국방부장관 등)에 놀라울 정도로 몰입합니다. 협상이 시작되는 종이 치면 모두 한가운데에 있는 타워에 몰려들어 자신들의 나라와 각국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서로 협상을 시도하지요.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기도 하고, 어떤 국가는 대통령보다 재무장관이 실세로 등극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폭격을 맞은 한 나라의 학생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문래중학교 학생들은 여러 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게임플레이를 보여주었고, 한 두번의 게임플레이만을 남긴 상황에서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어요. 열악한 국가재정을 극복해야 하는 산토니아 공화국, 석유자원과 무기가 풍부한 금수저국, 여학생들이 모두 모여 있는 가장 부유한 재아피스, 친환경을 추구하지만 강한 국방력을 자랑하는 녹서스와 국제연합, 세계은행, 무기상인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너무도 궁금해집니다.
학생들이 게임에 익숙해지는 데에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첫날부터 이들은 거침없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습니다. 초반부터 완전히 예측을 뛰어넘은 것이었지요. 특히 처음 행동을 개시해야했던 산토니아 공화국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게임의 첫 테이프를 너무도 잘 끊어주었습니다. 게임 중반에 들어서 무기를 전부 팔아버린 무기상인들은 가진 돈을 스스로 다른 나라의 설비에 투자하기 시작해 또 한번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심지어 게임 진행 상황을 보며 모든 세계 위기들을 너무 빨리 해결해 게임이 빨리 끝나면 어쩌나 염려했었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어요.
이번에 참가한 학생들이 가졌던 약점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겁니다. 구성원이 남 25 : 여 5라는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있어 처음부터 조금 우려했었는데 이것은 결국 남녀간의 충돌을 불러왔습니다. 여학생들이 통치하고 있는 재아피스에 남학생들이 불리한 협상 조건을 제시한다든지, 이유 없는 공격을 해오는 등 문제 해결에서 벗어난 활동에 점점 게임 진행이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죠. 여학생들이 진행자에게 와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진행자를 포함한 외부인의 개입과 도움을 최소로 해야 하는 게임의 규칙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격려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점차 여학생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며 이웃국가와의 핵무기 공격 금지 조약 체결이나 국제연합의 개입으로 희망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방심한 틈을 타 각국에서 미사일로 공격을 해왔고 이내 재아피스의 수도와 그 주변은 현재 초토화 되어버린 상태입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해결한 문제보다 더 많이 남은 상황에서 게임 종료일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까지 협상이 지속되는 비상모드에 돌입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한때 핵전쟁의 위기까지 찾아왔던 세계평화게임. 게임의 승패와 관계 없이 학생들이 청소년시민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글_ 새라(‘파코루도’ 대표 ), 하자센터 바다(교육협력팀 판돌)
* 하자센터에서 진행하는 세계평화게임의 진행 과정은, 오는 11월 24일(금) EBS ‘자유학기제를 말한다’에서 방영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