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게임’은 미국의 교육자 존 헌터가 약 40년간 진행하고 발전시켜 온 게임으로 여러 국가와 국제기관들이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임박한 세계의 위기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게임이에요. 30명 이상의 참가자와 최소 15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120x120cm 넓이의 4층짜리 게임타워와 1000개 이상의 게임조각을 가지고 진행하는 다소 큰 규모의 게임이죠. 이 게임의 목표는 민족 갈등, 석유 유출, 기아, 핵확산, 생태 위기, 기후 변화, 물 부족 등이 뒤얽힌 전 지구적 위기상황들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각 국가들은 서로의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세계평화’라는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협력자가 되어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어요.
개발자 존 헌터(John Hunter)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통한 평화교육을 실천하고 있으며, 그의 활동은 <세계평화와 4학년의 업적>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동명의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존 헌터는 세계평화게임으로 능동적 참여를 이끈 점을 높이 사 교육과 사회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수상을 하였으며 2012년에 타임스지가 선정한 교육 운동가 12인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세계평화게임의 출발은 게임 플레이어들이 압도적인 정보에 노출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들 앞에 놓인 문제들은 각국의 이익뿐 아니라 여러 가치가 상충합니다.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인 이익, 자연환경과 소수민족의 인권 등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여러 나라와 얽혀 있지요. 이런 상황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당면한 문제를 여러모로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세계평화게임이라는 가상의 현실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협상을 통해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수정해 나가고 선언단계를 통해 직접 내린 결정들을 집행하면서 일상에서도 필요한 타자와 살아가는 기술을 배울 수 있지요. 또한, 플레이어들이 평화가 어떤 것이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테고요.
세계평화게임에서는 진행자가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물론 정해진 답도 존재하지 않지요. 진행자는 플레이어 스스로 생각하고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보조할 뿐입니다. 또한, 진행자는 학생들이 하는 질문에 답을 항상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을 되묻거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물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먼저 질문하고 그다음 동료들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게임 안의 세계위기들을 해결하면서 플레이어들이 실제 세계의 사건들을 모방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플레이어들의 용기 있는 결단이나 희생을 보기도 합니다. 자신의 특장점을 잘 살려서 게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면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참관자나 진행자의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참가자들의 기억에도 분명히 각인될 겁니다.
문래중학교 학생들은 게임방식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 협상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게임 타워를 골똘히 보고 있기도 했지요. 특별히 국제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아, 집중도가 높았어요.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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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코루도’는 ‘평화 게임’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어로, 게임을 통한 사회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게임회사입니다. 파코루도가 개발한 첫 번째 게임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 상황을 소재로 한 <인티파다: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작품으로 플레이어들이 언론인, 교육자, 게릴라 등의 역할을 맡아 팔레스타인 각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드게임이에요. 인티파다를 비롯해 세계평화게임 진행자로서 문래중학교 학생들이 세계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파트너이자 동료가 되어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