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라는 제목의 공중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한다는 대기업에 입사해 놓고도 몇 년 안에 때려치웠다는 청년 27인의 스토리가, 광범위한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지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미래 비전의 부재, 무한경쟁 끝에 찾아오는 소진현상 등, 대한민국의 일터는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면 사표를 내고 나온, 혹은 회사가 싫어서 아예 취직을 하지 않은 청년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 중의 일부는 ‘스타트업startup’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restart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삶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인생의 경로를 전환한 사람들이지요. 몇 년 전만해도 생소하던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많이 익숙해진 것은, 요즘 청년들이 갈 만한 곳이 스타트업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늘구멍을 뚫고 일반 기업에 가봤자 제대로 일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단물만 쪽 빨린 채 버려진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중견 시민단체나 사회적 기업에 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을 위하는 대의(大義)는 있는데 나를 위하는 소의(小義)는 없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돈을 벌건 사회적인 일을 하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스타트업’하려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Re:START:UP 라운드테이블-스타트업을 통해 리스타트한 청년들의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스타트업을 통해 일과 삶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려 합니다. 정말 ‘딱 싫어’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던 일터나 윗세대 사람들에 대한 짜증으로부터 시작해서, 삶의 기반이나 일터의 기본은 무엇일까,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어차피 힘든 거라면 존재를 지속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깊은 고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위의 이야기들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세 이야기 손님들의 생각과 행동에 찬찬히 귀를 기울이다 보면, 여러분도 무엇을 기반으로 내 삶을 전환할 수 있을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게스트 스피커는 뉴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입니다. 언론인이 되려는 꿈을 안고 반 년 동안 공중파 언론고시를 준비했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나서 우연히(?) 신개념 미디어 플랫폼을 기획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원했던 방송사의 뉴미디어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고 말았습니다. 그 방송사 관계자는 속도 모르고 ‘이런 훌륭한 분들이 왜 우리 방송국에 지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군요. 그 후에도 ‘청년’을 대하는 ‘어른’들의 우스운 태도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도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닷페이스의 본질을 바꾸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종종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본인들의 비전을 지속하는 방향과 경제적으로 지속하는 방향 사이에서 닷페이스는 어떤 결정을 내려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로 이야기를 나눠줄 ‘론드리 프로젝트’의 이현덕 대표는,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방송사와 도시재생 NPO에서 일해 보았지만 모두 자신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표를 던지고 나와 잠시 멍하니 주저앉아 있다가, 해방촌 골목의 빨래방 겸 카페를 열어 인스타그램에서 작은 대박을 냈습니다. 하지만 ‘힙hip’이라는 거품은 금방 사그라들지요. 좋은 것을 잘 해내고 싶었던 초심을 그 거품 속에서 골라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들을 지속하기 위해, 지금은 다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엄연히 ‘비즈니스 모델’이면서 ‘커뮤니티 공간’인 론드리 프로젝트의 듀얼 아이덴티티, 이 기본을 지켜가기 위한 이현덕 대표의 고민이 이어집니다.
게스트 스피커들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선 대표와 함께 토론이 벌어집니다.
서현선 대표는 작년에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청년들의 일과 삶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토론시간을 통해 청년들이 왜 일터에서 견디기 어려운지,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의 기본과 기반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것이 개인의 어려움이 아닌 사회적인 이슈로 공유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함께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무대 위에서의 행사가 끝난 후에는 게스트 스피커들과 참여한 청년들이 소그룹 단위로 나누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