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소년 창의서밋이 벌써 아홉 번째를 맞습니다. 9라는 숫자는 결실과 풍요로움, 혹은 거대한 변화를 의미하곤 합니다. 창의서밋도 9년의 세월만큼 차올라 이제 다음 단계로 이행할 때겠지요. ‘창의성 뭥미?’라 외치며 창의성에 대해 질문했던 프리서밋 때와 비교하면, 세상도 하자센터도 달라졌습니다. 지금 다시, 창의성을 말하지만 아마도 같은 창의성은 아닐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 많은 것들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광장에서 일렁이던 시민들의 마음은 일상으로, 깊은 바다 속에 묻혔던 배는 뭍으로 돌아왔지요. 하지만 다시 돌아온 곳은 떠나온 곳과 같지 않았습니다. 9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이 파편처럼 부서져버린 탓입니다. 형체form를 알 수 없을 만큼 파괴된 ‘사회’를 다시 혁신reform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다시, 우리 안의 공공적 창의성을 되살려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다시re 창의적creative으로 사회를 재구성해나가는 일에도, 여유를 가지고 서로의 힘을 북돋는recreative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도 창의서밋은 언제나처럼 진지한 고민을 풀어놓는 배움의 장인 동시에 아름답고 즐거운 예술적 놀이의 장이 되려 합니다.
Re:BOUND - 다시 튀어오른 고민, 담장을 넘다
농구에서 리바운드rebound는 우리 팀이, 혹은 상대팀이 실수로 놓친 공을 다시 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주 중요한 순간의 리바운드는 승패를 가르기도 하지요. 지금의 한국사회는 힘차게 튀어 올랐으나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공처럼 보입니다. 첨예한 사회적 갈등들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자리와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동북아의 정세는 교착상태에 빠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벽에 부딪힌 고민이 다시re 경계bound를 넘어 과거로 향했습니다. 늘 맞닿아 있으면서도 우리가 잘 몰랐던 중국,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해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올해 우리와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분은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 중의 한 분인 원톄쥔 중국인민대학 교수입니다. 원톄쥔 교수는 ‘백년의 급진’이라는 책을 통해 중국사회가 지난 백년간 걸어온 과정을 반추하고, 앞으로 생태적 전환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개막대담-동아시아 생태적 전환학교를 준비하며’에서는 동아시아를 사유의 틀로 삼아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고 있는 세 명의 연사가 원톄쥔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먼저 청년 주거공동체인 ‘우리동네사람들’의 조정훈 대표는 삶의 지속가능성과 배움의 확장을 위해 중국 운남성에 ‘운남학사’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 화&동 청춘초당 프로젝트 매니저 김유익님 역시 일본과 중국의 커뮤니티 운동에 참여하며 실천과 배움을 이어가고 있지요. 하자작업장학교 김희옥 교장은 하자센터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본과 홍콩, 버마 등 동아시아 각국과 교류하며 문명의 생태적 전환에 대해 고민해온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중국과 한국의 빈곤, 노동, 청년, 사회적 연대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아주셨습니다.
Re:START:UP – 다시 시작하다, 스타트업처럼 가볍게
2015년,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 논의가 불타올랐던 것을 기억하시지요. 하자센터는 터져 나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 서울연구원과 함께 ‘노오력의 배신’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삶을 시작하지 못한 청년들도 많습니다. 기성세대는 일자리를 늘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청년들은 노오력 끝에 어렵게 얻은 일자리에서도 자꾸만 떠나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삶의 기반이 되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Re:START:UP 라운드테이블-스타트업을 통해 다시 시작한 청년들의 이야기’에서는 스타트업start-up을 통해 다시 일터를 시작restart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뉴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와 해방촌 골목의 빨래방 겸 카페를 연 ‘론드리 프로젝트’의 이현덕 대표가 자신들의 리스타트 경험과 스타트업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아가서 청년들이 왜 일터에서 견디기 어려운지,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의 기본과 기반은 무엇인지 알아볼 예정입니다.
Re:MEMBER – 다시, 연대의 순간을 기억하기
‘4차 산업혁명’발 일자리 위기감 탓에 여기저기서 청(소)년의 진로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진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진로는 어떨까요? 낙관론도 비관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답이 없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이는 이 사회의 진로를 전면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진로가 어느 방향일지는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의서밋을 통해 하자는 동아시아의 청소년들, 전국의 진로전문가들, 재난적 현재로부터 미래의 일과 삶을 상상하는 예술인들, 공공적인 작업장을 모색하는 메이커들, 공공활동의 장을 열어보려는 어른들과 청소년들을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열린 하늘 아래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청소년들이 함께 식사를 나누는 커다란 식탁도 차려질 예정입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와 함께member였던 순간들을 기억remember할 때, 우리 사회의 진로도 조금씩 그 방향이 보일 것입니다.
작년, 수많은 청소년 시민들과 성인 시민들이 구의역과 강남역, 그리고 광화문에서 이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제는 서로에게 답신Re:을 보내야 할 때가 아닐까요. 꽤 오래 걸릴 답장일 테니, 일단은 펜을 들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