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싱그러움이 막 움트는 4월,
피어나기 시작한 새싹이 수놓일 무렵 하자에서는 모든 농부들이 모여 새로운 한해의 농사를 기원합니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인 4월 15일, 우리는 하자의 농부들 뿐 아니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어른들을 모시고 시농제를 하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무대가 되는 앞마당에는 올 한해 각 밭을 지켜줄 수호신들을 상징한 깃발들이 나부끼고 각 학교의 농부들은 제례에 올리고 함께 나눌 음식들을 준비하였습니다.
오디세이학교와 목화학교에서는 붉게 물든 진달래를 한 아름 따다가 지져낸 봄을 상징하는 진달래 화전을 내놓았습니다.
영셰프에서는 봄의 기운을 받은 봄나물 샐러드와 소풍가는 마음으로 만든 꼬마김밥은 모두가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었지요.
로드스꼴라는 축하와 의례에 빠질 수 없는 티 없이 하얀 떡을 준비하여 하늘에 올리는 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또한 허브 텃밭단에서는 봄쑥을 사용한 쑥개떡을 하자를 드나드는 온 세대가 함께 빚어 나누었습니다.
시농의 시작은 각 텃밭을 깨우고 하자마을 전체가 두루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모든 농부들이 함께 마을을 도는 길놀이로 시농제를 시작하였습니다.
각기 마련한 음식을 준비하여 제례상을 마련한 뒤에는 짱짱이 하늘과 땅, 모든 만물들에게 고하는 축문을 읽으면서 의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리꾼의 비나리와 농부들이 한해 농사 대풍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절과 함께 강강술래를 돌며 의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의례가 마무리 된 후에는 시농제를 맞이하여 방문해주신 조영상 대표님(자연을 닮은 사람들)과 이문웅 선생님(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하자마을의 촌장이시며 쌈지 어린이 농부학교의 대장농부이시기도 한 천호균 촌장님과 하자의 물길까지 각계각층의 어른들이 한해 농사의 대풍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면서 시농제는 점점 더 풍성해졌습니다.
다음으로는 곳곳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들이 각자의 농사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상암동 오랜 텃밭의 아픔으로 새로운 허브 옥상 텃밭을 일구며 고마운 먹거리가 되도록 보살피고 자연과 농사짓는 모든 이의 수고로움을 몸소 배우고자 하는 영셰프,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새로운 땅을 개간하고 목화를 심어 오가며 돌보고자 하는 목화학교와 오디세이 목화공방 죽돌들,
콘크리트 위에서 생명을 품은 흙에 자연 앞의 겸손된 마음을 배우며, 생명들이 같이 살아가는 생명의 텃밭이 되기를 기원하는 작업장학교의 죽돌,
각각 다양한 공간과 시각으로 농사를 바라보는 하자의 농부들의 한해 농사이야기 후에는 하늘과 땅과 보살피는 만물의 모든 생명에의 인사하는 기도하는 몸짓을 다함께 하며 자연에게 인사하고 모든 만물에게 기도하는 마음을 전하며 올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시농제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잡초도 나쁜 벌레도 못된 새도 없이 함께 돌보고 기억하고 밭을 일구며 흙과 물, 바람 그 모든 것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자 하는 하자의 농부들이 올 한해도 언제나 그랬듯이 자연의 섭리로 풍년을 맞이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