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는 색안경을 벗겨준, 고정관념을 깨준 그런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를 바꾼다는 생각은 전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놀이터가 옮겨지면 아, 그런가보다, 뭔가 없어지면 왜 없어졌지?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갔어요. 일기에 그런 것 쓰면 이상하잖아요. 학교는 어른들이 정해서 바꾸는 곳으로 생각했었는데 저희 생각을 담아서 바뀔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김노은, 삼양초 6학년)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에서 열린 움직이는 창의클래스 완공식 (2017.2.6.)
겨울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맞은 삼양초에는, 지난 해 6학년 5반 어린이들이 디자인한 새로운 공간들이 완성되어 삼양초 학생들을 반길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옥상 앞 계단과 뒤뜰, 그리고 텃밭 세 장소이죠. 오픈 행사도 전에 이미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지난 해 봄부터 사계절을 함께 보내는 동안, 학교 곳곳을 누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열심히 생각을 모으고 토론하며, 자신들과 후배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설파해온 어린이들의 노고(?)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어요. 이 여정에 동행해준 여러 어른들이 참석해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면 삼양초 어린이들이 바꾸어낸 장소는 어떤 모습일까요? 프로젝트 과정에서 계속 이야기 되었던 ‘풍경을 볼 수 있는 쉼의 공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 ‘소통할 수 있는 낙서공간’ 등의 바람은 학교 안의 세 장소에 구현되었습니다.
#1. 옥상으로 향하는 아지트
그 중 유일한 내부 공간인 옥상 앞 계단은, 어린이들이 평소에 많이 찾아와 몰래 낙서를 하는 다소 어두운 조도의 공간이었는데요, 너른 낙서판과 갤러리, 작은 아지트와 걸터앉기 좋은 계단 등을 합친 공간으로 변화되었어요.
옥상 앞 계단 | 평상시 출입제한 되고 있었던 옥상문 앞 공간으로 가끔씩 어린이들이 찾아와 낙서도 하고 풍경도 보는 그들만의 아지트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옥상 앞 계단 | 어린이들이 주로 낙서로 이야기하던 벽의 특성을 보존해서 낙서의 장을 '소통의 장'으로 재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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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텃밭과 놀이형 벤치
텃밭 공간에는, 텃밭 옆에서 자라나는 작물과 나무들을 조망해볼 수 있는 놀이형 벤치가 자리잡았고요. 텃밭 도구함과 미니 화단도 갖춘 넓은 규모의 벤치입니다. 무엇보다, 눕기도 하고 뛰기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텃밭 | 학교 본관과 후관 사이에 있는 조경 공간을 일부 가꾸어 자연학습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텃밭을 포함한 외부공간은 야외수업, 놀이, 휴식,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곳이다. 어린이들이 텃밭을 바라보며 쉬고, 놀고, 가드닝 도구를 보관할 수 있는 계단형 벤치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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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뒤뜰에서 함께 그리는 낙서
뒤뜰 공간에는 옹벽 위에 조성된 숲을 바라볼 수 있는 평상이 설치되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갖추어진 휴식용 의자가 마련되었어요. 벽돌과 옹벽에 낙서를 하던 어린이들의 놀이가 지속되고, 또 보존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뒤뜰 | 옹벽 위에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낙서공간이자 휴식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어린이와 장소 사이에서 뒤뜰 만의 이야기가 이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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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학년 5반 어린이들은 졸업하지만, 후배들을 위해 남긴 공간이 오래오래 기억되고 사랑받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삼양초에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습니다.
다음에는 그간 움직이는 창의클래스를 함께 고민하며, 어린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온 ‘프로젝트_어린이’의 지난 1년간의 고민, 그리고 프로젝트의 운영철학과 원리가 담긴 글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