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로 광화문을 가득 수놓았던 12월의 어느 날, 열아홉 청소년 30여 명이 하자에 모였습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안에서 어떻게 우리들의 20대를 맞이하고 응원할 수 있을지, 끝없는 대화와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이들의 ‘스물 선언’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사회입문캠프 <열아홉살 스프링캠프>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봤습니다.
이야기 하나. '지나온 10대, 가장 기억나는 일들'
"수능 끝나고 엄마랑 광화문에 갔는데, 울었어요. 학생들도 불쌍하더라고요. 뭔가 무의미해지는 느낌? 어른들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된 거잖아요. 엄마랑 같이, 조금씩 울었어요"
"집회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선동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됐어요. 사람들이 나간다니까, 옆에서 나가자고 하니까,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자유발언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봤는데 저는 그런 마음까지는 아니었어요. 저는 그렇게 거리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얘기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글을 적어서 카드를 만들었어요."
"학교에서도 좀 이상하게 규제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급식 먹으러 갈 때 체육복 입으면 안 돼요. 그래서 교복 밑으로 안 보이게 체육복을 올려 입어요. 그러다 혼나고…… 가디건 안 입어도 걸리고 조끼 안 입어도 걸려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해야 하는 일도 하는 거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배우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혼란스러워요."
이야기 둘. ‘텐트를 찾아온 손님들과 나눴던, 열아홉이 바라본 지금 시대’
"저는 탈학교를 했는데, 좋아하는 거 하나 찾으려고 너무 많은 걸 내던진 것 같아요. 이거다! 하고 대답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게 많았거든요.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는 '뭘 좋아해'라고 물어보면 정말 대답을 못 했어요. 제가 대답을 할 수 있었던 때도 자퇴를 한 뒤였거든요.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우리 또래가 대답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정책 탓만 하고 어떤 행동을 하기에는…… 다른 곳은 몰라도 인문계 고등학교는 계속 이렇게 누르고 또 누르고 온 거잖아요. 여기서부터 벌써 어긋났는데 이걸 고치려고 어떤 시도를 한다는 거 자체가 좀 힘든 거 같아요. 마냥 기다릴 순 없는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막막해요."
"말이라는 게 정의를 하는 순간부터 그 단어가 가지는 힘이 있잖아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라고 하기에 조심스러운데, 해치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면 페미니스트’라고 정정해줘서 저도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게 됐어요. 기성세대와의 세대 격차를 줄이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생각이 이어져서 페미니스트가 된 것 같아요. 소외당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연결하고 싶어요."
"브렉시트는 49:51의 근소한 차이로 됐는데, 거기에서 '다수결이 항상 옳은 것인가'를 생각했어요. 다수결은 중우정치로 갈 수 있어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정치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내년이면 선거할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가 투표율이 안 높다고 들었어요. 투표율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높은데, 젊은 층이 투표하지 않고 불평불만 하는 건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정치인도 나이 든 사람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공약만 지키니까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야기 셋.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이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주권을 돌려받기 위한 선전포고!
열아홉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공동선언문 <스물 선언!>. “우리는 미래의 새싹이 아닌 오늘을 사는 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