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업은 <씨앗행동>에 초대하는 반다나 시바의 메시지를 번역하여 '서울청소년창의서밋'의 참가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서밋일정에 맞춰 자막을 선보이려면 반다나 시바의 본부에서 검토하고 배포해주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바쁘게 준비하고 조금은 초조하게 업로드 과정을 지켜보던 기억이 납니다. 서밋의 이행파티에서 함께 선보였던 두 번째 영상은 기후변화에 맞서 탄소와 싸우는 게 아니라, 탄소와 더불어 농사를 짓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Soil Story, 흙 이야기> 였고요. 이 영화는 일종의 creative commons 저작권으로 제작되어 있어서, 우리는 본부라든가 제작자의 허락을 따로 구하지 않아도, 자막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실은 그 외에도 내레이션을 아예 한국말로 녹음해서 입히거나, 심지어는 등장인물을 바꿔서 삽입할 수도 있는 식으로 모든 영상 소스가 공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많은 사람들의 창의적인 노력이 만들어내는 공공재의 수준이 이 만큼이나 앞서가고 있구나, 그런 것을 알게 되어 참 기쁘고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시간에 쫓기던 그때에는 한국어자막을 입히는, 가장 낮은 단계의 작업으로 만족해야만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습니다. 세 번째는, 지난 봄학기에 우리 영상팀의 1학기 죽돌들이 만든 첫 작품 <바꿀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에 영문 자막을 달았고, 연말 즈음 <우리는 어떻게 사는가 : 전환을 향한 여정>을 끝으로 번역과 자막 제작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을 학기에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번역팀'이 만들어진 첫해였고, 지난 한 해 내내 고민과 준비를 거듭하며 과정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론 인터넷 번역기의 놀라운 진화도 눈에 띄는 해였기 때문에, 아직은 서툰 우리들의 실력에 비해, 점점 더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하는 인터넷 번역기를 살펴보며 번역팀의 존재의미에 대해 질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번역기가 이제 말다운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번역팀이 필요할까? 하면서요. 하지만 번역 작업이라는 게 그저 영어를 한국어로 기계적으로 번역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실제 번역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영상 전체의 의미, 영상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를 이해하고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아직까지 번역기는 그런 맥락적인 의미까지는 이해하고 있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영상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각각, 더 깊이 공부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좀 벅찬 일이기는 했지만요.
내년부터 번역팀은 더욱 다양한 영상들을 네트워크 학교 안에서, 또 하자 안에서 같이 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새로운 영상을 올리면 뉴스레터에 또 공유할게요. 오늘은 네 개의 영상을 먼저 첨부합니다.
<반다나 시바의 메시지 : 씨앗해방을 위한 행동> (설정에서 '한국어자막'으로 조정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