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울센터는(서울 양천구 신월동) 10년 전 폐쇄 이후 쭉 방치되었던 상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해 지난 10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공간으로 재탄생을 한 곳입니다. 청소년 및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 놀이 프로그램등을, 예술가들의 창작활동과 연계하며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이 공간은 내부건물 하나와 외부에 비어있던 그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물이 그려놓은 얼룩진 푸른 벽, 미로 같은 통로와 구조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조로 구성되어 있고, 공간을 둘러싼 작은 숲과 호수공원도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숲 사이에 네 개의 아지트를 만들기로 했고, 가제트공방의 목수님들과 가을부터 궁리를 시작했습니다. 가제트공방은 성산동과 파주에 공방과 작업장이 있는 목공방으로, 나무위에 짓는 작은 집을 짓는 일에 대한 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선배들이었고, 상호지지구조와 같은 건축구조에 대한 수업을 해주셨던 선생님들이셨습니다. 청년작업장에서는 폐컨테이너와 적정기술로 지은 ‘살림집’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과 사람들을 만나며 지속적인 살림의 경험을 이어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시작을 한 서서울센터의 작은 숲에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아지트들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구요.
그러나 어린이의 아지트에 어린이들의 생각과 손길이 빠진다면 팥 없는 찐빵과 다를 바 없지않아? 자신들의 아지트를 떠올리고 직접 뚝딱뚝딱 만들어 보는 재미난 경험을 어린이들로부터 뺏을 수 없어! 그렇게 우리는 <놀면서 만드는 모두의 아지트!>라는 제목으로 함께 할 어린이들을 모집했습니다. 20명 정도 함께 하면 좋겠다고 기대하며, 과연 다 모집을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의 야외 작업과 어린이들의 주말시간, 스마트폰과 TV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공고를 올린 지 이틀이 채 안 되어 마감인원이 모집되었을 뿐더러 감사하게도 더 이어지는 문의에 최종적으로 28명의 어린이들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목공놀이는 톱놀이, 드릴놀이, 페인트놀이, 통나무스토브(불놀이) 등 트리하우스를 만드는데 쓰여질 목재들을 직접 재단하고 조립하며 놀이와 작업을 병행하였습니다. 목공도구들과 불이라니,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너무 위험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어린이들도 교육을 통해 사용법을 익히고 톱과 드릴을 사용하며 ‘잘’ 놀 수 있었고, 재미난 불놀이도 즐겼습니다. ‘안전'이라는 문제 속에서 통제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안전을 관리해 보는 중요한 경험을 해보는 것 같았습니다.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씩씩하게 참여해준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도 신나게 작업을 했답니다.
한 편, 함께 방문하는 부모님들이 참여하시는 프로그램도 서서울센터 내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을 향한 걱정과 눈길을 잠깐 거두시고 소소한 겨울나들이 겸 하자작업장학교의 목화학교에서 꾸준히 해오고 있는 <시와 물레>를 함께 하면서 직조과정체험도 해볼 수 있었지요.
청년작업장은 가제트공방의 지도와 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학생들의 도움으로 여러차례 사전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린이들이 작업할 수 있는 기본환경을 만들고, 또 마무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 두 번의 주말, 어린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동안 작은 숲, 야윈 나무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네 개의 아지트들이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눈빛들이 마주쳤던 온기가 이 겨울동안 어린이들의 아지트 안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봄이 되고 초록이 돌아올 때면 아지트들은 숲속으로 살짝 몸을 감추면서 다시 돌아올 어린이들을 기다릴 것 같네요. 숲에서 즐거운 숨바꼭질, 계속 해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