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버려진 동물을 위한 공생 프로젝트>의 매듭짓기를 하는 날입니다. 토요일이라,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간의 활동을 위한 전시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사진작가 찰카기(김하연)님과 함께 문래동을 직접 돌아다니며 길고양이의 행적을 찾아 작품을 만들었던 사진 수업,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킁킁도서관에서 고양이 2마리와 즐거이 마주했던 순간, 엽서를 만들어 달시장에서 판매하며 겨울집 만들 씨앗자금을 모았던 기억, 추운 겨울 붕어빵으로 수업을 시작하고 즐겁게 고양이의 겨울집을 만들었던 날들..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진을 선별하고 갤러리 벽에 붙이면서 기억을 다시 곱씹어봅니다.
채색까지 마친 길고양이 겨울집은 내부에 보온재를 단단히 넣었고, 급식소도 겸할 수 있도록 뚜껑이 열리는 지붕형태로 제작하였습니다. 지붕 안에는 사료를 넣어둘 수 있도록요.
오늘의 매듭짓기는 과정에 참여했던 메이치(정찬)가 만든 영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고양이집을 만들고 있는 현장취재부터 참여청소년들의 인터뷰까지 생생한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상을 뒤이어 발표한 휴지(최희우)의 소감.
“엽서를 사주신 한 분이 우리 엽서를 찍어서 sns에 올려주셨는데 그걸 보고 SBS기자님이 우리의 인터뷰를 스브스 카드뉴스에 실어주셨습니다. 활동한 사진과 글을 본 많은 분들 중 한 분이라도 더 유기견에 대해 관심을 가질 계기가 되어 기뻤습니다. 엽서 판 돈 6만원을 보태 집을 만들 재료를 샀고 직접 목공도 하고 페인트칠도 해서 집을 완성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유기동물에 대해 관심을 주시고 더럽다고 욕만 하시지 말고 유기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주셔서 인사라도 한번 건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마음에 상처가 난 아이들을 위한 반려견 미용사가 되고 싶다는 사이타마(윤채현)는 자리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낭독으로 함께했습니다.
“카라에 다녀온 후 SNS를 하던 중 카라와 한 홈쇼핑에서 콜라보한 후드티를 보고, 잊고 있던 카라를 떠올렸습니다. 전 반려견 미용사에도 관심이 많아 단순히 예쁘게만 보이는 미용이 아닌 치료 목적이나 마음에 상처가 난 아이들을 위한 미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드티는 이후로도 계속 눈에 밟혀 직접 사게 되었습니다. 또한 카라가 ‘주주동물원’을 소송한다는 이야기의 글을 보고,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사람도 되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동물보호단체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길고양이 겨울집은, 문래중학교 길고양이 돌봄동아리인 ‘길냥덕후’들이 밥 주는 장소와, 문래예술촌 주변, 찰카기 선생님의 동네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만들어진 총 8채의 집 중에 남는 집의 사용처도 수업이 끝난 이후에 함께 고민해보기로 하였답니다.
12월 7일(수) 문래중학교 알짬휴게실.
문래중학교 2층으로 올라가면 도서실 바로 옆에 ‘알짬휴게실’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책장과 몇 개 책상으로만 구성되어있던 썰렁했던 공간이 ‘학교는 놀이터’팀이 기획한 대로 제대로 쉴 수 있는 청소년들만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3개월이 넘는 긴 작업과 토론 끝에 완성된 알짬휴게실의 오픈식은, ‘알짬’이라는 글씨를 광목천에 예쁘게 새기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알짬이라는 글씨 안에는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이미지가 수놓듯이 그려졌고, 모인 청소년들 모두 이 공간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한쪽 벽면은 칠판페인트로 칠해져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트리로 장식되었고, 천정 조명 밑에는 나무젓가락에 털실을 감은 오밀조밀한 오브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꼭 필요하다던 흔들의자는 몇 번의 안전진단을 청소년들끼리 해본 뒤에 만들어져 5명이 올라타도 거뜬한 놀이기구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해가 넘어가기 전에 곧 부서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조 잔디 위에 우유박스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모습이 연출된 ‘상호지지구조’ 돔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만의 공간을 삼기에 충분합니다. 공간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면서 알짬휴게실을 드나들던 학생들에 의해 파손되어 오픈도 하기 전에 자취를 감춘 물건들도 있습니다. 이 공간을 준비했던 윤라는 처음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줄줄 역사를 읊습니다.
“이 옆이 바로 도서실이어서 알짬휴게실에서는 소리를 내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항상 조심조심 다녀야 하는데, 학교에서 이 공간 바꾸는 걸 허락해주셔서 만들게 되었어요. 원래 저쪽 구석에 있던 책장에 책이 많이 꽂혀있었고, 책상도 있었는데요. 가끔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 빼고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만들고 나니까 2학년 언니,오빠들도 와서 쉬다가 가고 그래요. 저쪽에 걸려있는 액자는 벌써 파손됐어요.”
공간이 사람들로 채워진다는 것.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은, 공간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변화도 감지됩니다. 물품이 파손되었지만 말하는 윤라의 얼굴은 뿌듯해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수업 끝나서 너무 아쉽죠. 한 학기 동안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또 하고 싶어요.”
옆에 있던 다희도 조용히 한마디 거듭니다.
“학교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우리에게 좀 더 쉴 공간이 필요하고 소통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학기 동안 만들었어요. 이제부터는 다 같이 내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마무리는 씨앗학교로 진행된 ‘버려진 동물을 위한 공생 프로젝트’팀과 ‘학교는 놀이터’팀이 함께 했는데요, 시작을 함께한 만큼 마무리도 함께 했습니다.
신디(이정민)는 “자유학기제가 끝나서 이제 걱정이에요. 오늘처럼 쉬는 날이 별로 없어요. 수업 끝나고 5시에 학원 갔다가 9시에 돌아와서 바로 자거든요. 배운 것도 좋았지만 시험 안 보고 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특별한 순서 없이, 이 새로운 공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자유롭게 해석하고 놀면서 공간을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제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오픈식을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발표나 딱딱한 축사 없이, 순서에 따라 행사다운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만들어진 공간에서 함께 간식을 나눠먹고 삼삼오오 모인 그룹끼리 게임을 이어갔습니다.
버려진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겨울집을 만들었던 시간은, 길고양이들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냈던 시간이었고, 쉴 공간과 놀 공간이 필요하다던 학생들에게 알짬휴게실은 이들의 말처럼 ‘힐링’이고 ‘아지트’이며 ‘편한 곳’을 스스로 만들어냈던 시간이었습니다. 씨앗학교 이후에도 이런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