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브카페 판돌 풀무입니다. (하자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판을 기획하고 돌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직원 대신 판돌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허브카페는 공간이용료를 쌀 등의 먹을거리로 받아서 모두를 위한 간식과 밥상을 차리는 공유카페인데요, 올해 하반기에는 주 2회 카페활동을 하고 싶은 청소년들과 '사피엔스의 카페생활'이라는 방과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서 일종의 길잡이 교사 같은 역할을 하게 됐을 땐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에서의 제 경험이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대학생 때 첫 아르바이트로 카페 바리스타를 했습니다. 카페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막연하게 사회경험도 하면서, 겸사겸사 용돈도 벌고 싶단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었죠. 그래서 커피를 잘 만드는 일보다 카페에 ‘어떤 사람이 오는지’, ‘그 어떤 사람은 무슨 일을 하며, 누굴 만나는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죠. 매일 정확히 오후 1시에 투샷 추가된 찐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 가는 같은 건물의 학원 강사, 손도 못될 정도로 뜨거운 머그잔에 카페라떼를 요구하는 아주머니, 일요일 오후 몸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와서 허니버터브레드 정성껏 먹여주는 효자 아저씨, 군대 간 아들 같다고 요구르트를 건네는 요구르트 아주머니까지... 저에게 카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물정을 알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2016년 '사피엔스의 카페생활'로 만난 로즈마리, 할라피뇨, 동훈이, 니모, 선국이에게는 카페라는 공간에서의 시간이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요? 함께 밥을 해서 나눠먹고, 날씨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나들이도 가고, 다양한 카페들을 구경하하면서 작은달시장에서 우리가 운영할 팝업카페를 준비했습니다. 카페가 커피와 음료를 마시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새로운 상상의 영감을 얻는 곳이길 바라며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10일 토요일, 허브카페에서 그간의 활동을 나누고 정리하는 쇼하자 자리를 가졌는데요,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사피엔스들이 했던 활동과 생각, 쇼하자의 풍경을 공유합니다.
“하자 센터 프로그램 수상한 식탁과 사피엔스의 사회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함께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하는 게 제일 좋았다. 함께 힘을 합쳐서 하면 어려운 일도 더 쉬워지고 쉬운 일은 더욱 즐거워져서 좋았다.” -로즈마리
“자전거 타고 한강에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강에서 재미있게 탔고, 덕분에 자전거를 자동차 도로 가장자리에서 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동훈
“작달에서 번 수익금을 사직동 그 가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완판하여 번 돈 64,800원을 매니저 블루에게 줬다. 블루가 말하길 티벳에 있는 난민들을 맡는 위탁소가 있다, 거기에 있는 아이들 교육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손님들의 환호를 들었을 때 얼떨떨했다.” -할라피뇨
“카페생활에서 얻게 되는 것? 1. 음식을 만드는 기술 2. 친구 3. 재미 4. 피로(계속 서 있어서 힘들다)” -선국
“사피엔스들과 함께한 기억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직접 가본 카페, 같이 만든 음식, 만난 사람들, 놀러갔던 곳.. 다 너무 즐거웠어요.” -니모
2016년 ‘사피엔스의 카페생활’은 공식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도 사피엔스들은 허브카페의 ‘작은작당모임’으로 등록, 내년에도 작은달시장의 카페지기로 모임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래요. 카페활동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이라고 하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청소년은 언제든 허브카페로 연락주세요. 서로를 돌보며 더욱 지혜로운 인류로 진화해가고픈 사피엔스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