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번 “하자센터 커뮤니티 목공방”에서는, 간단한 작업 아이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손 쓰는 시간을 갖고자 했습니다. 매달 시즌별로 아이템을 정해 평소 공방, 작업, 교육, 활동 등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부작사부작 해보자는 것이었지요.
1월엔 윷 깎기, 2월엔 플랜터 만들기, 3월엔 텃밭 팻말 만들기 등등… 달 별로 시즌에 맞게 나름 신선한(?) 구성으로 시작해 보려 했었으나 홍보 부족이었을까요? ㅠㅠ 1월, 2월 쓸쓸히 혼자 작업을 하면서 3월부터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저런 바쁜 일들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더랬지요. 그리고 8월, 공간을 새롭게 정리하며 매막토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허브카페와 나눔밥상에 오가며 공방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께 매막토를 설명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요.
그리하여 8월 ‘매막토’의 작업물은 폐목재와 패트병을 활용한 '스마트폰 울림통' 이었습니다. 작년 겨울 공방에서 “일상목공;재활용 목공 입문 클래스”를 함께한 은제가 학교 수업시간 발표에 필요한 울림통을 하자 공방에서 만들었는데요. 이때부터 함께 고민하며 아이디어를 더해 울림통은 발전되어가기 시작했지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새롭게 시작한 매막토는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특별히 <매막토>를 통해 기대했던 것은, 이런 저런 작업 아이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였습니다. 뭔가 배워보고 싶었는데 그 시작이 어려웠던 사람들, 평소 작업 공간이 필요했던 개인, 그리고 함께 모여 활동을 해보고 싶었던 사람들까지 편하게 공방의 문을 열고 들어 올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조금씩 자리 잡아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8월 매막토에 함께 했던 '위디'를 만난 건 그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위디는 8월 매막토에 참가한 참가자입니다. OO신문 기자이기도 한 위디는 매막토 이후 계속 목공방에 드나들며 작업을 이어갔고, 지금은 저와 함께 ‘매막토’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9월, 울림통 만들기 앵콜!에 이어 10월은 <String art ; 스트링아트>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보다 다양한 작업들이 가능해 지면 더 폭넓은 사람들이 함께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지요. 폐목을 활용하면서 할 수 있는 작업을 물색하다 보니 ‘스트링아트’라는 멋진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작업의 기본이 되는 ‘점, 선, 면’에 대한 이해를 감각적으로 익히기에도 매우 좋은 제작 프로젝트였는데요. 수학교육으로도 활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데 좋은 작업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준비하는 저까지 모두가 새롭게 시작하는 작업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였지요. 허브팀의 판돌이자 하자의 디자이너인 '네모'와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연구하며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다섯 명의 참가자와 함께한 ‘10월 매막토 ; 스트링아트’에서는 모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하나 둘 생겨나는 작업 아이템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고 활동하는 모습들을 상상하고, 기대해 봅니다.
11월의 매막토는 또 다른 시도가 가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매막토 홍보페이지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여 있는데요.
*<매막토>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파트너, 커뮤니티와 함께 모여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며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하자센터 목공방과 함께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 청소년, 일반, 개인 및 커뮤니티는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가능할까 싶었던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되기도 했지요! 바로 연세대학교 내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아리 <연냥심>과의 협동작업이 그 중 하나입니다.
학교 내 길고양이들의 급식소가 필요했던 '연냥심'은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다가 ‘하자센터 커뮤니티 목공방’을 알게 되었고 급식소를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돈 주고 사는 것이 편하죠. 아마 여러 사람이 돈을 모으면 그리 부담이 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애써 시간을 내어 공방에 와서 나무를 다듬는 작업부터 자르고 붙이고 마무리 하는 것까지 하기로 결정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방에 10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3개의 급식소를 만들었습니다. 간단하게 공간 안내를 받고 재료를 다듬는 법과 공구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을 걸쳐 작업하며 드디어 급식소를 완성하게 되었죠.
누군가를 ‘위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손길. 따뜻한 세심함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혹 고양이들이 가시에 찔릴까 열심히 샌딩 작업을 하는 모습도 그렇고, 배고픈 고양이들이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는 급식소를 만든다는 마음이 잘 담겨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게다가 한 번의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 차례나 더 와서 작업을 하였고, 그 중 몇 명은 계속 공방을 드나들며 함께 또다른 일을 도모해 보기로 하였지요.
2016년 한해도 하자센터 공방은 공간과 작업, 그 안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는 일과 연대의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계속해서 '배움과 연대의 장'으로서, ‘학교이자 놀이터 그리고 생산이 가능한 일터’가 되어 가는 전환의 실험들을 해 나가고자 합니다.
개인, 동아리, 학교나 기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 커뮤니티 누구라도 좋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길이 보이더라고요.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한가...?’ 싶으신 분들도 연락주세요.
*2016년 마지막 토요일은 한 해의 마지막날인 31일인 관계로 매막토를 열지 않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