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하자센터에서 진행했던 ‘일일직업체험 프로젝트’가 <비커밍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내 주변과 더불어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재편된 비커밍 프로젝트는 ‘삶을 위한 생태계를 만든다’ ‘이렇게 일이 되고 작업이 된다’ ‘친구와 놀면서 나를 발견한다’는 세가지 삶의 기술을 소개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로역량은 거대한 이슈에 가려져 있고 지내왔던, 어떻게 보면 작고 사소한 것들의 발견으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진로’가 결과적으로 떠올리는 직업을 벗어나 자기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과 더불어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 내기를 해보려 합니다. 또, 나를 발견하고 곁을 알아차리며 우리 삶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함으로써 내 삶의 진로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자 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일일직업체험 프로젝트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센터(하자센터의 본명)의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하자 측면에서 보면 공교육 청소년들과 낮은 수준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학교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시간을 채워야 하는 진로시간 프로그램입니다. 직업인과 만나 작업을 함께 해보는 2~3시간 프로그램으로 벌써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후 하자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본 따 만든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직업체험센터가 곳곳에 생기면서 다시 하자는 새로운 버전의 직업체험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알파고와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그래서 사라질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술적 전망이나 힌트 등 방법론 외에 그 시대에 가져야 할, 지켜가야 할 가치와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된 것 같습니다. 변화의 전제가 되는 것은 경청, 공감, 수평적 의사소통, 민주주의와 같은 우리 삶에 녹여내야 할 가치들일테지요. 진로체험 프로젝트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벗어나 삶의 방식과 태도와 같은 역량을 좀 더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작은 일‘거리’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어보자는 논의를 시작하게되었습니다.
우리의 진로를 고민하는 진로 TF
새로운 진로체험 프로젝트의 탄생을 기대하며 하자 각 팀 판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그동안 하자에서는 어떤 진로를 이야기해왔을까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판돌 개인 관심에 따라 진로체험에 얹어볼 수 있는 하자 안팎의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고 범주화하는 과정을 거쳤고, 하자와 하자의 친구들이 이야기해온 진로와 일에 대한 태도가 어떤 것인지 키워드들로 정리해보니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가 눈에 보였습니다.
키워드 중 재미있는 표현들도 있었는데요, 엉력(진득하게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집중해보는 것), 뻘력(허튼짓이라 표현되는 바보 같고 허튼, 쓸모없는 짓을 해보는 것) 등 꼭 필요하지만,딱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역량들이 아이디어로 나왔습니다.
이런 조금은 황당하지만 보배로운 역량들을 공교육에 쉽게 전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려고 보니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했던 ‘역량’이라는 표현이 협소한 의미로만 사용되어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량’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능력을 떠올리게 되고, 효율성, 행동 규범 등과 연관해 산업화시대에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데 갖추어야할 어떠한 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역량’이라는 단어가 가진 경제학적 의미가 크게 부각된 것인데, 역량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할 새로운 버전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위해 그 의미에 인문학적 의미를 더해 역량이 곧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becoming, bee+coming!
새로운 직업체험 프로젝트의 이름 <비커밍 프로젝트>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있습니다.
‘비커밍(becoming)’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만들어져가는 ‘청소년’임을 뜻하면서 직업이라는 틀로 고정된 진로가 아닌 현재 진형형인 진로를 뜻합니다. 동시에, 점점 사라져가는 ‘꿀벌(bee)’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이 시대에 회복되어야 할 감수성과 희망이 다시 돌아오기를(coming)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지구가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점점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키고 회복시켜야 할 많은 것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모두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