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읽으며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이했었습니다. 하자와 고정희 마을 해남에서 북콘서트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팽목항에도 갔었지요. 그리고 지난 7월 단원고 기억교실의 이전 소식이 들려오던 때,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이 시도 짓고, 랩도 썼습니다. 9월의 하자작업장학교 개교기념일에 그 랩을 노래했고, 416 낭독회에서 그 시들을 낭송했습니다.
지난달, 하자작업장학교는 다시 힙합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만해문학상에 <다시 봄이 올 거예요>가 특별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하자의 청소년들에게 힙합프로젝트의 재개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더랬지요.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세월호의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이 구술한 기록의 책이에요. 문학의 역사를 시작했던 구술의 행위를 떠올리며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쏟아지고 뱉어지는 말의 홍수 속에서, 우리 사이에 꽃이 되고 별이 되어 소중히 간직되는 말은 다시 우리에게서 태어날지요? 누군가가 본다면 분명 <이것은 힙합이 아니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힙합의 형식을 빌려 말을 불러오는 주문을 서로에게 걸어보는 시간을 다시 시작합니다.
10월 <이것은 힙합이 아니다>를 진행한 언피로부터, 두 번째 달을 시작하는 말.
안녕하세요. 언피입니다.
요즘 나라가 참 시끄럽습니다. 뉴스가 참 재미있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국민대통합이 될 것 같아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 크고 작은 힙합(랩) 커뮤니티 게시판들을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종종 보이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누구는 랩을 못하니 래퍼가 아니다. 누구는 힙합이 아니다. 하는 모습이고 또 하나는 어느 래퍼가 이런 정치색을 가사로 밝혔는데 빨갱이더라. 좌빨이나 종북세력같다. 하는 모습입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래퍼들이 정치색을 밝히는 랩을 하기 꺼려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어떤 인터뷰를 해도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가 이것일지도 몰라요. 실제로 얼마 전 어느 유명래퍼가 세월호란 단어를 가사에 쓰자 피처링을 한 래퍼까지 싸잡아 욕을 얻어먹은 적도 있으니까요.
왜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까요? 랩 가사일 뿐인데,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써서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뱉는 것. 흔히 말하는 스웨거인데 말입니다.
지난 달 하자센터에서 첫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냥 지금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걸 어려워하는구나.’ 이었어요. “네 마디 가사를 써서 해봅시다. 주제는 없고 아무 말이나 쓰세요.” 했더니 다들 곧잘 가사를 완성해서 안심했는데, 뱉는데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 강제로 뱉어내게 시켰습니다. 이제 여러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겠어요. (ㅎㅎ)
물론 하다 보니 이제 다들 잘 뱉습니다. 익숙해지도록 우리가 모이는 시간엔 이론은 조금 간단히 넘기고 많이 쓰고 많이 뱉도록 해야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래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랩이라는 좋은 취미를 가지도록, 이게 재미있는 거구나! 하고 알도록 도움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본인만 재미있으면 됩니다. 래퍼가 어쩌니 가사가 어쩌느니 하는 말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랩에 관심이 있고, 랩을 해보고 싶다면 굳이 힙합이 아니어도 랩을 해도 괜찮아요. 이것은 힙합이 아니니까요. 심각하게 생각하지 맙시다.
지난 달 수업의 타이틀은 <Chillin' in rhyme>이었습니다. 이번 달 수업은 우주의 기운을 담아 <Why so serious?>라고 지으려 했지만 어느 분이 자꾸 떠올라서 혼이 비정상인 사람처럼 보일 것 같으니 타이틀은 따로 정하지 않겠습니다. 수업은 11월 11일부터 다시 하자센터 본관 301호에서 진행합니다. 금요일 19시 ~ 21시에 진행하고, 준비물은 종이와 펜, 숙제입니다. 각 주의 수업 내용은 제가 따로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총 5회의 수업을 진행하게 되고, 연말이 코 앞이니 재밌는 공연, 힙합파티도 한 번 해볼까요?
참가 문의는 school@haja.or.kr로 하면 됩니다. 10월에 만들었던 네 개의 가사를 녹음하여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