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학교 1학기 쇼케이스 "A LANA, UA HOLO KE AKUA" 하자 네트워크학교 <오디세이학교> 소식
7월 23일, 1학기 마무리 쇼케이스.
부모님이 오신다. 친구들이 온다.
이날은 우리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가 직접 방학식을 만드는 날이다.
우리는 방학식(쇼케이스)을 직접 준비했다.
방학식날, 친구들은 그동안 해왔던 자기만의 오디세이 이야기를 준비했다.
친구들은 중점과정 별로 나뉘어서, 자신의 변화 지점과 배움을 설명했고, 중점과정 별로 나뉘었기는 했지만, 중점과정 외에 다른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오디세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21명이 모두 다른 이야기를 꺼낸 나머지 이야기는 길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고치고, 마지막으로 다시 모두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1학기 오디세이 시간을 정리하고 다음 2학기를 준비하며 방학을 마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오디세이학교 왕방울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왕방울입니다.
저는 일단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배우고, 또 알게 되면 첫 번째로 하는 질문이 “그래서 그거 하면 얼마나 벌어?” 아니면 “그거 얼마야?” 라는 질문을 하고, 또 그것으로 가치를 매기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 엄마가 저에게 종이를 아껴 쓰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기껏해야 10원 될까 말까 하는 종이 값 아껴봤자 뭐해”라고 대답한 기억이 있는데, 3월에 오디세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한 학기를 마무리 하는 지금, 저는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오디세이를 가기 전과 가고 난 후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2학년 때 복교하는 거 두렵지 않냐?” 라는 질문이에요, 답변 먼저 드리자면 “두려워요”. 당장이라도 복교 생각하면 앞일이 깜깜하기만 해요. 그뿐 아니라, 그 걱정은 제가 오디세이를 들어오기 전부터 나에게 주었던 질문이자, 걱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제가 그 두려움을 뒤로 미루어두고 이 학교로 들어왔고, 지금도 두려워하는 면이 있으면서도 오디세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 이유는요, 지금 일반 학교를 갔을 때 배울 수업보다,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배움이 더 나에게 주는 것이 많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래 봐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9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다가 온 사람입니다. 아직 2학년 때부터 다닐 원적교에서의 생활은 해보지는 못했지만,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오히려 중학교 보다도 더 심한 것 같아요, 적어도 중학교 때는 맞고 살지는 않았는데, 요즘에는 맞기도 한다고 하네요. 성적이 잘 나오지 못 했다는 이유로요. 반면에 제가 지금 있는 오디세이 학교 생활은 우리가 규칙을 직접 정하고, 지켜지지 않을 때 같이 모여서 해결하고,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단순히 그 친구만의 잘못이 아니라 그 과정 동안의 우리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전의 학교에서는 단순히 그 친구에게만 체벌을 내리는 것으로 끝내버렸거든요. 전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누구한테? 바로 모두에게.
여기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모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거예요. 그저 대안학교를 간다는 이유로 문제아 취급하며, 1년 놀러 간다고 하는 어른들이나 친구들을 많이 보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저도 마찬가지 이구요) 그런 말 들을 때 마다 울적해지고는 해요. 여기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긴 가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쓸모없는, 그저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가치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저는 보통 공교육이 결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정말로 싫어했어요. 분명히 내 친구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고, 우리가 사람인 이상 우리는 모두 100점이라 생각하는데, 어느 날 부터 공부시키고, 공부를 잘하는 애가 모범이 되고, 나처럼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애들은 한심한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리는 것, 불만이 많았죠.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는 사람으로서 부족한 게 없는데, 다른 친구가 나보다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나보다 높은 위치에 서 있다는 것, 그리고 나마저도 나보다 공부를 못하는 애들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학교에 갇혀있던 것 같아요. 교복을 입고, 내가 동의하지 않은 교칙들을 따르고, 교칙들이 부당하다 생각해도 불만만 가졌지 한번도 따져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여기는 다르죠. 사소한 규칙 하나도 대부분 저희가 정했고요, 저희가 정하지 않은 규칙들도 저희에게 합리적으로 설득이 되는 부분에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두려워 하는 건, 2학년 부터의 점수도 있지만,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가 다시 내가 원래 살던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지 몰라요. 그래서 보여 줘야지요. 내가 사는 세상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저는 왜 제가 여기는 가치가 더 중요한지 보여줄 거예요.
이어서 제가 배운 작은 움직임과 나눔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에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죠? 네 맞아요. 돈이에요. 돈을 좋아하는 저에게 작은 움직임과 나눔은 쓸데없는 일 이었죠. 하지만 여기 와서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저는 환경교육을 받아왔는데, 되게 반감이 많았어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고 있는 전기는 산업용 전기가 가장 많은데 왜 나한테만 전기를 아끼라 하고, 나 때문에 북극에 빙하가 녹아서 북극곰이 발레하고 있다고 하는지, 내가 환경을 파괴시켜보았자 얼마나 파괴시킨다고 나를 죄인 취급하는지, 이런 점들이 저한테 와 닿지 않았는데, 하자에 와서 나의 움직임이 아무리 작아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니, 해야 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눔....., 저번에 신문기자가 와서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기사 제목이 나왔어요, ‘기계처럼 공부만 하고 싶지 않아, 베푸는 삶 꿈꿔요’ 기사를 보고 아.... 집에들어가니 예상했던 일들이 벌어졌어요. 그때 엄마, 아빠가 엄청 놀리고 지금까지도 놀리고 있어요, “니 방이나 치워라” 그래도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말하는 나눔은 이 기사에서 나오는 베푸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가진 것이 많아서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그런, 동정에서 오는 나눔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나눔은요, 같이 사는 일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나눔은 무언가를 잃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질적이지 않더라도 반드시 무언가를 얻게 되어 있어요. 그게 배움이든, 또 다른 나눔이 되든 내 생각의 나눔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같이 살고 있는 그 누군가들과 함께 더 행복해지는 일입니다.
자전거 수업 안에도 나눔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 지점이 어디냐면 자전거는 같이 타는 것보다, 혼자 가는 것이 더 빠릅니다. 내가 쉬고 싶을 때만 쉬고, 중간 중간에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하지만 나는 힘들어 하거나 다친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고, 내가 다치거나 힘들 때 도와줄 친구들이 있어요. 더 나아가 우리 목적지가 같다는 점에서 오디세이 학교 안에서의 친구 관계랑 비슷하다 느끼고, 오디세이 친구관계가 말하는 “우리”가 자전거를 같이 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까 시작하면서 말했던 10원 할까 말까 하는 종이 값 기억하시나요? 제가 지금 다시 답변을 내렸어요. 제 말대로 10원 할까 말까 하는 종이 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중요한 건 말하지 않는 누군가가 다치거나 힘들어 해야만 내가 조금 편해진다는 것, 그 점이 바로 중요한 것이었어요. 이렇게 지난 1학기 동안 저는 제가 여태껏 중요히 여긴 돈 말고의 다른 가치들을 보았고, 돈에 대한 가치관을 아직 다 버리진 못했지만, 다른 가치들도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